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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의사결정 못 보지만 NHK는 볼 수 있다

공영방송 이사회 방송법 개정 취지 무색케 한 회의록 공개 ‘논란’ 김세옥 기자l승인2014.10.17 17: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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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시청자들이 일본의 공영방송 NHK의 관리·감독기구인 NHK경영위원회의 의사결정 과정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정작 매달 2500원의 수신료를 부담하는 KBS의 관리·감독기구인 KBS이사회의 논의는 확인할 수 없는 모순에 직면하고 있다. 회의 공개 의무는 KBS이사회와 NHK경영위원회 양측 모두에 부여돼 있지만, 홈페이지에 속기록에 준하는 의사록을 게재하고 있는 NHK와 달리 KBS이사회는 속기록을 공개하는 대신 신청인에 한해 열람토록 하는 운영 세칙을 제정한 탓이다.

속기록 공개 대신 ‘열람’ 하라는 KBS 이사회

국회의 방송법 개정으로 지난 9월 4일 이후 공영방송 이사회엔 회의 공개 의무가 부여됐다. 이사회는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 그중에서도 공영방송을 관리·감독하는 공적기구임에도 그간 회의 공개의 의무가 없어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사장 선임과 해임(혹은 해임 제청) 등 중요한 책무를 맡고 있는 공영방송 이사회 논의의 결론뿐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을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들은 알 권리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고, 그 결과 방송법 개정이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법 개정을 통해 공개 의무가 부여된 이후에도 공영방송 이사회들은 세칙의 부재를 이유로 한동안 회의 공개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더니, 시간을 끌며 마련한 세칙으로 ‘반쪽짜리’ 공개 방침을 만들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곳은 KBS이사회다. 국민의 재산인 주파수를 사용할 뿐 아니라, 2010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2000만 가구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1600만 가구로부터 매달 2500원의 수신료를 받고 있는 KBS는 사실상 국민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공영방송의 대표 격이다. 하지만 이런 KBS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담당하고 있는 KBS이사회가 회의 공개 의무를 부여한 개정 방송법과 온도차가 있는 세칙으로 그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는 지적을 KBS 안팎에서 받고 있다.

KBS이사회가 지난 1일 마련한 회의 공개 관련 세칙에 따르면 앞으로 이사회는 언론은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 회의 방청을 허용하고 의사록도 공개한다. 하지만 공개하기로 한 의사록은 회의 일시와 장소, 출석인원, 의결 사항과 의안 제안자, 요약된 회의 내용 등만을 포함할 예정이다. 논의 과정에서 오간 이사들의 구체적인 발언 등이 담긴 속기록은 작성만 하고, 요청이 들어올 시 열람을 허용하는데 이 또한 이사들의 의결을 거쳐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KBS이사회와 마찬가지로 회의 공개 의무가 부여된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선 회의뿐 아니라 의사록, 속기록도 모두 공개하고 있다. 비공개 사항은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제외한다.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비공개를 예외로 하고 있는 것이다.

  ▲ (사진 위) NHK경영위원회 홈페이지에선 지난 2000년 9월 5일부터 올해 9월 24일에 열린 회의 의사록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아래) 2011년 12월 6일 열린 NHK경영위원회 회의 의사록. 유럽방송연합 회의에서 화제가 된 NHK 지진 보도와 관련해 보고를 받고 이에 대해 위원들이 저마다 의견을 밝히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NHK경영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 (사진 위) NHK경영위원회 홈페이지에선 지난 2000년 9월 5일부터 올해 9월 24일에 열린 회의 의사록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아래) 2011년 12월 6일 열린 NHK경영위원회 회의 의사록. 유럽방송연합 회의에서 화제가 된 NHK 지진 보도와 관련해 보고를 받고 이에 대해 위원들이 저마다 의견을 밝히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NHK경영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KBS와 마찬가지로 수신료로 운영되는 일본의 공영방송 NHK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NHK경영위원회 역시 홈페이지에 의사록과 함께 참고자료까지도 첨부해 대부분의 논의를 공개하고 있다. 현재(10월 17일) NHK경영위원회 홈페이지에선 지난 2000년 9월 5일부터 올해 9월 24일에 열린 회의 의사록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의사록은 KBS 의사록과 달리 회의 일시와 장소, 참석자, 의제와 의제에 대한 논의 과정과 결론 등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발언자 이름과 발언 내용까지 적고 있다.

