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 합의제’도 지키지 못한 방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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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 합의제’도 지키지 못한 방통위원장
“추가 검증 필요” 野 위원 반발에도 작전하듯 표결 밀어붙여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4.09.0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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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의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KBS 이사 추천은 추천대상의 적절성뿐 아니라 절차를 둘러싼 문제도 드러내고 있다. 인사청문회 당시 ‘합의제’ 위원회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던 최성준 위원장을 포함한 여권 추천 위원 3인이 후보자 검증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의결 보류를 요구하는 야당 추천 위원들을 무시한 채 시간을 정해 논의를 진행하고 표결을 밀어붙인 까닭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사퇴한 이길영 전 KBS 이사장 사퇴에 따른 보궐 이사 추천 안건을 이날 오전 9시 열린 전체회의에 상정하면서 한 시간만 회의를 진행하겠다며 논의 시간에 제한을 뒀다. 추천을 위한 토론을 형식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즉 합의제 위원회로 방통위를 운영하기 보단 ‘여대야소’의 힘의 논리에 따른 운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미리부터 드러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결국 야당 추천 위원들은 최 위원장의 일방통행 운영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최 위원장을 포함한 여권 추천 위원 3인이 표결을 강행한 직후 야당 추천의 김재홍·고삼석 위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소한의 검증과 여론 형성 기간을 두기 위해 일주일만 연기하자고 간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 위원은 또 “9월 25일까지만 의결하면 되는 사안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방통위에 30일 간의 추천 기간이 있음에도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서둘러 추천안을 의결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노컷뉴스
이 교수가 공영방송 KBS를 총괄하는 이사로 결격 사유는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부족했다는 게 야당 추천 위원들의 문제제기다. 김재홍 상임위원은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추천권을 행사할 방통위 상임위원들에게 이 교수가 후보라는 사실이 전달된 게 지난달 28일 상임위원 간담회 자리였는데, 당시 이 교수에 대해 너무 보수 편향 인사라고 이의제기를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이후 후속 논의를 할 기회가 없었다”며 “내부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은, 정당성을 결여한 절차에 따른 추천”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로 ‘관리형’ 위원장의 한계가 분명히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4월 최 위원장 취임 당시 ‘방송 문외한’의 법관 출신 방통위원장을 두고 방송계 안팎에선 방송 공정성과 공공성 등에 대한 철학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판사 생활을 28년이나 한 만큼 최 위원장이 각계의 입장에 비추어 충분히 논의를 진행한 뒤 결론을 내리는, 합의제 위원회를 이끄는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전임 위원장들보단 긍정적으로 수행하지 않을까에 대한 기대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최 위원장 스스로 인사청문회 당시 “합의제 재판부의 원만한 경험이 있다”며 방통위원장으로서의 자질을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취임 직후 야당에서 추천한 고삼석 위원의 임명이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파행 운영을 선택해 여야 추천 위원 3대 1 구조라는 불균형 속 의사 결정을 강행했고, 이번에도 다수의 힘에 기대며 합의제 위원회로서의 가치를 상실케 했다.

이에 대해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현재 방통위에서 결정하려는 여러 의제들을 보면 내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지연되고 있는 것들이 있을 뿐, 거의 청와대로부터 그대로 받아 집행하는 ‘거수기 위원회’로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며 “방송 문외한인 최 위원장을 방통위원장에 앉힌 정부의 의도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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