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연합회 “MBC 교양국 해체, 정치적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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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개편에 성명 발표…“2012년 파업 주도 교양PD들 해산시켜”

한국PD연합회(회장 박건식)은 MBC의 교양제작국 해체를 담은 조직개편 추진에 대해 “공영방송 자격을 버린 것”이라며 교양국 해체 시도 중단을 촉구했다.

한국PD연합회는 24일 발표한 성명에서 “40년 전 동아일보가 자유언론실천을 선언한 양심있는 언론인에게 칼날을 휘두르면서 언론사의 길을 포기했다면, MBC는 교양제작국을 해체하면서 ‘공영방송’의 자격을 버렸다”며 “오늘로 공중 분해될 운명을 맞게 된 MBC ‘교양제작국’은 그동안 MBC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서도 ‘공영성’의 중심이었다”고 주장했다.

한국PD연합회는 시청자의 감동을 안긴 MBC <인간시대>, 다큐멘터리 <사랑 시리즈>, <눈물 시리즈> 등은 시청률 20%를 넘나들며 인기를 받았다며 “MBC는 MBC 프로그램에서 사랑과 감동을 없애고, 그 자리에 ‘사업’ 마케팅‘을 집어넣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MBC는 24일 조직개편을 실시, 교양제작국을 해체하고 교양제작국의 인력과 조직은 콘텐츠제작국 산하 ‘다큐멘터리부’와 예능국 산하에 신설된 제작4부로 분산 배치할 예정이다. 대신 부사장 직속으로 설치되는 특임사업국을 비롯해 뉴미디어포멧개발센터, 신사업개발센터, 드라마마케팅부, 예능마케팅부 등을 새로 설치하기로 했다.

▲ 23일 서울 MBC사옥 로비에서 언론노조 MBC본부가 교양제작국 해체를 담은 조직개편안을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PD연합회는 “MBC가 사는 길은 유능한 PD들을 ‘사업’ ‘마케팅’부서로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감동이 있는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게 하는 것”이라며 “교양국을 해체할 것이 아니라 교양 프로그램을 더욱 지원하고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미션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조직개편이 2012년 파업에 주도적으로 나선 교양PD들 탄압이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PD연합회는 “MBC는 지난 4년 동안 교양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은커녕 탄압과 박해로 일관했다”며 “시사교양국을 시사제작국과 교양제작국으로 찢고, 교양PD들에 대한 정직, 감봉 등으로 징계하거나 비제작부서로 강제 전출시켜 프로그램 제작을 실질적으로 가로막아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양PD들의 전문성 강화는커녕 프로그램 제작이라는 기본 업무도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린 경영진이 이제 교양PD들의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교양프로그램을 폐지하겠다고 한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이번 조직개편이 파업에 주도적으로 나선 교양 PD들을 공중 분해시키기 위해 나온 정치적 보복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MBC는 교양제작국 해체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안을 24일 이사회를 거쳐 시행하겠다고 지난 23일 노측에 통보했다.언론노조 MBC본부는 여기에 반발하면서 조직개편안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지난 23일부터 벌이고 있다.

다음은 PD연합회 성명 전문이다.

MBC 사측은 교양제작국 해체를 당장 멈춰라

40여 년 전 오늘(1974. 10. 24). 동아일보의 PD와 기자는 '자유언론실천'을 선언 한 뒤, △신문·방송·잡지에 대한 일체의 외부간섭 배제 △기관원 출입 거부 △언론인의 불법연행 일체 거부 등 3개 항을 결의했다. 이에 동아일보는 우리의 선배들을 길거리로 내친다.
그리고 40년이 지난 오늘. 2014년 10월 24일 MBC에서는 30년 동안 MBC의 '공영성'을 이끌었던 '교양제작국'을 해체하고, 효율성을 위해 다큐프로그램은 외주제작물을 관리하던 콘텐츠제작국으로, 나머지 조직과 인력은 예능국으로 배치할 예정이다.

과거 동아일보가 양심 있는 언론인에게 칼날을 휘두르면서 언론사의 길을 포기했다면 MBC는 '교양제작국'을 해체하면서 '공영방송'을 자격을 버린 것이다.

