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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사전 협의 등 절차 무시”…언론 시민단체 규탄 성명 줄이어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 이하 MBC본부)는 ‘보복 인사’ 논란이 일고 있는 지난달 31일 인사 발령이 내용과 절차 모두 정당하지 못해 원천 무효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언론시민단체들도 연달아 성명을 내고 MBC 인사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MBC본부는 4일 서울 상암동 MBC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양제작국 해체로 시작된 MBC 경영진의 막장 드라마는 밀실 보복인사라는 치졸한 결말로 치닫고 말았다”며 “스스로 공영방송임을 포기하면서 내세웠던 수익성과 경쟁력이라는 구호는 결국 허울뿐인 핑계에 자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MBC는 지난달 31일자로 인사발령을 내고 조직개편에서 해체한 교양제작국 소속 PD들을 대거 비제작부서로 발령을 냈다. 또 이번에 MBC가 업무 성과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교육발령을 내린 12명 중에는 <불만제로> ‘잇몸약의 배신’으로 한국PD연합회 작품상을 받은 이우환 PD와 자동차 보험의 문제점을 고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받은 이춘근 PD가 포함됐다. 또 방송기자연합회장을 역임한 임대근 기자와 사내게시판에 김재철 전 사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징계를 받은 이용주 기자도 이번에 교육을 받게 됐다.

▲ 언론노조 MBC본부는 4일 서울 상암동 MBC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밀실 개편과 보복 인사를 철회하라"고 사측에 촉구하고 있다. PD저널
이성주 MBC본부장은 “영화 <제보자>의 실제 주인공으로 2005년 황우석의 거짓말을 파헤친 한학수 PD는 이번 인사로 신사업개발센터로 발령이 났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받은 이춘근 PD는 저성과자라는 낙인이 찍혀 교육을 받고 있다”며 “정말 회사가 잘되려면 이런 PD들이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도록 돕는 게 상식이 아니냐”고 따졌다.

그는 “이번 인사는 회사의 징계 처분을 놓고 소송을 제기한 직원들도 부당인사의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사법부에 대한 도전이라는 성격도 있다”며 “2012년 파업의 정당성을 다투는 소송에서 증인으로 나선 한학수 PD도 이번 인사에 포함이 됐는데, 회사는 공공재인 전파를 국민을 위해 써야 한다는 점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번 인사가 절차적으로도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단체협약에는 조합원의 인사발령을 할 때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을 뿐더러 사규 규정에도 없는 교육발령을 냈기 때문에 절차적으로도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MBC가 2012년 파업과 관련해 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노조측 변호를 맡고 있는 신인수 변호사(법무법인 소헌)는 이번 인사 발령이 업무상 필요 등 법에서 정한 세가지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신 변호사는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PD들에게 재교육을 시킬 어떤 필요가 있겠나”라고 반문하면서 “업무상 필요가 없으면 인사 당사자에게 미리 알려주고 절차를 지켜야 하는데 0.5초의 시간도 주지 않고 사측 마음대로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MBC는 이미 PD들에게 브런치 만들기 교육을 시킨 게 인격탄압이라는 판결을 받고 복직을 시켰다”면서 “MBC가 이런 발악을 하는 것도 궁지에 몰려 있다는 것은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한광 MBC본부 수석부위원장도 “지금 안광한 사장 체제의 MBC를 보면 김재철 전 사장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며 “안광한 사장은 인사보복과 전횡으로 공영방송 MBC를 망가뜨린 장본인인 김재철 전 사장 밑에서 부사장을 하고 사장까지 올랐는데, MBC를 망하게 하겠다고 작심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국PD연합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기자협회도 MBC본부에 이어 이날 MBC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의 인사를 규탄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얼마나 큰 잘못과 치부가 감춰져 있기에 ‘비판 의식이 살아있는 기자’와 능력있는 교양PD들을 대거 현업에서 거세하고 경쟁력을 스스로 땅에 처박으면서까지 권력에 아부하려 하는 것인가”고 반문한 뒤 “MBC 경영진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방송의 공익성 구현과 건강성을 지켜낸다는 본래의 존재 이유와 목적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4일 논평에서 이번 인사를 해사행위로 규정하면서 안광한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언련은 논평에서 “정권과 MBC 경영진에 비판적인 구성원을 찍어내던 김재철의 수법을 그대로 흉내내고 있다”며 “이번 인사는 MBC 양심세력 ‘찍어내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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