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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국가주의 반추하는 계기되길”

[인터뷰] 황우석 사태 다룬 영화 <제보자> 주인공 한학수 PD 방연주 기자l승인2014.09.02 22: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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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 제작진이 지난 2005년에 보도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이 오는 10월 2일 영화 <제보자>로 재탄생한다. 제작진은 ‘황우석 신드롬’ 속에서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라는 <PD수첩> 타이틀의 무게를 감당해야 했다. ‘사방이 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상황에도 제작진은 ‘황우석 거짓말’의 실체를 밝히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PD저널>은 <제보자> 개봉을 앞두고 지난 1일 서울 상암MBC에서 ‘황우석 사태’를 취재한 한학수 PD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PD수첩> 보도 전까지 황우석 전 교수는 국민적 영웅이었다. 그는 2004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인간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해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과학자로 급부상했다. 줄기세포 복제 성공으로 불치병·난치병 연구의 획기적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보도도 쏟아졌다.

하지만 “대한민국 모두와 맞서야 한다”는 영화 포스터 문구처럼 <PD수첩> 보도로 인해 ‘황우석 신드롬’의 실체가 하나둘씩 드러났다. 연구과정에서 드러나 난자 매매 사실을 비롯해 논문이 조작됐다는 <PD수첩>의 의혹 제기는 대한민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검찰이 “전 국민과 세계를 상대로 한 희대의 학문적 사기사건"이라고 규정지을 정도였다.

  ▲ 한학수 MBC 교양제작국  PD. ⓒ PD저널  
▲ 한학수 MBC 교양제작국 PD. ⓒ PD저널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 드라마틱한 사건이었죠.” 한 PD는 <제보자> 개봉을 앞두고 이 같이 말문을 열었다. <제보자>는 임순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한 통의 제보 전화로 거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한학수 PD역에 배우 박해일이 나선다. 또 황우석 전 교수 역은 배우 이경영이, 줄기세포 복제 연구소의 연구원이었다가 내부 고발자가 된 류영준 연구원(현 강원대 교수) 역은 배우 유연석이 맡는다.

한 PD는 영화 제작 소식을 듣고 기대감 반, 부담감 반이었다고 한다. “사건이 워낙 드라마틱하니까 <PD수첩> 보도 이후 많은 영화 제작사 측이 많은 관심을 보였지만 무산됐죠. <제보자>도 작년부터 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선 영화적 허구로 어떻게 각색할 지 궁금하면서도, 과연 당시 사건의 뼈대를 손상하지 않고 드러낼 수 있을 지 의구심이 들더라고요.”(웃음)

‘황우석 보도’는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동시에 숨은 이면까지 고스란히 드러낸 보도로 꼽힌다. 하지만 한 PD는 “지금 취재하라면 그 때처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당시 책임CP를 맡았던 최승호 전 MBC PD(현 <뉴스타파> 앵커)도 최근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황우석 사태’를 “가장 두려움을 느낀 보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PD는 “최승호 CP를 비롯해 (함께 취재한) 김현기 PD 모두 부담을 느꼈다. 통상 <PD수첩> 아이템과 관련해 취재 당사자들은 반발해도 국민들이 지지를 보냈지만 ‘황우석 사태’는 달랐을 것이다”며 “사건 당사자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보도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작진이 국민적 반발 속에 갇혀 보도에 대한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한 PD는 2005년 6월 처음 제보를 받은 뒤 5개월여 취재에 매달렸다. 그해 11월 22일 <PD수첩>에서 연구에 쓰인 난자가 기증이 아닌 매매된 것이라는 내용의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편을 방송했다. 한 PD는 협박 문자에 시달렸고, 가족이 신변 보호를 위해 몸을 숨길 정도로 거센 항의를 받았다. 그러나 결국 <PD수첩>의 의혹 제기는 검찰 및 서울대 조사위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사실로 판명됐다.

한 PD는 “당시 여섯 살배기였던 큰 애와 아내가 지방으로 한 달가량 피신할 정도로 가족으로선 잊지 못할 기억이자, 상처이고, 영광이기도 하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황우석 보도’ 이후 시간이 좀 흘렀는데도 취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며 “취재원이 PD를 지나치게 의식할 때도 있고, 취재원이 PD에게 신뢰를 보내기도 하는데 이러한 부분들은 PD로서 평생 안고가야 할 몫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 '황우석 사태'를 모티브 삼은 영화 <제보자>. 오는 10월 개봉.  
▲ '황우석 사태'를 모티브 삼은 영화 <제보자>. 오는 10월 개봉.

한 PD는 당시 <PD수첩> 입지를 좁게 만든 국가주의적 언론 보도 행태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당시 대다수 언론들은 사태의 본질과 팩트보다 여론에 편승한 감정적 보도를 일삼았다. 특히 황 전 교수의 연구를 국익의 문제로 해석해 MBC 때리기를 한층 부추겼다. 한 PD는 “정부·학계·언론의 공고한 삼각 동맹에서 언론은 검증 없이 받아쓰면서 논란을 키웠다”며 “여전히 국가주의적 영웅을 찾거나 선정적 보도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한 PD가 ‘황우석 보도’로 얻은 희망은 무엇일까. 그는 황 전 교수의 논문 조작을 밝힌 내부 고발자 ‘닥터K’, 즉 내부 고발자인 류영준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용기를 꼽았다. 류 교수는 황 전 교수가 <사이언스>에 투고한 줄기세포 논문의 제2저자였지만 줄기세포는 허위라며 이듬해 6월 <PD수첩>에 제보했다. 제보 이후 류 교수의 삶은 벼랑 끝이었다. 그는 한 PD처럼 황 전 교수의 지지자들로부터 협박에 시달렸고, 직장도 잃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강원대 교수로 부임했다.

한 PD는 “내부 고발자 대부분은 제보 이후 순탄한 인생을 살기 어렵다. 류 교수도 연구소에서 쫓겨나고,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면서 가족들이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했지만 다시 기초과학의 연구자가 된 건 그야말로 기적”이라며 “제작진 입장에서 다행스러우면서도 류 교수가 한국 사회에서 내부 고발자로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다는 전범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 PD는 “방송사든, 기업이든 어느 조직이든 간에 내부 고발자를 공격하거나 왕따 시키는 건 사회적 병폐”라며 “어떤 문제든 만연할수록 자정 작용이 떨어지듯이 우리 모두 조직 구성원으로서 내부 고발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직 PD들이 내부 고발자의 녹록지 않은 현실을 조명하는 것을 넘어서 제보자의 긍정적 측면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제보 문화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2005년 <PD수첩>의 ‘황우석 보도’에 이은 2014년 영화 <제보자> 개봉이 현재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동안 학계·언론계·과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황우석 사태에 대한 논쟁과 평가들을 내놓았죠. 하지만 문화적 해석은 이번이 첫 발을 내딛는 셈입니다. 대한민국이 왜 그토록 황우석에 열광하다가 충격에 빠졌는지,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다양한 해석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방연주 기자  nalav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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