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언론실천선언 40년, 언론은 ‘유신 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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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특집 다큐 ‘40년’ , 성유보 故 전 동아투위 위원장 “깨어었는 시민이 희망”

“진실에 바탕을 두지 않는 모든 언론은 언론도 아니고 거짓말쟁이, 쓰레기다. 권력에 아첨하고 충성심을 보이고 항상 잘했다고 하는 언론이 독재언론이고 왕조언론이다.”

지난 8일 운명을 달리한 성유보 전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이하 동아투위) 위원장은 타계 열흘 전에도 ‘세월호 집회’ 현장을 찾아 언론의 보도 행태를 따끔하게 질책했다.

성 전 위원장의 마지막 육성 인터뷰가 된 이 영상에는 성 전 위원장을 포함한 <동아일보> 기자들이 유신독재에 저항하면서 ‘자유언론실천’을 발표한 40년 전과 다른 바 없는 언론의 모습이 담겨져 있었다.

<뉴스타파>가 22일 공개한 <40년>(연출 박정남, 극본 정재홍)은 ‘자유언론실천선언’ 40년을 맞아 준비한 특집 다큐멘터리다. <40년>은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이후 4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언론 자유가 억압받는 현실을 동아투위 해직 언론인들과 이명박 정부 이후 해직된 언론인의 증언을 통해 고발하고, 40년을 가로질러 이어지고 있는 자유언론 수호 투쟁의 의미를 짚었다.

▲ <뉴스타파>가 자유언론실천선언 40년을 맞아 제작한 특집 다큐멘터리 <40년>.
<동아일보> 해직기자들이 증언하는 1970년대는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가 사라진 시대였다.  윤활식 동아방송 해직PD과 문영희 <동아일보> 해직기자는 “정부 비판은 일체 허용하지 않았”고 “대한민국에 박정희 한사람 밖에 없었”던 시절로 당시를 회고했다.

유신헌법이 공포된 후 언론에도 재갈이 물렸다. 박종만 <동아일보> 해직기자는 “트럭에다 가마떼기 얹어 놓듯이 학생들을 실었다. 눈물을 흘리면서 취재를 했는데 그걸 송고하면 하나도 나가질 않았다”고 언론 통제의 실상을 전했다.

유신반대 시위가 전국에서 들끓는데도 언론이 한줄도 보도하지 않자 대학생들이 ‘언론 화형식’을 할 정도로 언론에 대한 분노도 커졌다. 김동현 <동아일보> 해직기자는 “(자유언론실천 선언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동아일보 너희 마저 그러냐고 사옥 앞에서 데모를 하는 학생들이 끌려가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라고 했다.

“민주사회를 유지하고 자유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한 기본적인 사회 기능인 자유언론은 어떠한 구실로도 억압될 수 없으며 어느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것임을 선언한다….” 부끄러운 언론의 자화상이 추동해 낸 자유언론실천선언은 4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다시 읽어봐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언론의 독립선언문이었다.

 <동아일보> 기자들이 1974년 10월 24일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한 이후 지면을 통해 유신반대 시위와 박정희 정권의 고문 등 인권 탄압 실태를 정면으로 다루기 시작하자 박정희 정권은 광고주인 기업들을 압박해 광고을 빼는 방식으로 <동아일보>를 압박했다. 시민들은 백지가 된 광고란에 자발적으로 광고 싣기 운동을 벌이며 기자들의 싸움에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동아일보> 사측은 자유언론실천에 참여했던 기자, PD 들을 해고했고, 1975년 3월 17일 새벽 농성 중이던 언론인들을 모두 밖으로 쫓아냈다. 이때 해고된 <동아일보> 기자와 동아방송 PD 160명 가운데 한명도 <동아일보>로 돌아가지 못했고, 성유보 선생을 포함해 19명이 세상을 떠났다.

세월의 흐름을 역행하듯 2014년의 사회 분위기는 술자리에서 대통령을 험담하다 붙잡혀가는 막걸리 보안법 시대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안도현 시인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안중근 의사의 유묵 보물을 소장하거나 유묵 도난에 관여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기소됐다.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세월호 집회’를 제안했다가 카카오특 대화 내용을 사찰까지 받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부녀가 대를 이어 대통령에 오르면서 언론자유의 시계도 40년 전에서 멈췄다. 이명박 정부 이후 YTN와 MBC에서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다 해직된 언론인들의 복직도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지난 8일 타계한 성유보 전 동아투위 위원장.
2008년 YTN에서 해고된 조승호 기자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성유보 선생님의 영정사진을 보면서 선배를 존경하지만 선배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혼자 말을 했다. 성유보 선배는 투사로 살았지만 투사가 아니라 YTN으로 돌아가서 다시 제대로 된 언론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제 MBC 해직기자는 “직접 (언론인들을) 감옥에 처넣고 그런 상황은 아니지만, 합법적인 명분을 동원해 언론을 탄압하고, 낙하산 사장을 보내 공영방송 체제를 권력의 치하에 두려는 움직임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언론의 현실을 진단했다.

성유보 故 동아투위 위원장은 이런 언론의 현실과 관련해 “언론 스스로 고쳐진다고 볼 수 없다. 독재도 가만히 나누면 세습까지 간다”며 “그걸 바꾸는 힘은 요즘 본격적으로 전국 곳곳에서 돋아나는 깨어있는 백성,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40년> 내레이션을 맡은 맹경순 동아방송 해직 아나운서는 “그때는 막내라서 한 게 없었다”면서도 “시간이 지나 반추해보니까 그 때로 다시 돌아가서 (자유언론수호 투쟁)을 하라고 해도 다시 해야 되는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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