일례로 NHK경영위원회가 지난 9월 26일 게재한 9월 9일자 의사록을 보면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은 2014년도 후반기 국내외 방송 프로그램 편성과 관련한 보고를 받았다. 후반기 편성과 관련한 정보는 의사록에 별도로 첨부돼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다. 위원들은 후반기 편성과 관련한 보고를 받은 뒤 NHK 관련 단체 거버넌스 조사위원회의 보고서와 관련한 내용에 대해 위원들이 의견을 개진했는데, 이 과정에서 NHK 정보 보안을 위해 어떤 대책이 마련돼 있는지 등에 대한 질의와 보고, 제언 등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오간 위원들의 발언은 실명과 함께 공개됐다.

NHK 정보공개 논의 보고서 “수신료 지불하는 수신자 정보 요청에 부응해야”, KBS는?

NHK경영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내용의 의사록을 공개하고 있는 배경엔 일본의 방송법 제41조(회의록의 공개)가 있다. 일본 방송법은 NHK경영위원회로 하여금 경영위원회 회의 종료 후 지체 없이 경영위원회가 정하는 바에 따라 회의록(의사록)을 작성·공표하도록 하고 있으며, NHK경영위원회 규정 제6조(의결방법 등) 4항도 위원장에게 같은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NHK 정보공개와 관련한 논의는 2000년 일본 정부의 특수법인 정보공개검토위원회의 보고서에서 시작했다. 해당 보고서는 ‘NHK가 방송법 상 방송의 자유를 향유하고 수신료 징수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수신료를 지불하는 수신자의 정보 요청에 부응하는 제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NHK 정보공개의 의미를 짚었고, 이를 바탕으로 한 논의 끝에 일본 정부는 2001년 ‘NHK 정보공개 기준’을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정보공개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NHK경영위원회는 이사회 의사록은 물론 위원장 기자브리핑과 관련 자료도 모두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으며, 지난 2008년 NHK경영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방송법이 개정된 이후부턴 매회 6회 이상 전국 각지에서 시청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즉, NHK가 시청자들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NHK경영위원회에서 회의 공개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시청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는 바탕엔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과, 그런 공영방송을 관리·감독하는 기구에 주어진 권한에 비례하는 의무에 대한 인식이 있는 것이다.

  ▲ KBS이사회 회의 장면 ⓒKBS  
▲ KBS이사회 회의 장면 ⓒKBS
국회가 방송법을 개정하며 KBS이사회를 비롯한 공영방송에 회의 공개 의무를 부여한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여야 정치권의 추천을 받은 이사들이 사장 선임 등 공영방송 전반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어떤 논의를 거쳐 일련의 결정들을 행하는지 확인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합의가 아닌 수적 우위에 따른 일방적인 정책 결정으로 임명권자(추천인)의 이해를 대리한다는 의혹이 이어지며 정권의 방송장악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를 타개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해당 논의를 여야 합의로 구성한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에서 반년 넘게 진행한 이유다.

더구나 이사회 회의 공개는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보를 위해 당초 논의됐던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설치가 여당의 반대로 무산된 후 KBS 사장 인사청문회, 공영방송 이사 자격요건 강화 등과 함께 ‘최소한의’ 장치로 마련된 내용이다. 그럼에도 현재 공영방송 이사회, 특히 KBS이사회가 회의 방청은 허용하면서도 속기록은 공개 대신 선별적으로 열람토록 하겠다고 하고 있는 것으로, 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에 나섰던 취지를 제대로 구현할 의지조차 없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16일 발표한 논평에서 KBS이사회의 회의 공개방안을 두고 “회의 공개를 위한 방안이 아니라 공개 회피를 위한 방안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KBS이사회는 속기록을 공시하지 않고 공개 요청이 있는 경우에 한해 열람만 해준다는 입장인데, 결국 (이사들의) 발언 내용이 알고 싶으면 직접 KBS에 찾아오라는 얘기로 이는 시청자를 우롱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 10월 20일 기사 일부 수정.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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