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 북한 선전자료 영향으로 역사 잘못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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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편향 역사관 KBS 구성원에 강요 여부 질문에…

이인호 KBS 이사장은 편향 논란이 일고 있는 자신의 역사관을 강연하는 행위가 공영방송 이사회 수장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전혀 수용하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22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KBS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자신의 역사관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동해물과 백두산이’를 부르고 태극기 앞에 선서하는 사람은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역사관”이라고 주장하며 “여야 정파적인 이해관계에 대해 대립되는 현안에 대해선 절대로 발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장이 특정 역사관을 강조할 경우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KBS 구성원들에게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도 이 이사장은 “5000명이나 되는 KBS 방송인들에게 제 역사관을 강요하거나 주입할 방법은 없다”며 “이는 점진적인 각성, 교육 등을 통해 하는 것인데 개인 의견으로는 저희가 (젊은 세대에 대해) 역사교육을 잘못 시켰다”고 말했다.

이에 “KBS 구성원들의 역사인식에 대해 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이냐”(이개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는 지적이 나오자 이 이사장은 “불행히도 6·25 이후 세대가 우리 역사를 대한민국 중심으로 보지 못하고 북한에서 내려 보낸 여러 선전 자료에 영향을 받아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일련의 발언은 KBS 구성원을 포함한 이 이사장 이후 세대의 역사인식에 대한 총체적인 폄훼로 해석이 가능한 발언으로,  당장 이날 국감에서도 “대한민국의 많은 이가 북한에 세뇌돼 역사를 잘못 알고 있다는 건 엄청난 발언”(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 22일 여의도 한국방송공사(KBS) 신관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인호 이사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노컷뉴스
이인호 “일부 신문의 부당한 공격에 KBS 이사장 수락하기로 했다”

이 이사장은 이날 국감에서 역사관 편향 지적을 적극 방어했다. 이 이사장은 역사관 편향 지적에 대해 “인터넷 보도내용을 보면 말을 잘못 연결시켜 정확하지 않은 것이 많다”고 주장, 자신을 둘러싼 논란의 책임을 인터넷 언론 등에 돌렸다. KBS 이사직을 맡기로 한 배경에 대해서도 이 이사장은 “후보로 추천됐다는 얘기를 듣고 수락 여부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일부 신문에서 저에 대해 부당한 공격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이건(KBS 이사) 내가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역사학자로서의 소신이 KBS 이사장직 수행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냐”는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이 이사장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KBS에 대한) 최고의결기구로서 저의 국가관과 방송관이 간접적으로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으로부터 “공영방송 이사장은 독립성과 중립성이 생명인 만큼 역사학자로서 강연을 하든가 아니면 공영방송 이사장을 하든가 양자택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라는 질문을 받고 “동의하지 않는다. 역사관을 갖지 않은 사람이 이사장이 돼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반박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 이사장의 역사인식을 둘러싼 논쟁도 불가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 이사장은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 독립을 반대한 분이기에 대한민국 공로자로서 그를 거론하는 게 옳지 않다”, “상해 임시정부는 임시정부로도 평가받지 못했다. 임시정부라는 말 자체가 국가가 생기지 않았고 국민을 보호할 권능이 없음을 말한다. 우리가 독립국 국민이 된 것은 1948년 8월 15일 이후” 등의 주장을 펼쳤다.

이에 이개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이사장이 다수의 공감을 얻을 수 없는 역사적 인식 위에서 과연 KBS이사장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고, 같은 당의 홍의락 의원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한 헌법 전문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문병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방송법에서 KBS는 민족문화를 창달하고 민족의 동질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송 프로그램 개발해 방송하도록 하고 있고, 방송으로 하여금 국민의 윤리적 정서적 감정을 존중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 이사장의 견해는 다수 국민과 다른 것으로, 그런 식으로 소수의 견해를 강변하면 KBS가 혼돈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세대 간 차이가 있다. 제가 경험한 역사는 그게 아니다. 6·25 전에 태어난 분들은 제 말이 정확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반박했고, 이에 문 의원은 “KBS 이사장은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통합해야 하는 위치에 있음에도 이 이사장이 부임해 역사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문 의원은 “이런 식이라면 KBS 직원들이 방송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이사장과 다른 견해의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제작할 경우 사장을 통해 불려가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여당 의원들은 이 이사장을 적극 두둔하고 나섰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이 이사장의 역사관은 다수가 공감하고 지지하는 내용으로, 만약 그렇지 않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 “대한민국 건국의 중요성을 잘 밝히고 건국을 주도한 이승만 대통령의 역할을 알리는 건 KBS 이사장으로서의 중요한 역할인 만큼 이를 제한해선 안 된다” 등의 주장으로 이 이사장의 역사관 강연 활동을 지지했다. 같은 당의 배덕광 의원은 이 이사장에게 “소신 있는 발언에 감사하다”고 말했으며, 새누리당 소속의 홍문종 미방위원장은 “이 이사장이 강연을 많이 다니면서 오해를 풀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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