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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야당도 여당도 국민의 눈에는 혐오대상이다. 그러나 이들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고 주요 인사 선발에 관여하기 때문에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무작정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언론에는 이들의 행동이나 판단을 감시하고, 공론화하는 의무가 부여된다.

문제는 이들에 대해 언론이 눈에 띄게 편파적인 보도행태를 보일 때 국민은 오판하게 된다는 점이다. KBS, MBC 등 공영방송사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낙하산 사장 혹은 내부 코드사장 선임’ 방식으로 방송의 정치적 편파성을 제도화했다. 여기에 반발하는 PD, 기자들에게는 해고 등 중징계를 내렸다. 설혹 법원에서 ‘해고무효판결’을 내려도 또 다른 이유를 내세워 공영방송사에 더 이상 발을 들이지 못하는 조치를 취할 정도로 철저하게 ‘분리, 지배’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

조·중·동이라는 이름의 민간 최대 신문사들은 똑같이 ‘종합편성채널’을 정부로부터 허가받아 ‘종일편파방송’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인 조·중·동이 이제 ‘TV조선’ ‘채널A' 'JTBC'라는 이름으로 방송에서도 맹활약하며 지리멸렬하고 있는 야당을 틈만 나면 때려주고 있다. 그런 사례는 수도 없이 많지만 가장 최근에 목격한 것은 20일자 <조선일보> “설훈 이번엔 노인 폄하, 野 이러고도 '孝道 정당' 내세우나”라는 사설이다.

▲ <조선일보> 10월 20일자 사설.

‘새정치연합 소속 국회 교육문화위원회 설훈 위원장이 10월 17일 관광공사 국정감사에서 올해 이 기관 감사에 임명된 만 78살 윤종승(예명 자니 윤)씨에 대해 “그 나이면 누가 봐도 쉬어야지 왜 일을 하려고 하나. 쉬는 게 상식”, “연세가 많으면 활동과 판단력이 떨어져 공무(公務)에 적합하지 않다고 해서 정년을 둬 쉬게 하는 것”이라는 발언을 인용해 야당을 집중포화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한국나이로 80에 가까운 쟈니윤에 대한 설 의원의 ‘낙하산 지적’에 대해 논리적 오류와 범위의 확대로 야당을 도매금으로 비판했다. 이 사설은 “대한민국의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4명 가까이가 농·어·축산업, 사무직, 서비스업, 기술직 등 다양한 분야에 취업해 일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65세 이상 노인들을 끌어들여 비판을 정당화했다.

또한 “현 야권이 주요 선거에서 거듭 패한 이유 중 하나가 50대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야당 인사들이 걸핏하면 노인들을 폄하하는 발언을 반복했던 것도 하나로 꼽을 수 있다”고 상기시켰다. 이런 정도의 논리라면 김무성 대표의 최근 행적에 대해서도 비판을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김 대표는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논의가 봇물 터지듯 나올 것”이라며 “오스트리아 식 개헌이 바람직하다”고 했고, 이 말을 들은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적극 환영한다”는 말까지 했다.

그러나 귀국한 김 대표는 단 하루만에 자신의 말을 번복하고 ‘자신의 발언에 대해 불찰이었다’고 꼬리를 내렸다. 그는 “대통령이 아셈외교를 하고 있는데 예의를 지키지 못한 것 같다”는 사과도 했다. 여당 대표의 경솔하고도 무책임한 발언, 국민이 아닌 대통령에 대한 사과 등에 대한 지적은 없다.

야당이 조금이라도 잘못하거나 논란의 빌미만 제공하면 이를 확대하여 비판하는 데 앞장서는 미디어. 여당의 경박한 행동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축소 보도하는 신문과 방송. 이런 미디어계가 그래도 불만인지 정부는 이제 인터넷, SNS(소셜미디어네트워크) 등의 여론마저도 장악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선거에 개입할 수 없는 국가의 공공기관인 국정원, 국방부 등이 사이버 사령부, 인터넷 댓글팀 등을 구성해 헌법과 선거법을 위반하는 일을 벌여도 법원은 ‘정치에는 개입했지만 선거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기상천외한 판결을 내려도 주요 미디어는 적당히 넘어가는 식이다. 입만 열면 국민의 눈과 귀가 되겠다고 하는 공영방송사와 거대 미디어 그룹은 어디에 있을까.

야당이 허약하면 여당이 타락하는 법이다. 정치가 몰락하면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 정치를 바로 세우는 일은 미디어의 가장 주요한 역할의 하나다. 이를 위해 미디어의 정파성을 극복하는 문제는 어느 때보다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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