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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PD들, 조직개편 반대 성명 발표…“교양 제작 풍토 없애겠다는 의도”

‘불만제로’ ‘원더풀 금요일’ 가을 개편 편성에서 제외

MBC 교양 PD들이 교양제작국 해체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조직개편과 관련해 “MBC에서 제대로 된 교양 프로그램이 제작될 수 있는 풍토를 아예 없애겠다는 의도”라며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20일 ‘MBC 교양제작국 PD 일동’ 명의로 낸 성명에서 “지난 2주간 교양제작국을 없애고 교양PD들과 프로그램을 뿔뿔이 흩어놓는 조직개편안이 회사에서 준비되고 있다는, 믿기 힘든 소문이 MBC 주위를 배회했다”며 “<불만제로>, <원더풀 금요일> 등 주요 교양프로그램들이 편성표에서 사라지는 가을 편성개편까지 비밀리에 준비되고 있다”고 전했다.

MBC는 이르면 이달 말까지 교양제작국을 예능국과 외주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콘텐츠협력국으로 분산 배치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이와 관련한 언론노조 MBC본부의 노사협의회 개최 요구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교양 PD들은 이번 교양제작국 해체 움직임을 김재철 전 사장 이후 시사교양 장르에 대한 지속적인 탄압의 연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012년 시사교양국은 시사제작국와 교양제작국으로 분리되고, 최승호 전 <PD수첩> PD를 비롯한 다수의 시사교양PD는 해고되거나 비제작부서로 쫓겨났다.

이들은 “한 마디로 MBC 안에서 시사·교양을 초토화시키겠다는 것”이라면서 “이미 축소될 대로 축소된 MBC의 교양부문에서 현 경영진은 국마저 해체시키고 남은 구성원을 뿔뿔이 흩어 놓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언론사로서 겪고 있는 신뢰도 추락과 수익성 악화가 교양국 하나를 희생양 삼아 탈출할 수 있는 것이냐”며 “배제와 갈등으로 점철된 조직개편으로 교양 장르의 경쟁력 강화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고 결국 MBC의 이미지 추락만을 가속화시킬 뿐”이라고 안광한 MBC사장에게 교양국 해체 시도 중단을 촉구했다.

▲ MBC 교양제작국 해체 움직임이 있는 가운데 가을 편성개편에서 대표적인 교양프로그램 <불만제로>와 <원더풀 금요일>이 폐지 대상에 올랐다. ⓒMBC 홈페이지

다음은 교양제작국 PD들이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공영방송 MBC ‘교양’을 포기할 것인가?

지난 2주간 믿기 힘든 소문이 MBC 주위를 배회했다. 교양제작국을 없애고 교양PD들과 프로그램을 뿔뿔이 흩어놓는 조직개편안이 회사에서 준비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교양제작국의 부서들을 예능국과 외주제작을 담당하는 콘텐츠협력국으로 분산 해체하는 것이 조직 개편의 주요 내용이라고 한다. <불만제로>, <원더풀 금요일> 등 주요 교양프로그램들이 편성표에서 사라지는 가을 개편까지 비밀리에 준비되고 있다. 한 마디로 MBC 안에서 시사·교양을 초토화 시키겠다는 것이다.

현 경영진은 MBC의 공영성을 얼마나 더 후퇴시키려 하는가? 시사·교양 장르는 공영방송의 위상을 재는 척도와도 같다. MBC 방송강령은 “사회적 공익 추구, 사회적 약자 보호, 품격있는 프로그램”을 방송의 목적으로 선언했고, 이러한 가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30년간 MBC 시사·교양은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다큐멘터리들인 <인간시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사랑>과 지구의 눈물 시리즈를 통해, 또한 대표적인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PD수첩>과 최초의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인 <불만제로> 등을 통해 공영방송 MBC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KBS를 비롯해 민영방송인 SBS까지도 ‘교양국’이라는 명칭으로 그 제작 집단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이다.

MBC에서 시사·교양 장르에 대한 탄압은 김재철 전 사장 체제 이후 지속되었다. 시사·교양PD의 신입사원 채용은 4년간 전무했고, 급기야 2012년에는 시사교양국을 해체시켜 <PD수첩> 등의 프로그램을 빼내 교양제작국 형태로 축소시켰다. 최승호 PD를 비롯해 많은 PD들이 부당해고 되거나 비제작부서로 쫓겨났다. 이미 축소될 대로 축소된 MBC의 교양부문에서 현 경영진은 국마저 해체시키고 남은 구성원들을 뿔뿔이 흩어 놓는다는 것이다. MBC에서 제대로 된 교양 프로그램이 제작될 수 있는 풍토를 아예 없애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MBC에서 교양국이 만들어진 지 30년. 공영방송에서 교양국이라는 존재를 없애고 교양프로그램의 숨통을 끊으려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경영진은 노동조합이 요구한 노사협도 개최하지 않고, 그 어떤 공식적인 문의도 회피하고 있다. 비겁하고 폭력적인 방식이다.

안광한 사장에게 묻는다. 어떤 이유로 조직 개편의 화두가 교양제작국 해체가 되었는가? 언론사로서 겪고 있는 전에 없는 신뢰도 추락과 방송사로서의 수익성 악화가 교양국 하나를 희생양 삼아 탈출할 수 있는 것인가? 시사·교양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같은 직종인 시사·교양PD들의 조직을 통합하고 프로그램 시너지를 복원시키는 쉬운 방법이 있는데 왜 이런 길을 마다하는가? 

MBC의 교양제작국PD 일동은 안광한 사장에게 요구한다. 교양제작국 해체를 기정사실로 하는 조직개편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라. 배제와 갈등으로 점철된 조직개편으로 “교양”장르의 경쟁력 강화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고 결국 MBC의 이미지 추락만을 가속화시킬 뿐이다. 만약 우리의 진정한 호소에도 안광한 사장이 “교양”의 해체를 결정짓는 조직개편을 단행한다면 이는 결국 불행한 결말로 끝날 것임을 우리는 경고한다.  

2014년 10월 20일 MBC 교양제작국 PD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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