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흐름에 따른 삶, 정직하게 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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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흐름에 따른 삶, 정직하게 담고 싶었다”
[인터뷰] 25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순천’ 이홍기 독립PD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4.09.2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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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순천>을 연출한 이홍기 독립PD.
지난 25일 개봉한 영화 <순천>은 칠순의 여자 어부 이야기다. 남편 대신 평생 뱃일을 하면서 억척스럽게 살아온 윤우숙 할머니의 삶이 순천만의 사계 위에 펼쳐진다. 2012년 아리랑국제방송를 통해 방송된 동명 다큐멘터리를 영화한 작품이다. 이홍기 독립 PD의 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이 PD는 지난 25일 <PD저널>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자연의 섭리를 닮은 순박한 삶을 정통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정직하게 담고 싶었다”며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긴 할머니의 삶을 보면서 각박하게 사는 현대인이 잊고 사는 게 무엇인지’ 한번쯤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화는 50가구가 채 안 되는 순천만의 화포마을이 무대다. 물 때에 맞춰 바다에 나가는 할머니의 일상을 거리를 유지하면서 담담하게 담아낸다. 흔한 내레이션과 화려한 배경음악도 없다. <순천>은 연출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관찰자 시선을 고집스럽게 유지한다.

이 PD는 “TV는 클로즈업의 미학이 있기 때문에 등장인물에 밀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순천>은 어느 정도 거리감을 유지하려고 했다”며 “TV보다 훨씬 큰 스크린의 크기를 고려한 측면도 있지만 관객에게 생각 할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PD의 이런 의도 때문인지 검게 그을린 얼굴로 물질을 하는 윤우숙 할머니의 모습은 가을바람에 춤을 추는 억새나 갯벌을 휘젓고 다니는 망둑어처럼 순천만의 풍경이 된다.

영화는 순천의 아름다운 풍광이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한 꺼풀 벗기면 노년의 러브 스토리가 깔려있다. 윤우숙 할머니는 술을 좋아하는 남편을 살뜰이 챙기면서도 퉁명스럽게 대한다. 하지만 억척스럽게만 보인 할머니가 갑자기 찾아온 이별 앞에 토하는 애끊는 곡소리는 어떤 드라마보다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 PD는 “편집할 때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보내면서 ‘잘가 또 와’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많이 울었다”며 “한 남자의 아내로, 여섯 남매의 어머니로 자신의 여성성을 희생한 할머니의 삶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가 감동적이었다”고 전했다.

영화는 전국 개봉에 앞서 영화 촬영지인 순천에서 먼저 개봉했다. 이 PD는 “용기를 내 영화 촬영에 허락해준 분들에 대한 예의였다”며 “주인공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 모두 ‘우리도 몰랐던 순천의 모습을 이렇게 아름답게 그려줘서 고맙다’고 해줘서 감사했다”고 순천 주민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 영화 <순천>의 한 장면.
▲ 영화 <순천>의 한 장면.
이 PD는 40~50대에게 <순천>을 추천했다. “아무래도 고향에 노모를 둔 40~50대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영화”라며 “또 노부부의 진한 러브스토리를 보면서 남편과, 아내에 대한 생각도 바뀌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순천>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올해 몬트리올영화제에서도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은 얻었다. 일본 NHK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순천>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열악한 환경에서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이 PD는 다른 독립PD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건넸다. 그는 “독립PD들의 작품이 해외에 판매되는 사례도 늘고 있고 해외에 나가면서 TV와 영화의 경계도 이미 무너졌다”며 “독립PD들도 TV에만 머무르지 말고 과감하게 해외 시장이나 영화시장에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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