MBC는 효율성의 극대화를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하겠다고 한다. 조직개편은 곧 망치로 새로운 집을 짓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 MBC가 사용하는 망치는 집을 짓는 망치가 아니라, 집을 부수고 있는 망치다.

오늘로 공중 분해될 운명을 맞게 된 MBC ‘교양제작국’은 그동안 MBC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든든한 ‘공영성’의 중심이었다. ‘인간시대’, ‘다큐멘터리 사랑’ 시리즈, ‘가족’ 시리즈 등의 뛰어난 프로그램은 국내 시청자를 웃고 울린 데에서 더 나아가 반프 TV페스티벌, 애미상 등 세계 정상급의 프로그램 페스티벌에서도 이름을 드높였다. 이뿐 아니라, ‘북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 등의 대작들은 시청률 20%를 넘나들며 글로벌 다큐멘터리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환경보호라는 교육적 효과까지 거두었다.
이처럼 MBC 교양 프로그램은 한국 사회에선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공익적 가치와 더불어 ‘사랑’과 ‘감동’을 국민들에게 선사해 왔고, 그것은 공영방송 MBC를 지탱하는 힘의 원천이기도 했다.
그런데, MBC 경영진은 MBC 프로그램에서 ‘사랑’과 ‘감동’을 없애려 하고 있다. 그 대신 그 자리에 ‘사업’과 ‘마케팅’을 집어넣으려 하고 있다.
과연 ‘사랑’과 ‘감동’이 없는 ‘사업’과 ‘마케팅’이 가능할 것인가? MBC가 사는 길은 유능한 PD들을 ‘사업’,‘마케팅’ 부서로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감동’이 있는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게 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대장금’ 프로그램 한 편이 얼마나 큰 효과를 올릴 수 있는 지를 봤고,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 ‘너는 내 운명’, ‘풀빵 엄마’, ‘해나의 눈물’ 같은 다큐멘터리가 얼마나 큰 감동을 줄 수 있는지를 보아 왔다.

지금 방송 시장은 벽이 없는 글로벌 시대로 진입했다. 좋은 교양 프로그램 한 편이 MBC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비근한 예로, 최근 중국은 EBS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2’에 대해서도 30억 원을 지원하고, 중국에서도 다큐영화를 상영하기고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MBC가 나아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교양국을 해체할 것이 아니라, 교양 프로그램을 더욱 지원하고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미션을 부여하는 것이다.

한 가지 충고한다. 백번양보해서 만일 MBC 사측이 돈을 벌고 싶다면 차라리 '교양제작국'을 강화하라. 또한 과거 공영방송 MBC로 돌아가라. 지금 사측이 휘두르는 망치는 MBC도 파괴할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해악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라.

그동안 MBC는 지난 4년 간 교양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은커녕 탄압과 박해로 일관했다. 시사교양국을 시사제작국과 교양제작국으로 찢고, 교양PD들에 대해 정직, 감봉 등으로 징계하거나 비제작부서로 강제 전출시켜 프로그램 제작을 실질적으로 가로막아 왔다. 교양PD들의 전문성 강화는커녕 프로그램 제작이라는 기본 업무 수행도 불가능하게 해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런 경영진이 이제 교양PD들의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교양국을 해체하고, 교양 프로그램들을 폐지하겠다고 한다. 손발 자르고 입 틀어막은 후에, 왜 걷지를 못하고, 왜 말을 못하느냐고 비난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번 조직개편이 파업에 주도적으로 나선 교양PD들을 공중 분해시키기 위해 나온 정치적 보복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는 것 아닌가?

MBC 상암 신사옥 로비에는 ‘飮水思源 掘井之人’(음수사원 굴정지인)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물을 마실 때는 근원을 생각하고, 우물을 판 사람의 고마움을 잊지 말자는 뜻이다.
MBC 경영진들의 MBC를 지탱하는 근원인 공영방송에 다시 한 번 고민하고, 공영방송을 지탱하는 근원인 교양국과 교양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지금 MBC가 가고 있는 길은 ‘자발적 민영화’에 다름 아니다.

2014년 10월 24일
한국PD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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