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MBC의 ‘자살골’, 곳곳에 사업부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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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MBC의 ‘자살골’, 곳곳에 사업부 신설
교양국 공중분해로 결론… “시사교양 장르 말살 의도”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4.10.2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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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최근 실시한 조직개편과 내부에 알려진 프로그램 개편안에는 단순히 방송을 통해 돈을 벌겠다는 계산만 담긴 게 아니다. 경영난에서 비롯된 자구책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공영방송인 MBC의 위상과 책무와는 거리가 먼 개편이라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27일부터 MBC 보도국에는 뉴스로 ‘사업’을 하는 부서가 신설됐고 드라마국과 예능국에선 마케팅을 전담하는 부서가 생겨났다. 미래전략본부 산하에 신설하는 매체전략국은 그룹 차원의 콘텐츠 유통 수익 극대화 전략을 추진하고 뉴미디어 진출, 신규 플랫폼 개발 등 매체 전략 기능을 맡게 됐다. “뉴미디어와 종합편성채널 등장 등으로 매체환경이 엄혹한 가운데 지상파에 대한 비대칭 규제의 해소가 요원한 상황”이라는 위기 진단에서 출발한 개편이다.

하지만 이번 조직개편을 둘러싸고 “공영방송 포기 선언”, “MBC의 자살골”이라는 격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MBC가 그동안 공익성과 공영성이 강한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교양제작국을 뚜렷한 이유 없이 없앴기 때문이다. MBC의 교양제작국의 해체는 MBC가 방송강령에서 방송 목적으로 천명한 ’공익 추구, 사회적 약자 보호' 등에도 배치된다. 민영방송인 SBS도 조직 교양과 예능의 융합을 시도했다가 현재 교양국을 두고 있다.

여기에 11월에 있을 가을 개편에서 <불만제로>, <원더풀 금요일>의 폐지가 확실시 되고 있어 <PD수첩>등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눈엣 가시로 여겨온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시사교양 탄압의 ‘완결판’= MBC 경영진은 김재철 전 사장 때부터 ‘광우병 파동’ ‘4대강 사업’ 등 민감한 소재를 다룬 <PD수첩> 제작진을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보내거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해고하는 등 악연을 이어왔다.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본부)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조합원 중에 시사교양국 소속이 많이 줄곧 요주의 대상이 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실제 MBC는 2012년 MBC본부 파업 도중에 MBC 시사교양국을 교양제작국과 시사제작국으로 분리했다. 이어 2년 만에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교양제작국은 사분오열로 찢어지게 됐다.

MBC 교양 프로그램의 경쟁력이 낮다는 MBC 경영진의 주장도 성과 측정 지표를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폐지가 거론되고 있는 <불만제로>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발표한 7월 몰입도조사에서 전체 지상파 프로그램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지난 6월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수여하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도 받았다. MBC본부에 따르면 MBC가 자체 조사한 프로그램 품질지수(QI) 평가에서도 <불만제로>는 <왔다 장보리> 등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MBC 한 시사제작국 PD는 “설령 교양 프로그램의 경쟁력이 낮다는 판단을 내렸으면 경영진은 성과를 올리는 방안을 내놓는 게 정상인데 이번 조직개편은 아예 교양조직의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의도”라면서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고 관리하기 쉬운 조직을 만들겠다는 속셈”이라고 말했다.

■ “기자 물갈이에 이어 교양장르 색깔 빼기”= 교양국을 겨냥한 MBC의 개편은 보도국의 기자 물갈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도 있다. 2012년 MBC는 MBC본부 파업 전후로 보도국 인력을 대폭 교체했다. 당시 MBC는 파업에 참여한 기자 대부분을 비제작부서로 배치한 뒤 사실상 대체 인력이었던 시용직을 대거 채용했고, 지난해와 올해에도 경력기자 25명을 추가로 뽑았다.

이성주 MBC본부장은 “경영진이 앞서 보도국 기자를 절반 이상 교체해 MBC 뉴스의 색깔을 바꾼 것처럼 (교양제작국 해체는) PD조직을 정리하겠다는 뜻”이라며 “조금이라도 정권의 심기를 건드리거나 기업의 잘못을 지적하는 프로그램을 깡그리 없애고 정권과 자본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만 만드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양국을 겨냥한 MBC의 개편 움직임이 교양국 해체와 프로그램 폐지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내부에서 제작하던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외주사에 신설 프로그램 제작을 맡기고 일손이 남는 PD들을 대상으로 후속 인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돈벌이' 강조한 개편 채널 이미지 하락 우려=MBC가 교양 프로그램을 희생양으로 삼아 수익성과 효율성 강화하겠다는 생존 전략을 제시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당장 MBC가 신설을 검토하고 있는 오후 6시대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채널 이미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MBC본부는 27일 성명에서 “아무리 ‘수익’을 위한 프로그램 개편이라 할지라도 오전 아이템을 저녁에 재탕하는 수준이라면 ‘공익성’ 이전에 프로그램 자체의 경쟁력과 채널 이미지 하락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지금 방송시장을 보면서 종편과 상업방송이 이미 오락성을 강조한 프로그램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MBC의 개편 방향은 뒤늦게 레드오션으로 뛰어들겠다는 발상”이라면서 “MBC가 지금까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경쟁력을 인정받아 온 공영성이 높은 프로그램을 승부를 보는 게 훨씬 승산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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