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규제개혁’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지상파 3사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지난 3일 2차 규제개혁 장관 회의를 1시간씩 생중계 한 데 이어 규제개혁 속도전를 다그치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으로 메인뉴스를 시작했다.
지난 3월 1차 규제개혁 회의를 3사가 동시 생중계해 “국정 홍보방송이냐”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지상파들은 여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2차 회의도 동시 생중계를 결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규제개혁 장관 회의에서 “우리 규제개혁이 너무 안이하고 더딘 것이 아닌지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 경제는 중대한 골든타임에 들어서 있다”며 규제개혁을 재촉했다.
‘규제혁파’를 주문하는 박 대통령의 모습은 KTV뿐만 아니라 지상파 3사를 통해 1시간 동안 동시 생중계 됐다. KBS와 SBS는 회의 전날까지도 생중계 여부가 확실치 않았다. 2일 오후까지 “결정된 바 없다”던 KBS는 회의 전날 밤 늦게 규제개혁 회의 중계를 확정했다.
SBS는 당초 2시 뉴스에 박 대통령 모두 발언만 현장을 연결해 내보낼 계획을 세웠다가 나중에 중계 시간을 한 시간으로 늘렸다. SBS편성팀 관계자는 “규제개혁 장관 회의 당일 아침 중계 시간을 더 늘려달라고 요구해 뉴스 편성 시간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3사 동시 생중계를 두고 방송사들이 청와대의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8월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1차 회의 때 쏠렸던 국민과 언론의 큰 관심을 감안할 때 이번 회의도 방송사들의 생중계가 예상된다”고 무언의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의구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날 지상파 방송사들의 저녁뉴스도 정부의 규제개혁 추진에 힘을 싣는 보도 일색이었다. 과감한 규제 개혁을 주문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민원, 진땀 흘리는 장관들 모습, 정부가 발표한 규제개혁 방안 등이 톱뉴스부터 줄줄이 이어졌다.
MBC <뉴스데스크>는 이날 첫소식으로 전한 ‘규제개혁 속도 높여야’에서 “이런 규제, 저런 규제 풀겠다고 한 게 왜 아직까지 착수가 안 됐죠"라고 장관을 다그치는 박근혜 대통령과 진땀을 흘리는 부처 장관들의 모습을 담았다.
SBS <8뉴스>가 ‘풀었다는 규제, 실제는 달랐다’리포트에서 “지난번 끝장토론에서 건의된 52건에 대해서는 48건을 수용하고 4건은 대안을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의 체감은 다르다”며 “형식적으로만 풀린 규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하는 정도였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한마디로 쇼를 방불케했던 1차 규제개혁 회의 이후에 실효성 논란이 있었는데도 2차 규제개혁 회의를 전하는 보도에서 이런 문제점과 우려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방송사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앵무새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