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주일 사이에 연달아 시행된 조직개편과 인사발령으로 MBC가 쑥대밭이 됐다.
MBC는 지난달 말 조직개편에서 교양제작국을 사실상 공중분해한 데 이어 곧바로 기존 교양제작국 소속 PD들을 비롯한 2012년 노조 파업 참가자 다수를 비제작부서로 옮겼다. MBC는 개편과 인사의 배경으로 경쟁력과 효율성 강화를 내세웠지만 부당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대상자의 다수는 2012년부터 보복성 인사(징계)와 원직 복귀를 반복하고 있다.
이번 인사가 2012년 김재철 전 MBC 사장이 노조 파업 참여자 70여명을 이른바 ‘신천교육대’를 비롯해 직무와 관련이 없는 곳에 배치한 것과 다를바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준도 원칙도 없는 인사”
지난 9월 상암동 시대를 연 MBC는 지난 27일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수익성 중심과 조직 효율화 등을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런 방향에 따라 기존의 교양제작국은 외주 프로그램 등을 관리하는 콘텐츠제작국과 예능국으로 흩어졌다. 대신 신규 플랫폼 개발 등의 업무를 맡은 매체전략국을 비롯해 뉴스사업부 등 마케팅부서가 곳곳에 들어섰다.지난 31일자로 낸 인사는 이같은 조직개편에 따른 것으로, 경영진은 효율적인 인력 배치에 방점을 뒀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내부에선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내부에서 신망이 높은 기자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한국PD연합회 등에서 인정을 받아 작품상을 수상한 PD들도 비제작부서로 발령을 받거나 교육명령을 받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기준과 원칙이 없는 배제와 탄압 의도를 드러낸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신설한 신사업개발센터로 발령난 인력 가운데 영화 제보자의 실제 모델이 한학수 PD와, 이영백 PD 등 <PD수첩> 출신들이 포함됐다. <PD수첩> 팀장을 지낸 김환균 PD도 사업부서인 경인지사로 자리를 옮겼다. 언론노조 MBC본부장을 지낸 이근행 PD와 현재 MBC본부 민실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재영 PD는 비제작부서인 편성국으로 발령을 받았다.
인터넷과 SNS 뉴스 제작과 편집을 담당해 온 뉴미디어뉴스국의 기자 대부분도 사업과 관련된 부서로 배치됐다. 김세용, 윤도한 기자는 매체전략국으로, 정형일 기자는 신사업개발센터로 발령을 받았다. MBC는 신사업개발센터를 상암동 MBC 본사가 아니라 다른 장소에 두는 것으로 방침을 세웠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MBC의 이번 인사로 내부에 공공연하게 떠돌던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확인됐다는 뒷말도 나온다. 2012년 노조 파업에 참여했다가 교육 대상자로 분류된 PD와 기자 대다수가 이번에 또 교육명령을 받았다.
<불만제로> ‘잇몸약의 배신’으로 PD연합회 작품상을 받은 이우환 PD와 2008년 <PD수첩>에서 ‘광우병 파동’을 방송한 이춘근 PD는 모두 이른바 ‘신천교육대’ 출신이다. 또 방송기자연합회장을 역임한 임대근 기자와 사내게시판에 김재철 전 사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징계를 받은 이용주 기자도 이번에 또 교육을 받게 됐다. 이들은 3일부터 2주 동안 받게 되는 교육과정에는 ‘농군학교’ 농장체험 등도 있다.
“구성원 공정방송 의지 꺾기 위한 것”
MBC PD협회는 지난 31일 낸 성명에서 “이번 인사는 PD들을 프로그램 밖으로 내쫓으면서 저성과자로 낙인찍어 모욕하고, 공정방송을 바라는 PD들의 결집을 막고 의지를 꺾어버리기 위해 ‘유배’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안광한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자리를 보전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PD들을 ‘숙청’하는 것이 목적임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MBC의 ‘부당 전보’ 논란은 이번에도 법원에서 시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번 인사가 노사협의회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인사 대상자의 직무 관련성도 없다며 인사 효력을 다투는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MBC본부는 MBC를 상대로 전보발령효력정지가처분 등을 신청해 노조 파업에 참여한 65명에게 용인드라미아개발단, 미래전략실 등에 배치한 MBC의 인사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권리남용에 해당해 무효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