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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PD협회 미래방송 간담회 ①]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와 방송의 미래

KBS PD협회(회장 안주식)가 방송의 미래에 대한 준비와 공감대가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미래준비위원회를 설립했다. 미래준비위원회는 지난 9월부터 매달 한 번 미디어업계의 미래를 고민하는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9월 30일 서울 여의도 KBS PD협회 사무실에서 열린 첫 번째 간담회 주제는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와 방송의 미래’다. 세계 최정상급 신문사인 뉴욕타임스가 생존을 위해 마련한 자체 혁신 보고서를 통해 방송의 미래를 전망하기 위한 것이다.

이 자리에는 IT 업계에서 요즘 가장 바쁜 사람으로 통한다는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와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를 번역하기도 한 조영신 SK경제경영연구소 박사 그리고 KBS PD협회 미래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인 고찬수PD가 참석했다.  <PD저널>은 지난 10월 10일자 KBS PD협회보에 게재된 간담회 내용을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편집자>

▲ 지난 9월 30일 서울 여의도 KBS PD협회 사무실에서 열린 KBS PD협회 미래준비위원회 주최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와 방송의 미래’를 주제로 한 간담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 KBS PD협회

1.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와 방송의 미래
2. 밖에서 본 KBS의 미래
3. 웹드라마는 드라마의 미래인가?
4. 라디오의 미래
5. 한류와 해외 콘텐츠 시장
6. 스마트TV
7. 소셜TV와 빅데이터 TV
8. 무인자동차-웨어러블 시대의 미래방송
9. Zero TV vs TV Everywhere
10. 한국에서도 미디어 분야의 혁신이 가능할까?
11. 미래를 위한 방송사의 준비
12. 토크콘서트 : 1년 결산

고찬수: 요즘 미디어 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해주신다면?

조영신 : 앞으로 뉴욕타임스가 변화하는 시대에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 하는 화두를 던진 것으로 사실 내용만으로 보자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종이신문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회사가 더 이상 종이신문을 중시하지 않겠다고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를 선언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뉴욕타임스가 신문 산업의 침몰 과정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디지털 전환을 실험하면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담은 보고서로 방송에 적용시켜 보면 아주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
정지훈 : 보고서의 핵심은 ‘파괴적 혁신’이라는 개념인데,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 비용 절감이 일어나고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저비용 저품질 서비스가 고품질의 서비스를 압도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바탕을 두고 미디어 업계의 파괴적 혁신가들과 뉴욕타임스를 비교하여 미래에 살아남을 전략을 세우고 이에 대한 실험을 감행하여 앞으로의 변화 방향에 대해 모색을 해본 것이 이 보고서의 내용이다. 파괴적 혁신이론에서는 커다란 공룡은 절대 변할 수 없다고 보고 새로운 혁신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고 하였는데, 세계 최고의 신문 공룡 기업인 뉴욕타임스가 파괴적 혁신에 대한 대대적인 실험을 하였다는 것에서 큰 의미가 있는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고찬수 : ‘파괴적 혁신’이 공룡에서 일어나기 어렵다면, 뉴욕타임스와 한국의 지상파 방송사들의 혁신은 성공 가능성이 없다는 것인지?

정지훈 : 확률이 낮다는 것이지 못 한다고 볼 수는 없다. 미국의 IBM 같은 공룡 기업도 여러 차례의 위기를 혁신으로 넘어섰다. 확률적으로 대기업의 조직 구조 상 어려움이 많지만 그렇다고 혁신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말라 죽게 된다. 확률이 신생 혁신기업에 비해 낮다고 하더라도 혁신을 해야 한다. 사실 거버넌스만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가능한데, 전체 조직의 혁신이 어렵다면 분사 전략도 유효하다. 대기업이 현재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미래의 혁신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고찬수  : 혁신보고서의 내용을 방송사에 적용한다면 의미 있는 대안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정지훈 : 파괴적 혁신 주기를 보면 처음에는 싸고 조악한 수준의 제품이 혁신가들에 의해 시장에 나타나는데 기존 주류 기업들은 이 제품들을 평가절하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적용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질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이 혁신 기업들의 제품을 괜찮은 수준이라고 느끼는 때가 오는데, 그 때부터 혁신기업이 빠르게 발전을 하게 되고 기존 주류 제품을 새로운 제품들이 대체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를 방송에 적용해 본다면 ‘유튜브’에 일반 네티즌들의 동영상 제작물이 조악한 형태로 처음 등장을 했다가 ‘1루수가 누구냐?’ ‘대도서관의 게임방송’ 등 점점 소비자들이 괜찮은 수준이라고 여기게 된 동영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제는 ‘트위치’처럼 유튜브 게임방송 채널로 구독자수 1000만이 넘는 성공한 게임 미디어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트위치는 현재 세계 최고 영향력의 게임미디어로 구글에 인수가 된다고 했다가 아마존이 2조원에 인수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방송 분야는 신문 업계처럼 아직 기존 주류 기업이 줄 도산하는 사태는 발생하고 있기 않지만 새로운 방송 혁신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조영신 SK경제경영연구소 박사
조영신 : 예전 아날로그 시대의 미디어 특징은 패키지로 승부를 보았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도 뉴욕타임스라는 브랜드를 갖고 패키지로 승부했고 지금의 영향력을 확보했다. 그런데 디지털 미디어의 형태가 바뀌면서 콘텐츠가 쪼개지는 언번들링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과거에는 뉴욕타임스에 실린 기사는 뉴욕타임스가 가진 브랜드에 의해 패키지로 소비자에게 판매되었기 때문에 비싼 값에 판매가 가능했는데, 이제 디지털 시대에는 뉴욕타임스 기사와 신생 신문사의 기사가 기사 대 기사로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 기존의 주류 미디어 사업자들은 디지털로의 전환을 막으려는 수동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자신들이 아날로그 시대에 얻은 영향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디지털 시대의 언번들링 현상을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앞에서 성공 사례의 대기업으로 이야기한 IBM은 완전히 기존의 것을 버려서 성공을 한 것이다. 대단히 영민한 기업이 아니면 기존의 것을 버리고 혁신을 하는 방식을 채택하지 못한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고찬수 :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종이 신문으로 보는 독자들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지만 사실 아직까지도 이 신문의 대부분의 수익이 종이신문에서 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고민과 비슷한 것들이 한국의 지상파 방송사들에게도 있다. 고품질의 TV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지상파 방송사의 최대 장점이고 아직도 TV 시장이 건재한데 방송사들이 지금 TV에 의존하던 것을 완전히 버리고 새로운 ‘디지털 퍼스트’라는 위험한 도전을 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전략인가?

