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세월호 잊고 ‘애견호텔’에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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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세월호 잊고 ‘애견호텔’에 눈길
[뉴스 속] 추석 연휴 MBC 세월호 보도 0건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4.09.11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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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는 끝났지만 11일로 149일째에 접어든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두 달이 다 되도록 실종자 숫자는 10명에서 멈춰있고 성역 없는 진상 조사를 요구하며 유족들이 주장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 또한 여야의 시빗거리로만 기능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MBC는 추석 연휴 5일 동안 세월호를 완전히 잊었다.

추석 당일이었던 지난 8일 SBS의 메인뉴스인 <8뉴스>는 귀경길 정체 소식과 모처럼 한 자리에 모여 차례를 지내고 정담을 나눈 가족들의 추석 풍경에 이어 세 번째에 배치한 리포트를 이런 앵커 멘트로 시작했다. “하지만 한가위가 누구에게나 넉넉하고 푸근했던 건 아닙니다. 안산과 진도 팽목항이 특히 그랬습니다.”

▲ 9월 8일 SBS <8뉴스> ⓒSBS
세월호 유가족 300여명이 안산 합동분향소에 모여 합동 기림상을 차렸다는 소식과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한 10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 팽목항의 풍경을 전한 리포트였다. KBS <뉴스9>도 같은 날 18번째에 배치한 리포트 <세월호 유가족 첫 추석, 눈물의 ‘합동 기림상’>를 통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그리고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 참사로 떠난 자녀 등 가족의 빈자리를 견디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KBS와 SBS가 추석 당일 세월호 유가족들의 추석 풍경을 전한 까닭은 무엇일까. KBS <뉴스9> 리포트 말미에 있는 기자 멘트에 이유가 있었다. “참사 이후 처음 맞은 명절,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겐 빈자리가 더욱 아프게 느껴지는 하루였습니다.”

설과 함께 민족의 명절로 꼽히는 추석, 어이없는 사고로 한 순간에 생때같은 자식과 가족을 잃은 유족들에 대한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슬픔에 대한 공감, 바로 그 때문이었다. 어제 오늘 여야가 전하고 있는 추석 민심 속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한 생각들이 엇갈리는 것과 상관없이 “넉넉하고 푸근하지 못한” 추석을 보낸, 한국 사회의 약자 중 약자들에 대해 언론이 보여야 할 최소한의 관심 말이다.

하지만 MBC가 주목한 풍경 속 세월호 유족들은 없었다. 같은 날 MBC <뉴스데스크>엔 실향민들(3번째 리포트 <임진각에서 향수 달랜 실향민들…도심 곳곳 문화행사 열려>)에 대한 안타까움과 시댁과 처가를 둘러싼 부부 등 가족의 갈등(5번째 리포트 <‘명절증후군’ 가족관계 균열 부른다…처가와의 갈등 커져>)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는 있었지만, 세월호는 아니었다. 앞서 MBC <뉴스데스크>는 추석 전날이었던 지난 7일엔 긴 연휴 동안 혼자 있을 반려동물의 스트레스에 대한 우려와 함께 애견호텔 특수 현상을 전하기도 했다.

▲ 9월 7일 MBC <뉴스데스크> ⓒMBC
MBC의 이런 모습은 추석 연휴가 본격 시작된 지난 6일부터 10일부터 계속됐는데, 이 기간 동안 MBC는 단 한 차례도 <뉴스데스크>에서 세월호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KBS <뉴스9>와 SBS <8뉴스>가 각각 두 개, 세 개의 세월호 관련 리포트를 보도한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문제는 KBS와 SBS의 보도 역시 돋보일 정도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일례로 SBS <8뉴스>는 지난 8일 안산 합동분향소에 차려진 세월호 유족들의 기림상과 진도 팽목항의 실종자 가족들의 추석 풍경은 전했지만,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농성 중인 서울 광화문 광장의 유족들에겐 눈길을 보내지 않았다. 반면 JTBC <뉴스9>은 지난 6일부터 10일 사이 열 두개의 관련 리포트를 배치하며, 안타까운 추석을 보낸 세월호 유족들에 대한 스케치 외에도 표류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여야 모두에 책임을 묻는 여론 등을 조명했다.

하지만 MBC는-프란치스코 교황의 표현의 빌자면- 한국 사회의 약자 중 약자들이 토로하고 있는 아픔에 대해 KBS와 SBS에서 보인 최소한의 공감조차 표시하지 않았다. 굳이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도 건넬 수 있는 인간적인 위로와 공감조차 말이다. 상처받고 소외당한 이에 대한 최소한의 애정조차 표시하지 않은 언론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추석 연휴 동안 MBC가 던진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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