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을 끝내고… MBC ’불패신화 무노조삼성’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지막 성역은 무너졌다

1. 방송이 끝난 일주일 뒤에도 홈페이지의 게시판은 뜨겁다. 무노조의 삼성 노동자들 다수에게는 풍문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이었고, 그들 또한 충격과 씁쓸함이 교차했을 것이다. 시청자들은 ‘초일류 기업’ 삼성의 한 꺼풀 벗겨진 모습에 경악과 허탈함을 느꼈을 것이고, 삼성의 경영진은 아마 대한민국에 ‘관리되지 않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이 프로그램은 삼성 60년의 역사에서 방송을 통해서는 단 한번도 견제받지 않았던 ‘무노조 신화’를 다루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2. 거대 기업 삼성을 다룬다는 것만으로 민감한 문제였으므로 조심스러웠다. 우린 절대 적대적인 출발을 하지 않는다는 당연한 입장정리가 필요했다. 첫째, 노조가 절대 善이 아니며, 당연히 무노조가 심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둘째, 삼성의 무노조 정책의 공과에 대해 경영자의 입장과 노동자의 입장을 가감없이 전달한다.셋째, 삼성 노동자의 어느 정도가 노조를 원하는 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단 두명이 될 지라도 노동자가 노조를 원했을 때 그것에 대해 탄압한다면 그것은 불법이다.결국 우리는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행위를 고발하고 왜 삼성이 무노조 정책에 그토록 집착하는지 본질적 관계를 드러내 보이고 싶었다. 3. 예상보다 취재의 어려움은 컸다. 한학수 PD와 나는 입사이래 최대의 고비를 만났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우리의 취재라인은 쉽게 잡히지 않았고, 어렵게 확보한 취재원들은 막상 인터뷰 직전에 물러났다. 그리고 그들은 삼성의 로비와 압력이 있었음을 시인해 주었다. 심지어는 어렵게 확보한 그러나 직전까지 확고부동했던 중국의 취재원조차 막상 카메라 앞에서 돌아섰다.그들은 삼성을 너무나 두려워했으며, 언론사를 결코 신뢰하지 않았다. 참담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이해하기로 했고 우리는 우리의 지난날을 반성했어야 했다. 언론에 신뢰를 주지 못한 취재원에게 우리가 어떤 취재 정보를 원할 수 있단 말인가. 삼성은 정보를 한곳으로 집중시킬 수 있는 조직력을 갖추었고, 우리의 취재 내용을 훤하게 다 알고 있을 정도의 정보력을 보여주었다. 심지어는 취재원과의 인터뷰 중에도 삼성측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벨은 끊임없이 울려댔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것은 경영진의 반론 외에도 이에 동조하는 ‘노조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삼성노동자들이 등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거대 기업의 현장에 대한 접근이 원천적으로 봉쇄되기도 했지만 취재 기간의 부족을 이유로 우리 스스로가 다잡지 못한 측면도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성역은 우리 언론도 만들어 왔던 것이다.이우환 MBC 시사교양국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