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 “무도 인기 유지, 버겁다는 생각 들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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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 400회…김태호 PD 속내 털어놔

“심적인 부담감은 성장 때보다 유지·보수 단계인 지금이 더 버겁고, 유지하는 게 이렇게 힘든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한 회 한 회 반응에 일희일비 할 단계는 아니라고 봅니다. 가장 하고 싶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처음 <무한도전>을 하면서 생각했던 ‘예능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보자’라는 것입니다.” (김태호 PD)

▲ <무한도전> 김태호 PD가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MBC
<무한도전>이 시작한 지도 9년. 지난 2005년 4월 23일 <토요일>의 코너 중 하나인 ‘무모한 도전’으로 첫 방송된 이후 지난 2006년 5월 6일부터 하나의 독립된 프로그램으로 첫 걸음을 뗀 <무한도전>은 국내 최초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장르를 선보이며 예능계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5%도 안 되는 시청률로 시작해 한 회 한 회 성장을 거듭하며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무도빠(무도팬)’가 생겨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인기를 유지하고 한층 높아진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는 그만큼 고민도 깊어지고 제작진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김태호 PD는 “전보다 아이템 선정도 더 고민이 돼서 녹화를 취소하거나 미루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그만큼 우리가 먹은 나이에 대한 책임감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PD는 책임감의 중심에 있는 것, 위기 속에서도 굳건히 버티며 400회를 이르게 한 힘은 “<무한도전>의 가능성을 믿고 기다려주고 지지해준 시청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무한도전> 김태호 PD와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 6명의 멤버들은 10일 오후 1시 서울 상암동 MBC신사옥 골든마우스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400회를 맞이한 소감과 지난날의 소회를 밝혔다.

김태호 PD “중요한 건 시청자와의 ‘소통’”

프로그램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연출을 맡고 있는 김태호 PD는 <무한도전> 아이템 선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청자와의 ‘소통’이라고 말했다.

김 PD는 “초창기에는 이런 걸 해볼까 저런 걸 해볼까 쉽게 떠오르는 것 위주로 아이템을 기획해도 멤버들의 캐릭터가 신선했기에 어떤 옷을 입혀도 재밌었다”며 “그러나 점차 우리들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무엇으로 귀중한 토요일 저녁 1시간 30분을 시청자들이 아깝지 않게 느끼도록 만들어야 하나 생각하게 됐다. 그러나 어떤 특집, 아이템을 하건 항상 잊지 않고 중시하는 게 ‘공감’과 소통이라 표현할 수 있는 ‘시청자와의 교감’”이라고 강조했다.

시청자들과의 공감과 소통은 시청률이 하락하는 위기를 넘기고, 멤버가 중도하차하는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또한 시청자들의 반응 하나하나는 <무한도전>을 성장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김 PD는 지금의 <무한도전>은 성장단계를 지나 ‘유지·보수’단계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김 PD는 “지금은 <무한도전>보다 재밌는 아이템도 많아졌고 채널도 많아졌다”며 “심적인 부담감은 성장할 때보다 유지하고 보수할 때 더 버겁다. 유지하는 게 이렇게 힘든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시청률 위기, <무한도전>만의 색깔 추구해야”

많아진 채널만큼이나 TV를 시청할 수 있는 미디어가 다양해진 점 역시 <무한도전>이 갖게 된 새로운 숙제다.

젊은 시청자층이 TV가 아닌 다른 미디어로 빠져나가고, 이에 따른 시청률 하락이 발생한 것은 <무한도전>을 비롯한 모든 TV 프로그램의 고민이다. 한때 시청률 30%를 돌파했던 <무한도전>도 최근에는 10% 초반대의 시청률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실질적인 <무한도전> 시청자층과 시청률을 좌지우지 하는 중·장년층 모두를 아울러야 한다는 것 역시 <무한도전>의 숙제 중 하나가 됐다.

