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 재송신과 관련해 직권조정제도 등의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연말까지 마련할 방침인 가운데, 5일 지상파 방송사들이 “월권”을 지적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방통위가 추진하고 있는 방송법은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재송신료 협상 과정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할 경우 정부가 직권으로 재송신료를 조정하고, 방송 송출이 중단되는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할 때 방송을 재개하도록 강제하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상파 방송사들의 모임인 한국방송협회(회장 안광한)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시장의 계약 당사자 간 자율적 협상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자유 시장 경제원칙과 사적 자치원칙을 침해하는 월권행위”라며 관련 법안의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방통위는 2기 시절이었던 지난해에도 지상파 재송신과 관련해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다 정부의 불합리한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 여론 속 논의를 중단한 바 있다.
방송협회는 “직권조정이나 재정제도는 재판에서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기 때문에 사법기관에 준하는 전문성과 독립성, 중립성 등이 필수 조건”이라며 “방통위가 자의적인 판단으로 강제 직권조정하고 재정제도로 가격 결정권을 행사한다면 이는 사업자들의 사적 계약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월권행위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방통위가 준비하고 있는 방송법 개정안 중 ‘방송 공급·송출 유지·재개 명령권’과 관련해서도 방송협회는 “그간 지상파 방송은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송신을 중단한 일이 한 번도 없다”며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먼저 방송을 끊었을 뿐인데, 정부가 나서서 재송신을 강제할 경우 이들에게 협상 지연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방송협회는 “이는 결국 지상파 방송의 제작비 조달을 어렵게 해, 시청자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송협회는 “일련의 문제투성이 독소 조항을 방송법에 포함시키려는 방통위는 시도는 글로벌 경제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에도 역행하는 처사”라며 “방송법 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협회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 3사는 금년 상반기에만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반면, 재벌계열 유료플랫폼사업자들은 지상파 재송신을 이용해 매년 수천억원 이상의 이익을 거두고 있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사업자간 자율적 협상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시장을 왜곡해 결국 방송 콘텐츠 시장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