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이사장, KBS 제작진에 사과 의향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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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역사전문 장영주 PD, 공개질의…“이승만 ‘독립정신’ 원본 읽어 봤나”

이인호 KBS이사장의 국정감사 발언을 들은 KBS 역사 전문 PD가 사내 전자게시판을 통해 이 이사장에게 공개질의를 하고 나섰다. 이 이사장이 지난 22일 KBS 국감에서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 독립에 반대한 분이기에 대한민국 공로자로 그를 거론하는 게 옳지 않다. 상해임시정부는 정부로 평가받지 못했고 우리가 독립국가 국민이 된 것은 1948년 8월 15일 이후”라며 또다시 편향된 역사관을 드러내자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이인호 KBS이사장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역사인식을 드러내며 “불행히도 6·25 이후 세대가 우리 역사를 대한민국 중심으로 보지 못하고 북한에서 내려 보낸 여러 선전 자료에 영향을 받아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 언론·역사단체로부터 “대한민국의 법통으로 명시한 헌법전문을 정면으로 부인한 반국가 행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이사장은 이전에도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과오보다는 업적을 부각시키고 높이 평가해 ‘독재미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9월 2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강연에서 “이승만 박사가 박헌영을 만나 ‘소련과 손을 끊고 나와 손을 잡고 하자’고 제의했으나 박헌영이 거절했다. 그때 박헌영이 ‘친일파 청산부터 해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는데, 그건 결국 소련에서 내려온 지령 때문”이라고 말해 ‘역사왜곡’ 비판을 받았다.

▲ 2008년 9월 8일 <동아일보>
또한 이 이사장은 지난 9월 17일 이사장 취임 자리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은) 시대를 앞지르는 진보적 민주주의 사상을 가진 독립 운동가였고 우리 민족의 남반쪽만이라도 스탈린의 전체주의적 독재 아래 놓였던 세계 공산권으로 흡수되는 것을 막아내어 진정한 자주독립을 성취하고 대한민국이 자유와 독립을 토대로 복지국가로 발전하는 길을, 헌법적 토대를 만들었다는 인물”이라고 발언해 KBS 안팎의 성토를 받았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 속에서 이 이사장이 국감에서 또 다시 편향된 역사 발언을 하자 KBS에서 역사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연출한 장영주 PD는 지난 23일 사내 전자게시판에 ‘이인호 이사장님께 드리는 질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지금이라도 제작진과 KBS에 사과를 하실 의향이 있나”라고 공개적으로 묻고 나섰다. 이 이사장의 국감 발언이 사실상 ‘왜곡된’ 발언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장영주 PD가 이 같은 질문을 이인호 이사장에게 던진 것은 지난 2008년 이인호 당시 카이스트 석좌교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부정적인 측면을 일부 언급한 KBS 역사다큐멘터리 <한국사전(傳)>을 비판하며 “검증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장영주 PD가 당시 해당 프로그램의 책임 PD였기 때문이다.

이인호 이사장은 지난 2008년 9월 8일 <동아일보>에 실린 ‘KBS의 이승만 왜곡’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KBS <한국사傳>이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일본에 대한 거족적인 울분에도 공감하지 않고 권력을 위해서는 동지를 배반하기를 서슴지 않았으며, 광복 후 맥아더의 등에 업혀 권력을 장악하면서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시킨 미국의 앞잡이”로 묘사하고, “이승만이 테러식 투쟁방법에 공감하지 않은 사례를 들면서 민족적 반일 감정이나 울분에 공감하지도 않은 냉혈의 정략가인 듯 묘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장영주 PD는 “단 한편의 이승만 관련 논문 저술 실적도 없는 러시아사 전공자가 하와이까지 가서 자료를 샅샅이 뒤져 만든 프로그램을 ‘친북좌파의 역사왜곡 공작’이란 말과 함께 사실 왜곡이라 단정했다”며 “당시 소송을 검토했지만 분을 삭이면서 제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공연히 뉴라이트의 정치공세에 이용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장 PD는 “어제(22일) 국정감사를 보면서 혹시 당신께서는 당시 <한국사전(傳)>이 정말 역사왜곡을 했기 때문에 아무 말도 못한 것으로 믿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 이사장의 역사관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와 함께 장 PD는 이 이사장에게 “당시 한국사전 프로그램의 어느 부분이 왜곡되었는지 적시해 달라”, “이승만에 대한 연구 실적을 말해달라”, “이승만의 ‘독립정신’ 원본을 정말 읽어 봤는가” 등에 대해 물으며 우회적으로 이 이사장의 역사관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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