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현 밴드 평양공연의 여음(餘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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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밴드 평양공연의 여음(餘音)
  • 승인 2003.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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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이라크 전쟁이 끝나자 한반도 기류가 오히려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북한과 미국간 대화의 물꼬가 트이고 남북한 사이의 교류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삼천리 금수강산이 포연에 휩싸이지 않을까 염려하던 사람들은 돌발변수를 경계하면서도 모처럼의 대화분위기에 고무되어 있다. 주가도 오른다.한반도 정세는 외부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아 왔지만 최근에는 서울과 평양의 정치지도자들 역할이 커졌다. 당국간의 정치적 고려가 대화분위기 조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충분한 정치적인 고려를 수반한 교류의 효과는 위력적이다. 거미줄처럼 복잡한 법규정들로부터 비교적 자유스러운 것이 정치적 교류다. 어지간한 강심장이나 투사가 아니고는 개인이 감히 통일사업에 발을 담글 수가 없었다. 결국 남북한 대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은 정치권이 맡을 수밖에 없었고 그 공로(?)도 인정해야 한다.그러나 정치적 교류의 한계는 있다. 그것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진행된다. 경제교류는 정치적 교류에 비해 보다 실질적이다. 쌀과 비료는 북한주민들에게 남한의 동포애를 전해주는 실증적 증거다. 물품전달이 잦아지면서 북한에서도 믿을 사람은 동포뿐이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경제교류의 효과는 투자물량에 비례한다. 남북경제의 여건상 비용이 많이 든다. 잡음도 뒤따른다. 실질적이지만 현실적 한계가 있다.남북한간의 문화교류는 정치적, 경제적 부담이 덜하다. 공통의 민족정서에 호소할 경우 남북한간의 동질성회복도 쉬워진다. 정치경제교류가 외형적 통일을 우선시 하는 거시적 사업이라면 문화교류는 동포의 가슴을 녹이는 미시적 작업이다. 그러나 남북한간의 문화적 이질감 때문에 어느 일방에게만 수용 가능하거나, 참여인원의 제한이라는 문제가 발생한다.지난해 9월 평양 동평양 대극장에서 열린 ‘2002 mbc 평양특별공연’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킨 획기적 사건이었다. 아울러 분단극복과 통일과정에서 방송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좌표를 제시해준 공연이기도 하다. 특히 ‘오! 통일 코리아’라는 타이틀이 붙은 윤도현밴드의 공연은 북한의 조선중앙 tv로 실황중계(생방송)되면서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북한의 여가시간 구조상 tv방송의 시청률은 100%에 가깝다. 생방송(실황중계)에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저녁시간대 남쪽가수의 공연을 가감 없이 본다는 것은 가히 획기적이다. 밉지 않으면서도 자신들과 다른 발성법으로 노래를 부르는 남쪽의 젊은 ‘놀새떼(오렌지족)’는 북한 주민들에게 이질적인 문화에 대한 반발감과 호기심을 동시에 불러 일으켰다. 그것은 문화충격이자 예술관에 대한 심각한 갈등이었다. 그리고 호불호(好不好)를 떠나 북한주민들의 가슴에 깊이 각인되었던 것이다. 한참 시간이 흘렀지만 윤도현의 평양공연을 얘기하는 북한주민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윤도현이 노래를 부르다가 눈물을 훔친 이유를 소상히 알고 있었다.남북방송교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여전히 일방적 퍼주기식 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이 시대에 무조건 퍼주기하는 바보는 세상에 없다. 나름대로 일종의 경제행위를 하는 것이다. 단 그 효과가 단기적으로 나타나느냐, 장기적으로 나타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윤도현의 평양공연은 통일방송을 하는 다른 제작진들의 부담을 덜어준 작품이었다.
|contsmark1|편집자 주 - sbs 오기현 pd는 방송교류 관계로 2003년 1월 2월 3월에 걸쳐 북한을 3회 다녀왔다.
|contsmark2|오기현sbs 교양국 pd|contsmar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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