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여느 PD들처럼 말해줬다. 언론정보학과가 아니라도 꿈을 이룰 수 있는 길은 많다고. 아저씨도 기자는 아니지만 농화학을 전공하고 PD가 됐다고. 그랬더니 울던 아이의 목소리가 금세 밝아졌다. 중요한건 어떤 활동과 준비를 하느냐 이고, 지금 이 순간이 너의 기사거리이자 방송소재가 될 수 있으니 시험 끝나면 너의 이야기로 리포팅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자 전화기 너머 귀엽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전화를 끊고 생각해보니 아뿔싸! 그 리포팅은 아저씨네 <한밤나라>에서 해 보는 게 좋을 거라는 말을 못해줬다.
<한밤나라>는 경기방송에서 가장 오래된 젊은 방송이다. 개국하자마자 IMF 외환위기를 맞는 바람에 많은 프로그램의 명암이 엇갈렸지만 청소년 프로그램인 <한밤>만은 굳건했다. 그러나 여느 청소년 라디오가 그렇듯 <한밤>도 위기를 맞고 있다. 아이들이 더 이상 라디오를 듣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 해법을 청소년들의 참여에서 구해보고자 DJ 서정덕, 김가령, 작가 허윤선, 그리고 나, 이것저것 다하는 용감한 멀티 사총사가 뭉쳐 지난 2012년 전국 단위의 청소년 오디션을 <한밤> 생방송으로 무려 반 년 간 열었고 그 열매로 지금의 10대 방송저널리스트들이 탄생했다.
놀라웠다. 아이들이 아주 재미있고 신선한 방송을 한다. 고2 고은이는 오빠, 언니, 형, 누나에 대한 환상과 실체에 대해, 중학생 성은이는 안전교육의 실용성에 대해, 고 3 현명이는 ‘고3의 가을’이라는 주제로 희비가 엇갈리는 스산함을 익살맞게 전했다. 다음 주는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수진이 차례이다.
매주 목요일 밤 10시 30분 10대 방송저널리스트들이 전파를 타는 순간 나는 밤하늘의 별을 헤아린다. 무수히 많은 별이 반짝이는 밤, 우리가 그 별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었을때 별은 우리 앞으로 다가와 라디오가 되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