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눈] 팽목항에 남은 마지막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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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진도 팽목항에 세월호 참사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기 위해 매달아 놓은 노란리본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노컷뉴스
지난 2012년 1월, 이탈리아 질리오섬 해안에서 승객과 선원 등 4229명을 태우고 가던 초대형 유람선이 암초에 부딪혀 침몰해 3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바로 콩코르디아호 침몰 사건이다. 지난주 콩코르디아호에서 마지막 실종자 시신이 나왔다. 사고가 난 지 2년 10개월 만이다. 당시 콩코르디아호의 선장은 침몰 당시 승객을 놔두고 배를 버리고 도망을 쳐 이탈리아 국민의 공분을 샀다. 현재 선장은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실종자 1명이 남아 이 사건은 끝나지 않고 있었다. 이제 비로소 이탈리아 국민들은 제대로 이 사건을 추모하는 분위기다.

우리는 충격적인 세월호 참사를 겪었다. 지난달 29일 선체에서 발견된 295번째 희생자는 단원고 황지현 양이 돌아왔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사건이 200여 일이 지난 현재까지 9명의 실종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은 평범한 가정을 광화문으로 내몰았고, 단식투쟁을 하도록 했다. 200여 일간 우리는 그 열병을 앓고 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아파하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아직 통곡이 그치지 않은 진도 팽목항에 그들을 지켜보는 이가 있다. 사건이 터지자마자 진도로 내려가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세월호 사건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PD들이다. 이들은 박봉남 이승구, 박정남 등 독립 PD들로 세월호의 처음과 마지막을 기록하기 위해 세월호와 함께하고 있다.

사건 초기 급박하게 돌아가던 당시와 달리 지금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은 한산하고 을씨년스럽다. 현재는 이승구 PD가 진도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숙식을 같이 하며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하고 있다. 독립PD들은 소속이 없다 보니 프로그램을 하는 만큼 지갑의 두께는 달라진다. 보장된 미래도 없고 연금 등 복지 혜택도 전혀 없다.

▲ 이승구 독립PD가 진도 팽목항 앞바다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는 바지선 위에서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촬영하고 있다. ⓒ이승구 PD
그래도 PD라는 자부심으로 지금껏 방송하고 방송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이 서로 순번을 정해 팽목항을 지킨다 하지만 분명 생계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것만큼은 틀림없다. 이들도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남편인지라 생계 문제가 있지만, 또 그렇기에 더 세월호 사건이 남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PD들이 후원금 없이 자체적으로 제작비를 마련하고 누가 되었든 현장의 있는 PD는 빚까지 내가며 생활비를 감당하고 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다른 독립 PD들도 이들을 돕기 위해 적은 돈이라도 후원을 하고 있다. 그 힘으로 지금 이 다큐멘터리 제작팀은 버티고 있다.

현 시국에 이 다큐멘터리가 방송되리라고 기대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팽목항을 지키는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세월호 사건을 제대로 기록하기 위해서다. 진실을 알 수 없는 지금 훗날 진실 규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증거이다. 증거는 현장에서 나오기에 이들은 현장을 떠날 수 없다. 또한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곁을 언론이 끝까지 같이 있다는 상징성도 있다.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면 이들의 싸움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고 억울하게 죽은 아이들이 세상에 묻혀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 김영미 국제분쟁전문 PD
세월호 가족들조차 이들을 ‘가족’이라 부른다. 날씨가 추워지며 노숙이나 마찬가지 생활을 하며 이승구 PD가 지금도 그곳을 지키는 이유이다. 다른 PD들은 광화문의 가족을 지키고 있다. 사건 200여 일, 관심에서 멀어져 가는 그들을 지금 이 순간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언론인은 대한민국 PD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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