이에 대해 김 PD는 “20세~49세 주 타깃층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다보면 의도치 않게 ‘위기설’에 빠지기도 하고, 가끔 ‘무도빠’다 아니다 싸움도 낳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한 번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연령대별, 타깃별로 반응을 예측해야 하는 업무까지 하다 보니 부담도 된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러나 김 PD는 이럴 때야말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PD는 “꿈꾸는 이상향의 아이템은 모두가 만족할 만한 아이템을 뽑아내는 것이다. 모든 연령대를 커버할 수 있는 소구책이 무엇일까 생각하다보면 나오는 결국 ‘웃음’과 ‘재미’”라며 “매주 회의 때마다 녹화가 끝나고 이야기하는 가장 큰 주제는 ‘이게 무도다운 걸까? 무도에서 해도 될까?’ 라는 것이다. ‘무도다움’, 즉 우리의 색깔을 분명히 유지해나가는 게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무한도전> 멤버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가 10일 오후 1시 서울 상암동 MBC신사옥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MBC
<무한도전> 멤버들 “한 회 한 회 열심히 하다 보니 400회…감사하다”

6명의 멤버들도 400회에 대한 각자의 소감을 밝혔다. ‘유느님’ 보다 ‘유반장’으로 불리는 게 더 좋다는 “우리들이 시작할 때만 해도 400회까지 오리라 상상도 못했다”며 “한 주 한 주 열심히 해 왔는데 400회가 됐. 진심으로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8년 간 2인자, 깨알, 거성, 악마의 아들 등 수 많은 별명을 얻은 박명수는 “(기자들이) 많이 올 줄 알았는데, 기대 밖이지만 감사드린다”며 “한 회 한 회 하다 보니 400회가 됐다. 너무 기쁘게 생각한다. 오늘 이 시간까지도 녹화하다가 올라왔는데 그 점 이해해 달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해 방송된 <무한도전> 8주년 특집 ‘더 뮤지컬 무한상사’ 3부작에서 어수룩하지만 착한 ‘정 과장’ 역할로 호평을 받은 정준하는 “400회가 와서 행복하기도 하고, 400회까지 되면서 생각해보니 감회도 새롭다”고 말했다. ‘무한상사’는 무한상사라는 가상의 회사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콩트 형식의 특집이다.

‘형돈이’라는 스스로의 이름이 하나의 캐릭터가 된 정형돈은 “내년에 10주년을 맞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10주년 때는 더 많은 분들이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성으로 <무한도전> 내에서 ‘돌+아이’로 대표되는 노홍철은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형들과 똑같은 마음이다”라며 “처음부터 <무한도전>을 한 사람은 3명(유재석, 노홍철, 정형돈)이다. 치중해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해 기자들로부터는 웃음을, ‘비(非) 원년멤버’로부터는 원성을 들었다. 여기에 덧붙여 유재석은 “진정한 400회는 우리 3명”이라고 말해 기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자신의 작은 키를 자신만의 매력으로 만든 ‘상꼬맹이’ 하하는 “400회를 축하해줘서 감사하다. 형돈이 형과 명수 형이 이거 ‘몰카(몰래카메라)’ 아니냐고 했는데, 다 기자분들 맞으시죠? 명수 형이 눈치 빠른 척 해서”라며 “오늘 재밌게 기자회견을 하고 10주년도 기대하면서 오늘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재치 있는 소감을 밝혔다.

김태호 PD “박수칠 때 떠날 것”

마지막으로 김태호 PD는 언젠가 다가올 <무한도전>의 마지막에 대해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팬들이 남아 있고, 팬들이 박수를 쳐줄 때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김 PD는 “가장 하기 힘든 고민이 마지막을 어떻게 장식할까 이다. 개인적으로 쉽지 않을 거 같지만, 그렇다고 신파적으로 끝내는 것도 <무한도전> 같지 않을 것 같다”며 “즐겁게 축제다운 분위기로 끝나지 않을까 싶다. 결국 박수 치던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해야 예능 프로그램은 운명을 다하는데, 조금이라도 박수 치는 분들이 계실 때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8일 방송되는 <무한도전> 400회 특집에서는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 6명의 멤버들의 1박 2일간의 여행과 서로에 대한 솔직한 속마음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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