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800억원 대규모 적자…긴축재정 역효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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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적자 74억원 IMF 이후 최대…‘콘텐츠 질 하락’ 현실로

상반기에 대규모의 영업적자를 낸 지상파 방송사들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지상파 관계자들에 따르면 상반기에 KBS는 400여억원, MBC는 200여억원, SBS는 200억원 총 8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봤다. 하반기에도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하면서 방송사마다 비용절감과 구조조정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SBS는 상반기에 방송광고 판매와 콘텐츠 사업 수익 등으로 4034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렸지만 영업비용이 423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19억원이 증가해 199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고 지난달 29일 공시했다. SBS는 2분기에 2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상반기 적자 폭은 74억원으로 늘어났다. SBS 상반기에 적자를 기록한 건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SBS 관계자는 “우선 브라질 월드컵 성과가 좋지 못했고, 세월호의 참사 등의 여파로 2분기의 광고 매출이 예년과 비교해도 정상적인 수준이 아니었다”며 “광고 매출 부진과 방송산업 환경의 변화, 방송시장의 치열해진 경쟁 구도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경기 부진으로 인한 광고 시장 위축, 브라질 월드컵 실패 등의 악재가 겹친 탓이다. 다른 방송사의 사정도 비슷하다. 방송사 별로 월드컵 광고 수익에는 편차가 있지만 불황의 여파는 방송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지상파 3사 뿐 아니라 KBS와 MBC, SBS에 광고를 연계 판매하는 지역‧종교방송사도 마찬가지다. 방송광고를 MBC와 연계해 판매하고 있는 CBS도 상반기에 17억원 적자를 냈다.

재무재표에 빨간불이 켜진 방송사들은 제작비 삭감과 명예퇴직 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KBS는 지난 1일자로 시행한 부분조정에서 2004년 인기리에 방송된 <불멸의 이순신>을 재가공한 <다시보는 불멸의 이순신>을 주중 오후 11시대에 편성했다. 영화 <명량>의 돌풍으로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이순신 마케팅’과 함께 조대현 KBS 사장이 강조한 ‘창의적 재편성’ 기조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KBS 관계자는 “<다시보는 불멸의 이순신>은 이순신 장군에 대한 재조명 현상을 반영한 것도 있지만 조대현 사장이 새로 오면서 편성 부분에서 강조한 ‘창의적 재편성’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부터 ‘긴축재정’에 들어간 SBS도 각 본부별로 제작비 5%씩을 삭감했다. 이를 두고 지상파의 재정 위기가 콘텐츠 질 하락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민성적인 재정적자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역MBC에는 명예퇴직 바람이 거세다. 원주 MBC에선 명예퇴직을 신청한 7명이 지난달 31일자로 회사를 떠났다. 최근에 전체 직원의 3분의 1가량이 명예퇴직을 신청한 안동MBC는 퇴직 조건을 하향조정해 대다수의 명예퇴직 확정자들이 신청을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동원 언론노조 안동MBC지부장은 “몇해 전부터 지역MBC의 경영난이 계속되고 있고 올해만해도 13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되면서 비상경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이번 명예퇴직 번복을 둘러싼 내부 반발은 순위를 매겨 정리해고를 할 수 있다는 회사의 겁박에 구성원들의 분노가 표출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안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방송사들은 밖으로는 광고 규제 완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자사 뉴스와 학회 세미나를 통해 유료방송사와의 비대칭 광고 규제를 풀어 지상파에서도 중간광고와 광고총량제 등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지상파 광고 규제 완화 등이 포함된 3기 정책과제를 발표한 이후 두드러진 움직임이다. 하지만 언론의 환경 변화로 누적된 위기 상황을 정부 정책의 변화로 타개하겠다는 지상파의 대응에 곱지 않은 시선도 뒤따른다.

강명현 한림대 교수(언론정보학부)는 “모든 매체가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왜곡된 재원구조를 정상화해야 한다”면서도 “지상파 방송사들은 미디어 환경 변화로 인한 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지 못해 광고제도 완화나 수신료 인상 등의 사안에 실기를 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BBC 등은 지상파의 위기 상황을 맞아 일찌감치 사업 다각화 등을 준비했던 것과 달리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이 온실 속의 화초처럼 대응했던 것도 결국 자충수가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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