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인호 이사장은 ‘우리 역사 바로보기-진짜 대한민국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진행한 이날 강연에서 “공산주의 입장에서 보면 민족주의 부르조아 세력을 약화시켜야 하는데, 친일파 청산이 내세우기 가장 좋은 명분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햇다.
이 이사장은 “이승만 박사가 박헌영을 만나 ‘소련과 손을 끊고 나와 손을 잡고 하자’고 제의했으나 박헌영이 거절했다”며 “그때 박헌영이 ‘친일파 청산부터 해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는데, 그건 결국 소련에서 내려온 지령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이 이사장의 주장은 해방 직후 좌익은 물론 우익 진영에서 최우선의 민족 과제로 내세웠던 ‘친일파 청산’ 요구를 소련의 지령에 따른 공산주의자들의 분열책동으로 폄훼하는 심각한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이 이사장은 이날 강연에서 친일파 청산을 위한 반민특위를 해산시킨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과거에 도전하기 위해 한학에 통달했고, 감옥에 있는 동안 서양책을 엄청나게 읽고 서양의 학문을 쌓아서 프린스턴대에서 국제정치로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이라며 “그 시대에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봐도 특출나게 동서양의 학문을 다 꿰뚫어볼 수 있는 인물”이라고 칭송했다.
이 이사장은 일제 강점에 대해 “동양에서 일본이 한국을 차지하는 것은 러시아가 한반도를 차지하고 부동항을 차지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게 서양 열강의 합치된 의견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해방에 대해서도 “일본이 연합국에 의해 패망하니까 우리가 해방됐고 우리가 틈을 타서 독립국가로 태어날 선택의 여지를 조금 가지게 됐다. ‘조금’뿐이지 전체는 어디까지나 강대국의 의지에 따라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의 일련의 강연 내용과 관련해 최 의원은 “해방 직후 친일파 청산 노력조차 ‘소련의 지령’으로 폄훼하고 공산주의 세력의 분열책동이라며 이념적 낙인을 찍는 인물이 어떻게 공영방송 KBS의 이사장 자리에 있을 수 있나”며 “이인호씨가 자신의 역사관을 마음껏 드러내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학자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