KBS 신임 이사에 ‘뉴라이트’ 인사 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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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신임 이사에 ‘뉴라이트’ 인사 내정
뉴라이트 교과서 감수 이인호 서울대 교수…새노조 “KBS 장악 음모 규탄”
  • 최영주 기자
  • 승인 2014.08.3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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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이사회 신임 이사 후보에 뉴라이트 계열의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내정됐다. 이 교수의 내정 소식에 KBS 내부에서는 “공영방송 장악음모”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는 지난 29일 KBS이사회 신임 이사 후보로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만 78세)를 내정, 오는 9월 1일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후보 추천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7일 이길영 전 KBS이사장(만 72세)이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퇴한 지 3일 만에 후임 이사 후보자가 내정된 것이다.

이인호 내정자는 원로 여성 역사학자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핀란드와 러시아 주재 대사 등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이 만든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또한 이 내정자가 이사장으로 선출될 경우 KBS이사회 사상 첫 여성 이사장이 된다.

이인호 교수 “문 후보자의 강연을 보고 감동받았다” 발언 등 역사인식 논란

▲ 이인호 서울대 교수 ⓒ평화재단
그러나 방통위가 이인호 교수를 후임 이사 후보로 내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KBS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이 내정자가 그동안 공식적인 자리는 물론 언론을 통해 보여준 보수적인 역사인식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 초기 친일·독재 미화 논란의 ‘대안교과서’의 감수를 맡았으며, 이후 국민원로회의 위원을,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국가안보자문단 위원으로 활동했다.

또한 ‘대안교과서’를 만든 뉴라이트 교과서포럼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한국현대사학회 고문을 맡고 있기도 하다. 한국현대사학회는 일부 교과서가 미군의 양민학살만을 부각시키면서 건국은 무시하고 분단만 부정적으로 서술했다며 ‘좌편향’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단체다.

이 내정자는 민족 비하 발언 논란 끝에 사퇴한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를 감싸는 태도를 보여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내정자는 지난 6월 19일 TV조선 <시사토크 판>에 출연해 KBS가 단독 보도를 통해 알려진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일본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 등 민족 비하 발언에 대해 “난 기독교인이 아님에도 문 후보자의 강연을 보고 감동받았다”, “태도, 눈빛, 강연을 준비한 정도에서 나라를 사랑하고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는 등 문 전 후보를 적극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이 교수는 “강연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문 후보자를 반민족주의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교수는 지난 3월 13일 박근혜 대통령과 국가 원로급 인사 12명이 함께 한 청와대 오찬 자리에서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근현대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때 일을 많이 왜곡해서 다루고 있다. 이런 역사 왜곡도 국가 안보 차원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것 같다”고 박 대통령에게 조언해 논란이 일었다. 이 같은 내용은 이틀 뒤인 3월 15일자 <조선일보>에 “원로들이 우려한 좌파의 인터넷 다큐 <백년전쟁>”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된 바 있다.

KBS본부 “현 사태, 박근혜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음모…절대 반대”

이인호 교수의 이사 후보 내정 소식이 알려지자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이하 KBS본부)는 30일 ‘박근혜 정권, KBS 장악 야욕 아직 못 버렸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이인호 씨를 청와대가 개입해 기획한 낙하산 이사로 규정하고 절대 반대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길영 전 이사장의 갑작스런 사퇴를 놓고 외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사퇴 3일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사 선임 과정을 볼 때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장 이길영 전 이사장 사퇴 배경을 놓고 KBS 안팎에서는 길환영 전 KBS 사장 해임과 조대현 신임 사장 선임 과정에서 여당 추천 이사 7인의 의견이 갈리는 등 내부 단속을 못했다는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 같은 과정에서 뉴라이트 성향의 인사가 발 빠르게 내정된 것을 두고 결국 청와대가 KBS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인사 아니냐는 것이다.

KBS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여권 측 이사들을 규합해 KBS 내부에 여러 가지로 압력을 행사해왔던 이길영 전 이사장이 KBS 통제에 실패한 모습을 보여주자 윗선에서도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더욱 강하게 KBS를 압박해 올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KBS본부는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청와대 낙하산 이사 투하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현 사태를 박근혜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음모로 규정하고 정권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는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을 거부하고 공영방송 KBS를 위한 진지한 고민을 다시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어 KBS본부는 “청와대 낙하산 이사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 벌어질 이후의 사태에 모든 책임이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음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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