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심야 틈새 ‘2049 세대’ 공략 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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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예능 신흥 강자로 부상 …교양 융합 포맷 개발 위해 조직개편

요즘 안방극장 심야시간대는 JTBC가 꽉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초 시사와 예능을 결합한 <썰전>으로 처음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은 JTBC 예능 프로그램은 <히든싱어>, <마녀사냥>, <비정상회담>까지 연타석 홈런을 날리면서 안방극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이제 시청률 1% 안팎의 무시할 대상이 아니다.

JTBC 인기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지상파 시청률을 웃도는 경우도 이젠 드물지 않다. 지난 15일 방송된 <비정상회담> 시청률은 4.964%(닐슨코리아 집계, 유료가구 기준)로 동시간대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4.6%를 앞섰다. 지난 13일 <히든싱어>는 같은 시간대에 전파를 탄 KBS 2TV <인간의 조건>의 시청률 5%보다 높은 5.415%를 기록했다.

인기를 끈 JTBC 예능과 유사한 프로그램이 다른 방송사에서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KBS <나는 남자다>는 방송 전부터 ‘솔직한 남자들의 여자이야기’를 내건 <마녀사냥>의 베낀 것이 아니냐는 눈총을 받았다. MBC가 최근 정규 편성을 확정한 <헬로 이방인>은 외국인들이 집단으로 출연한다는 점에서 국경없는 토크쇼 <비정상회담>을 떠올리게 한다.

▲ JTBC <비정상회담> 포스터.

■ 주말예능 경쟁 피해 심야시간대 집중 = 다른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과 함께 ‘저질방송’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았던 개국 초기와 비교하면 급격한 위상 변화다. JTBC 보도가 주목 받기 시작한 건 ‘손석희의 힘’이 컸지만 JTBC 예능의 부상은 틈새시장을 노린 전략이 적중한 측면이 강하다. JTBC 예능이 단기간에 예능의 유행을 이끄는 선두주자로 발돋움 할수 있었던 데는 밤 11시대를 집중 공략한 선택과 집중, 타깃 시청층의 차별화가 통했다는 분석이다.

JTBC 인기 예능 프로그램은 유재석 등 톱 MC을 내세운 지상파 프로그램도 맥을 못 추는 ‘마의 11시대’에 포진돼 있다. 김시규 JTBC 제작국장은 “11시대 심야시간에 매진한 지는 1년 반 정도 됐는데 그 전까지는 지상파 주말 예능 프로그램과 같은 시간에 주력 프로그램을 내보내기도 했다”며 “하지만 시행착오를 겪은 뒤 주말에 에너지를 쏟는 지상파를 피해 JTBC가 상대적으로 잘 할 수 있는 시간대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JTBC도 개국 초기에 오디션프로그램 <메이드 인 유>, <신화방송> 등을 주말 저녁에 편성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몇차례의 실패가 누적되자 지상파 3사간에도 경쟁이 치열한 주말예능보다는 심야시간대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JTBC의 이런 시도는 스마트 미디어의 발달로 달라진 시청 행태와도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지상파에선 주말에 역량을 집중하고 심야시간대는 관습대로 전연령대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경향이 아직까지 있다”며 “이 시간대의 시청층은 습관적으로 TV를 켜놓은 중장년층과 다르게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 JTBC 사무실에 각 예능 프로그램'2049' 목표시청률과 실적이 표시된 화면이 설치되어 있다.

■ 지상파보다 젊고 케이블보단 성숙한 ‘2049세대’ 겨냥 = 전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는 지상파와 젊은층에 주력하는 CJ E&M와 다른 타깃시청층을 설정한점도 주목된다. JTBC는 5060대까지 포용하는 지상파보다는 젊고 ‘1034’세대를 겨냥한 tvN, Mnet보다는 폭넓은 ‘2049세대’를 주된 시청층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마녀사냥>은 20~30대를 주시청층으로 하지만 <히든싱어>나 중견스타의 가상 재혼을 소재로 삼은 <님과 함께>는 타깃 시청층의 폭이 넓은 편이다. ‘2049’시청률은 광고주들이 광고 구매를 결정하는 주요 지표로 삼고 있기도 하다.

tvN 한 관계자는 “요즘 선전하고 있는 JTBC 예능의 면면을 보면 CJ와 지상파 중간에서 차별점을 찾은 것 같다”며 “지상파에서 JTBC로 건너 온 PD들이 초반에 실패를 경험하면서 tvN이나 Mnet보다는 시청층이 넓고 지상파 보다는 각이 있는 기획으로 나름의 해답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상파에서 JTBC로 자리를 옮긴 PD들의 공도 크다. JTBC 예능 PD 45명 가운데 20명은 지상파 출신이다. <히든싱어>를 연출하고 있는 조승욱 PD는 KBS에서, <비정상회담> 임정아 PD는 MBC에서, 정효민 <마녀사냥> PD는 SBS에서 건너왔다. 하지만 이 PD들이 단번에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무릎팍도사> 등을 성공시키면서 MBC를 대표하는 예능 PD로 꼽혔던 임정아 PD도 JTBC로 이적한 후 초반에는 시원찮은 성적표를 받았다. <칸타빌레>, <남자의 그 물건> 등을 거쳐 이번에 <비정상회담>로 대박을 터트렸다.

JTBC는 하반기에 2~3개의 신규 예능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22일 가을 개편에 앞두고 예능국 조직에도 변화를 줬다. 예능국에서 제작국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예능과 교양을 융합한 프로그램의 제작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3개였던 제작팀을 5개로 늘렸다.

▲ JTBC <마녀사냥>.

■ 상승세 계속 이어질까 = JTBC 예능의 고공행진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후발주자의 선전을 바라보는 지상파에선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지상파의 예능 PD는 “JTBC가 반응이 좋은 프로그램들을 배출했지만 인적 구성 제작 능력 등을 보면 지상파와 경쟁을 논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평가한 뒤 “프로그램 인기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지상파, 종편 할 것 없이 갈수록 늙어가고 있는 시청자의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상파 관계자는 “JTBC 예능의 선전으로 앞으로 지상파와 케이블 할 것없이 새로운 예능 콘텐츠를 더 많이 쏟아낼 것이고, 경쟁도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JTBC가 초기 지상파에서 PD들을 대거 영입해서 콘텐츠에 의욕적으로 투자한 것을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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