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보기] ‘슈퍼맨’이 높게 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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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가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다. 15주 넘게 일요예능 시청률 1위를 수성한 것은 물론 매주 기록하는 수치 자체가 장안의 화제였던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 수준이다. 후발주자로 출발했지만, 어느새 원조를 가볍게 누르고 치열한 삼파전 양상을 띠던 일요예능계를 평정한 진짜 슈퍼맨이 됐다.

지상파 방송 3사가 모두 편성 중인 육아예능에서 유독 <슈퍼맨>이 치고 올라간 것은 애초에 MBC <아빠 어디 가>에서 영감을 얻고 방향을 잡았던 ‘아빠 육아’의 범주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다른 육아예능들과 비교해보자. SBS <오 마이 베이비>는 출사표를 던질 때마다 진짜 일상적인 육아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하고, 원조인 <아빠 어디 가>는 아빠와 자녀, 동생을 비롯한 가족, 그리고 친구 등등 ‘관계 맺기’를 통한 성장에 방점을 둔다.

반면 <슈퍼맨>은 가장 방송다운 길을 택한다. 한 집안의 전성기, 가장 행복하고 단란한 한때, 즉 행복을 가장 방송답게 전시한다. 사는 데 있어서 늘 좋은 일만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부부·가족이라도 서로 마음이 안 맞는 일과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다. 경제적인 문제, 육아 스트레스와 여러 현실의 압박과도 같은 파도도 녹록지 않을 것이다.

▲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하지만 <슈퍼맨>은 이런 모든 불편한 것들을 정형해내고 보기 편한 부분을 제공한다. 게다가 쌍둥이에다 세쌍둥이까지, 일상적이지 않은 흥미로운 볼거리로 포장하니 눈길을 끌 요소도 충분하다. 그럼으로써 우리네 삶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서 느끼는 일상의 공감대도, 연예인의 삶을 엿보는 재미도, 사랑스런 아이들을 귀여움을 넘어서는 판타지가 생긴다. 이것이 <슈퍼맨>이 뜰 수 있었던 승부의 키다.

유복한 집 안에서 애처가 남편이 토끼 같은 자식을 도란도란 키우는 단란한 가족의 이미지. 마치 보험회사 광고 속에서 봄직한 가족의 모습이 현실로 생생하게 우리 안방에 전파된다. 송일국이 온갖 고생을 하면서 아내의 생일 이벤트를 준비하고, 아내를 만난 날을 떠올리며 “내 인생에 광복이 온 거죠”라고 말하는데, 부러워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1인 가구가 전체가구수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이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이상적인 행복한 가정의 이미지는 충분히 많은 사람에게 기쁨과 위로가 된다.

행복의 전시는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바다. 육아 예능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도 어린아이들의 귀여운 표정과 엉뚱한 행동이 즉각적인 행복감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추사랑은 이러한 일차원적인 단계에서 <슈퍼맨>을 견인했다면 송일국네 세쌍둥이는 행복한 가정의 모습, 헌신적이고 다정하며 사랑스런 가족의 모습을 통해 행복한 판타지를 선사한다.

방송 인터뷰 중 이휘재는 자신의 가족을 완전체라고 표현했다. 그의 아내인 문정원 씨도 연애편지 한 통 없이 온통 각서만 존재하던 다소 불안하고 코믹한 연인이었고, 어쩌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쌍둥이를 낳게 됐지만 지금은 ‘완벽한 가족’을 이루게 됐다고 말한다. 완벽한 가족에 대한 로망과 판타지, 그 대리만족의 심리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슈퍼맨>의 시청률과 인기가 나오는 것이다. 바로 이 행복한 이미지의 전시가 아류, 베끼기 논란 너머로 <슈퍼맨>을 높게 날린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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