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동북아 역사인식 문제, 한중일PD포럼 쟁점으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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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PD포럼] 中 책임자, 일본 작품 ‘만주침략’ 왜곡에 퇴장…韓 참석자들도 문제제기

일본 요코하마에서 진행 중인 제14회 한중일 TV프로듀서 포럼(이하 한중일 PD 포럼) 3일째를 맞이한 17일 일본의 작품을 시사하던 중 일본의 동북아 역사왜곡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라 포럼이 파행되는 일이 발생했다. 일본 출품작에서 일본의 만주침략이 사실과 다르게 묘사되자 중국 측 대표가 행사 진행 도중 퇴장하기까지했다.  더군다나 오는 18일은 일본의 만주침략이 일어난 지 83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이날 논란의 중심에 선 작품은 NHK히로시마의 다큐멘터리 드라마 <모토마치 아파트>로 한중일 PD포럼 에서 시사한 마지막 상영작이다.

<모토마치 아파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1945년 8월 6일 원자폭탄이 투하돼 폐허로 변했던 히로시마를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전쟁이나 히로시마에 대해 전혀 모르는 초등학교 5학년 류타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전쟁의 아픔, 평화의 중요성을 배운다는 이야기다.

▲ NHK히로시마 <모토마치 아파트>.
극중 류타의 할아버지는 만주에서 태어난 일본인으로, 일본 패전 후 고아가 되면서 중국에서 지내다 1972년 중일국교정상화 이후 일본으로 귀환한 인물이다. 문제는 할아버지의 성장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중국 만주 침략 사건이 나왔지만, 일본의 침략 책임은 언급하지 않은 채 일본인 고아 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만주침략’은 일본이 만주를 식민지화해 주요자원과 군수물자의 공급처로 만들기 위해 1931년 9월 18일 만주를 침략해 점령한 사건이다.

상영 중 해당 장면이 나오자 분위기가 싸늘해졌는데, ‘만주침략(만주사변)’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생략된 채 일본이 피해자로 묘사되자 중국 측 책임자는 침묵을 지키다 회의장에서 퇴장했고, 3일차 일정을 마무리한 후 진행될 사진촬영에서는 중국 측 참석자 전원이 불참했다. 결국 마지막날(19일) 예정된 각 나라 TV 정황 보고와 ‘동아시아 문화도시 프로그램 상영회’, 폐막식 등에 중국 측의 참석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같은 일본 역사관에 대해 토론 과정에서는 한국 측 참가자들이 날카로운 지적을 통해 일본 작품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 나원식 KBS PD가 작품 속에서 ‘만주침략’에 대한 역사적 사실이 명확하게 언급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PD저널
한국 측 참가자인 나원식 KBS PD는 “일본이 당시 만주를 ‘침략’한 게 확실한데, 그 부분을 단순히 전쟁이 일어났다고 표현했다. 이것이 일반적인 일본인이 갖고 있는 역사관이라고 한다면 굉장히 문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 PD는 “원폭이 일어나서 히로시마의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왜 일본 사회가 좀 더 생각하지 못하는가”라며 “많은 일본인이 원폭으로 피해를 입은 점을 전파하는 데에는 열심이지만, 그 원인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상하이의 대표적인 문화산업기업인 상하이 동방명주 그룹에서 일하고 있다는 한 한국인은 “중국과의 우정을 위해서 이 작품을 상영한 취지는 좋지만, 일본의 책임은 뒤로 한 채 일본인의 입장에서 이야기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일본 측에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지적에 작품을 연출한 오하시 마모루 NHK히로시마 PD는 “내 자신이 일본 사람이라 내 시각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른 시각을 가지지 못한 내 한계점이 드러났다”며 “지금 나온 지적을 듣고 일본인이 당사자 의식을 가지고 다른 나라 사람의 입장에서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 <모토마치 아파트>를 연출한 오하시 마모루 NHK히로시마 PD가 참가자들의 문제제기를 경청하고 있다.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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