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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국 해체 후 교양PD 무더기 비제작부서 발령… 노조, 법적 대응 방침

MBC의 인사 발령을 놓고 보복성 인사 논란이 재현되고 있다. MBC는 지난달 31일 최근 조직개편에서 없앤 교양제작국 소속 PD들을 비제작부서로 발령하는 등 현업 PD와 기자들을 업무 관령성이 없는 곳으로 대거 배치했다. MBC가 교양제작국의 해체에 이어 보복성 논란이 있는 인사까지 강행하면서 공영성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120여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인사는 지난달 27일 수익성 중심과 조직 효율화 등을 내걸고 실시한 조직개편에 따른 것이었다. MBC는 상암동에 둥지를 튼 이후 처음으로 실시한 조직개편에서 교양제작국을 전격적으로 없애는 대신 매체전략국, 신사업개발센터 등을 새로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인사발령이 나고 부각이 된 건 경쟁력과 역량 강화라는 목표가 아니라 부당성 논란이다. 특히 기존 교양제작국 소속 PD들과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본부) 파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이들이 집중 타깃이 됐다.

새로 생긴 신사업개발센터로 발령을 받은 인력 가운데 영화 <제보자>의 실제 주인공인 한학수 PD 등  <PD수첩> 출신들이 포함됐다. <PD수첩> 팀장을 지낸 김환균 PD도 사업부서인 경인지사로 자리를 옮겼다. 언론노조 MBC본부장을 지낸 이근행 PD와 현재 MBC본부 민실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재영 PD는 비제작부서인 편성국으로 발령을 받았다.

▲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회원들이 4일 서울 상암동 MBC사옥 앞에서 MBC의 교양제작국 해체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 뒤로는 언론노조 MBC본부가 사측이 지난달 31일 단행한 인사발령이 보복인사라고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언론노조
또 MBC가 업무 성과가 낮다는 이유로 교육발령을 낸 교육대상자 중에는 <불만제로> ‘잇몸약의 배신’으로 PD연합회의 작품상을 받은 이우환 PD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자동차 보험의 문제점을 고발해 방통심의위로부터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받은 이춘근 PD도 있었다. 이들은 지난 3일부터 2주 동안 농장체험이 포함된 ‘농군학교’ 교육과정 등을 밟을 예정이다. 2012년 MBC가 파업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브런치 만들기’ 교육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또 상암 신사옥으로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은 MBC는 신사업개발센터 사무실을 광화문 모처에 따로 차린 것으로 알려져 인사 발령의 배경에 의구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뉴미디어포팻개발센터로 발령을 받은 이들이 출근 첫날인 3일 사무실이 마련되지 않아 기존의 부서로 다시 돌아가는 일도 있었다.

인사 절차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발령 전에 당사자들에게 미리 언질을 주거나 노사협의회에서 정하고 있는 사전 협의를 하는 절차는 없었다. MBC본부는 “교육과정의 결정은 ‘노사협의회’에서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사측은 인사 대상자에게 사전 통보나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인사고과 저평가자에 대한 교육발령 규정도 어겨 명백한 부당행위”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파업 조합원에 대한 MBC의 비제작부서 발령은 무효라고 판단한 법원의 취지대로라면 이번에도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인수 변호사(법무법인 소헌)는 “이번 MBC의 인사발령은 업무상 필요 등 법에서 정한 세가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2012년에 PD들에게 ‘브런치 만들기’ 교육을 시킨 건 인격탄압이라는 판결을 받고도 MBC가 또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법원은 파업 조합원 65명이 MBC를 상대로 낸 전보발령효력정지가처분에서 용인드라미아개발단, 미래전략실 등에 배치한 MBC의 인사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는 교양제작국의 해체와 부당 인사 논란을 손놓고 지켜보기만 했다. 규정상 보고사항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인 대응을 해온 방문진은 뒤늦게 오는 6일 열리는 정기이사회에서 조직개편에 대한 보고를 받기로 했다.

야당 측 한 방문진 이사는 “교양국 해체와 관련해 언론 보도 이외에 경영진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게 없다”며 “MBC의 프로그램 편성과 경영에는 개입하지 않은 게 원칙이지만 교양국 해체는 중요한 문제다. 여야 추천 이사간에 인식의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이사회에서 어느 정도까지 다뤄질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MBC본부는 이번 인사에 대해 인사 대상자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인사 전보의 무효를 다투는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법정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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