조영신 : 물론 아직 전 세계 방송 쪽은 광고가 바닥을 치지 않았다. 이제 방송 광고 수익이 급감을 하고 있는 지금은 디지털 전략과 관련해서 방송사가 의사 결정을 하기가 아주 어려운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결국은 해야만 한다.

정지훈 : 미국에서는 독립 스튜디오들의 콘텐츠 품질이 크게 향상되고 있기 때문에 기존 방송사의 프리미엄 전략은 앞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젊은층의 미디어 소비 패턴이 달라졌다. 미디어에서 명품을 인정하지 않는 현상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고비용 콘텐츠를 생산하는 구조를 가진 미디어 기업은 앞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이다.

고찬수 : 보고서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뉴욕타임스 기자들의 자부심처럼 한국의 지상파 방송 PD들의 자부심도 대단히 크다. 그래서 저비용의 유튜브 콘텐츠와 경쟁을 해야한다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쉽게 내려놓기가 어려운 부분이다.

정지훈 : 내려놓지 않으면 사고의 틀이 열리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다. 방송사들의 비용 구조가 유튜브 등의 혁신 기업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기존의 방식으로 방송사의 수익 구조가 당분간은 지속이 될 수 있겠지만,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혁신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고찬수 : 얘기를 들어보면 방송사의 미래가 많이 암울하다.

조영신 : 예, 암울해요.

정지훈 : 많이 암울해요.

고찬수 : 최근 미디어 업계에서 성공한 사례를 찾아볼까요?

정지훈 : 이미 미디어 업계에서 혁신 기업을 넘어서 헤게모니를 장악한 유튜브와 아마존이 현재는 전 세계 방송사에 가장 위협적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들도 파괴적 혁신이라는 과정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조영신 :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넷플릭스가 가장 눈에 띄는 미디어 업계의 혁신 기업이라고 본다. 독특한 리번들링(컬랙션) 전략으로 외줄타기를 하면서 현재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다.

▲ 고찬수 KBS PD
고찬수 : 그렇다면 미래를 대비한 KBS 같은 한국 지상파 방송사의 전략은 어때야하나?

정지훈 : 기존의 미디어 기업에서 배울 것이 아니라 혁신 기업에게서 배워야 한다. 언번들링 추세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각각의 PD가 개인 브랜드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기존 편성표에 매인 콘텐츠는 혁신적일 수가 없으니 새로운 플랫폼을 겨냥한 저비용 혁신에 대한 깊은 고민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미디어 업계의 혁신 기업들은 모두가 저비용 콘텐츠를 통한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방송사 조직문화가 PD들이 자유롭게 저비용 콘텐츠를 기획/제작할 수 있는 분위기로 바뀌어야 한다.

조영신: 지금은 다른 것보다는 조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콘텐츠에 대한 고민보다 더 중요한다고 본다. 기존 지상파 인력은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없기 때문에 결국 외부 조직원을 활용하다가 조직구조 문제 해결에 실패한 신문사의 모습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콘텐츠를 만드는 구성원과 주요 TV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구성원을 동등하게 대우할 수 있는 조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지훈 : 과거의 편성 중심의 조직에서 탈피하여 지금은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꾸준하게 히트 상품을 낼 수 있는 새로운 조직 구조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더 미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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