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 朴 규제개혁 ‘속도전’ 받아쓰기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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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경향, 규제완화론 배경 짚어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완화 속도전”을 주문하자 언론들은 일제히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는 데 바빴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규제 완화론의 배경과 실효성을 점검한다거나 규제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심층적으로 다룬 보도는 찾기 어려웠다.

정부는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2차 민관 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건축·인터넷·농업 분야의 규제 개혁 분야의 규제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규제완화에 따른 ‘일자리 창출 기대’, ‘투자·시장 창출 효과’ 등을 앞세우자 언론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철폐 주문을 받아쓰는 데 그쳤다.

4일자 주요 신문 대부분은 2~3면을 할애해 규제 개혁 점검회의 내용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1·2·3면, <중앙일보>는 1·4면, <동아일보>는 1·4·5면 기사를 할애했다. 경제지 <매일경제>, <한국경제> <서울경제>의 경우 지면을 대폭 할애했다. <매일경제>는 2·3·4면, <한국경제>는 1·3·4·5면에서 지상 중계 형식으로 기사를 내보냈고, <서울경제>는 1·2·3면을 할애했다. 이밖에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등은 1~2면을 통해 회의 내용을 정리했다.

▲ 2014년 9월 4일자 <동아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기사 제목.

특히 보수신문과 경제지들은 박 대통령의 규제개혁 완화를 촉구하는 박 대통령의 ‘속도전’ 발언에 집중하는 보도 행태를 보였다. 예컨대 ‘朴 “간에 기별도 안가…눈 딱 감고 화끈하게 규제 풀라”’(<매일경제> 3면), ‘1차 때보다 긴박한 朴대통령 “내년요?…내일부터 해결하세요”’(<한국경제> 4면), ‘박 대통령 “웬만큼 풀어선 간에 기별도 안가…눈 딱 감고 풀어라”’(<서울경제> 2면)처럼 지면 톱기사로 실린 제목들만 훑어봐도 알 수 있다.

<동아>는 3면 ‘“그 규제 내년 해결” 장관 답변에…朴 대통령 “내년요?” 질타’라는 기사에서“박 대통령은 규제개혁의 ‘속도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융통성을 발휘하라’는 말로 해당 부처 장관들을 다그쳤다”고 전했다. 또 <동아>는 ‘대통령 보고 때만 규제개혁 벼락치기해서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3월 20일 1차 회의 후 6개월 만”이라며 “덩어리 규제가 많은 건설 분야와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 분야가 포함돼 내용 면에서 1차 회의보다 진일보했다”고 박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를 높게 평가했다.

이어 “규제 중에서 가장 무서운 게 공무원들의 ‘엉덩이 규제’”라며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공무원들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서류를 엉덩이 밑에 깔고 앉아 있으면 허사다. 시시콜콜한 규제까지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바꿀 텐가”라며 공무원 탁상 행정을 꼬집었다. 보수 신문에서도 일부 비판적 목소리를 담았다. <조선>은 2면 기사 말미에서 “이번 회의가 추석 민심을 겨냥한 이벤트 성격이 있다”는 정치권에서 나오는 지적을 전했지만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선 제대로 짚지 않았다.

경제지들도 보수신문 논조에 발맞춰 규제 완화론에 힘을 실었다. <매일경제>는 2면 ‘서울 1.5배 묶인 땅 주택 상가 개발 길 열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가 도시 건축 분야 대규모 규제 완화를 발표해 다시 한 번 내수 활성화 의지를 드러냈다”며 “해묵은 규제를 풀어 투자 여건을 조성하고 매년 수조원대 투자 유발 효과를 일으키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도”라며 정부의 취지를 그대로 전했다.

이어 <매일경제>는 ‘규제개혁 청와대 2차 회의 국민 신뢰 얻으려면’ 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규제개혁은 이를 뒷받침할 법률안 처리가 더 큰 숙제”라며 “세월호 특별법에 함몰된 여야 대치 정국이 풀려 법안 처리가 되지 않는 한 규제 개혁은 절반의 성과를 내기 힘들다”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하나의 ‘걸림돌’로 묘사하는 내용을 싣기도 했다.

▲ 2014년 9월 4일자 <경향신문> 기사.

보수신문과 경제지들이 박 대통령의 규제 완화 ‘속도전’ 발언에 집중할 때 <경향신문>은 박 대통령이 규제 완화에 총력전을 기울이는 이유와 배경을 짚는 심층 기사를 내보냈다. 또 일부 언론들은 규제 완화에 따른 우려나 KBS·MBC·SBS등 지상파 방송 3사에서 규제 개혁 회의를 일제히 생중계하는 모습을 지적하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3면 기사에서 “7시간여 끝장 토론이 이어진 1차 장관회의 후 지지율 상승을 경험한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번 회의를 추석용 이벤트로 준비했다는 시각이 있다”며 규제 완화론의 정치적 배경으로 꼽았다. 이어 “세월호 정국을 빨리 전환하려는 청와대로선 추석 민심에 영향을 미칠 규제개혁회의를 통해 2차 지지율 상승을 겨눴을 법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규제 완화가 단기간 손에 잡히는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며 “실제 경제활성화로 이어지는 것과는 별개로 당장 규제를 풀면 대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이르기까지 뭔가 달라졌다는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6면 기사에서 박 대통령의 ‘속도전 주문’을 전하면서도 “좀처럼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 서지 않는 박 대통령이 ‘규제개혁=경제 살리기’라는 정책 홍보를 위해서는 두 번째로 ‘생중계 국정’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이날 방송 3사가 1차 규제 개혁회의에 이어 2차 규제 개혁 회의 내용을 일제히 생중계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또 <한국일보>의 경우 1면 기사에서 보수신문과 경제지처럼 박 대통령의 발언을 앞세워 ‘朴 대통령 “눈 딱 감고 화끈하게 규제 풀어야 간에 기별 간다”라는 기사 제목을 달았지만, “청와대의 강경한 압박이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규제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마구잡이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며 균형적인 시각을 보여주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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