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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해체→프로그램 폐지→인력 재배치 ‘3중 탄압’ 예고

조직개편 움직임에 PD들 집단 반발

<PD수첩>과 <남극의 눈물> 등의 명품 다큐멘터리와 시사프로그램이 탄생한 MBC 시사교양 조직이 공중분해 될 위기다.

MBC 관계자들에 따르면 MBC는 교양제작국을 해체하고 외주제작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콘텐츠협력국과 예능국 등에 통합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조직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프로그램 개편도 폐지설이 오르내리고 있는 프로그램의 제작진이 모를 정도로 밀실에서 이뤄지고 있다. 내부에선 경영진이 시사교양 장르를 죽이기 위해 교양국의 해체와 프로그램 폐지, 인력 재배치 등 ‘3중 탄압’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MBC는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지상파 위기 극복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MBC 측은 조직개편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조직개편안에 ‘교양국의 해체’가 주요하게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국정감사에서 김문환 방문진 이사장도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그간 성과가 적어서 그렇다는 말이 있는데 아직 확인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개편안이 이대로 확정되면 MBC에서 <불만제로>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등의 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인력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MBC 안팎에선 교양시사 장르의 경쟁력과 공영성의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MBC 본사 사옥 ⓒMBC 홈페이지
MBC 한 시사교양 PD는 “30년 전부터 MBC 시사교양국에서 공유하고 발전시켜 온 제작 노하우가 있었는데 조직이 세 개로 쪼개지면 의견 교류할 기회도 줄어들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토양 자체가 척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PD수첩>과 <휴먼다큐>, <경찰청 사람들> 등 화제와 호평을 받은 프로그램은 시사제작국에서 쌓여온 노하우와 자유로운 제작 분위기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고 시사교양 PD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MBC 조직개편의 방향은 공영방송에 더욱 무겁게 부여된 사회적 약자 보호, 권력 감시 등의 공적 책무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교양과 예능과의 장르 통합은 SBS에서도 2011년 한번 시도됐다가 “특성이 다른 조직을 통합해 혼란이 더 많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실패로 끝났다.

오는 11월 10일로 예정된 가을 프로그램 개편도 논란이다. 이번 개편에 <불만제로>, <원더풀 금요일> 등이 폐지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불만제로> 제작진은 “폐지설에 대해서 국장 등 윗선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게 없다”며 “11월 12일 방송분까지 녹화해 놓은 상태인데 폐지와 시간대 변경 등에 대해서 전혀 들은 바 없이 제작진 모두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양제작국 소속의 한 PD는 “오후 6시대에 새로 신설되는 프로그램을 맡을 외주제작사가 이미 정해졌고, 녹화 일정까지 잡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며 “내부 PD들을 프로그램 제작에서 아예 배제하고 윗선에서 관리가 쉬운 외주제작만 하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라고 말했다.

이런 정황을 고려하면 MBC가 조직·프로그램 개편을 통해 시사 교양 장르의 맥을 끊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에 힘이 더욱 실린다. 내부에선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외주사로 돌리고 남는 인력은 퇴출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나오고 있다.

MBC 조직개편을 앞두고 ‘시사교양 축소’ 도마에 오른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본부) 파업이 한창이던 2012년 MBC는 조직개편을 통해 시사교양국을 시사제작국과 교양제작국으로 나눴다. 2012년 파업의 주축이 된 시사교양PD들은 이후 조직개편과 대규모 징계 논란에서도 표적이 되어 왔다. MBC본부 관계자는 “시사교양 PD들이 뭉쳐서 일치된 목소리를 내는 것을 여전히 불편해 한다는 게 이번 조직개편안에서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교양제작국 소속 PD들과 MBC PD협회는 연달아 규탄 성명을 발표하면서 시사교양 해체 움직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MBC PD협회는 21일 성명을 통해 “교양국은 공영방송 MBC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영역”이라며 “교양국을 해체하려면 차라리 공영방송의 포기 선언을 먼저 하라”고 주장했다.

교양제작국 소속 PD들도 지난 17일 총회를 열고 ‘교양국 해체 시도 중단’을 경영진에 촉구했다. 총회에 참석한 한 PD는 “교양 기능을 죽이려는 조직개편안에 참석자 모두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며 “조직개편안이 현실화하면 <PD수첩>같은 시사프로그램은 다른 부서와 교류가 차단된 채 고립될 것이고,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제작 자율성은 사치스러운 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MBC본부는 이번 조직개편과 관련해 노사협의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회신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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