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感] “우리가 별들의 이름을 불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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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感] “우리가 별들의 이름을 불러주자…”
경기방송 ‘한밤나라’ (FM 99.9㎒, 매일 밤 10시~12시)
  • 노광준 PD
  • 승인 2014.10.28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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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어떤 고3 여학생이 전화를 걸어왔는데 30초도 안 되어 울먹였다. 기자가 꿈이라는 아이는 이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해야하는 순간에 부모님과 한판 붙었다고 했다. 자기는 언론정보학과를 가고 싶은데 커트라인은 높고, 부모님은 점수에 맞춰 대학을 보라고 하고,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여느 PD들처럼 말해줬다. 언론정보학과가 아니라도 꿈을 이룰 수 있는 길은 많다고. 아저씨도 기자는 아니지만 농화학을 전공하고 PD가 됐다고. 그랬더니 울던 아이의 목소리가 금세 밝아졌다. 중요한건 어떤 활동과 준비를 하느냐 이고, 지금 이 순간이 너의 기사거리이자 방송소재가 될 수 있으니 시험 끝나면 너의 이야기로 리포팅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자 전화기 너머 귀엽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전화를 끊고 생각해보니 아뿔싸! 그 리포팅은 아저씨네 <한밤나라>에서 해 보는 게 좋을 거라는 말을 못해줬다.

<한밤나라>는 경기방송에서 가장 오래된 젊은 방송이다. 개국하자마자 IMF 외환위기를 맞는 바람에 많은 프로그램의 명암이 엇갈렸지만 청소년 프로그램인 <한밤>만은 굳건했다. 그러나 여느 청소년 라디오가 그렇듯 <한밤>도 위기를 맞고 있다. 아이들이 더 이상 라디오를 듣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 해법을 청소년들의 참여에서 구해보고자 DJ 서정덕, 김가령, 작가 허윤선, 그리고 나, 이것저것 다하는 용감한 멀티 사총사가 뭉쳐 지난 2012년 전국 단위의 청소년 오디션을 <한밤> 생방송으로 무려 반 년 간 열었고 그 열매로 지금의 10대 방송저널리스트들이 탄생했다.

놀라웠다. 아이들이 아주 재미있고 신선한 방송을 한다. 고2 고은이는 오빠, 언니, 형, 누나에 대한 환상과 실체에 대해, 중학생 성은이는 안전교육의 실용성에 대해, 고 3 현명이는 ‘고3의 가을’이라는 주제로 희비가 엇갈리는 스산함을 익살맞게 전했다. 다음 주는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수진이 차례이다.

매주 목요일 밤 10시 30분 10대 방송저널리스트들이 전파를 타는 순간 나는 밤하늘의 별을 헤아린다. 무수히 많은 별이 반짝이는 밤, 우리가 그 별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었을때 별은 우리 앞으로 다가와 라디오가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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