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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미생 ‘영업3팀’이 꿈꾸는 공동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4.11.10 09: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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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미생>의 현실성에 대한 반응은 양 갈래로 갈라진다. ‘저건 내 이야기야’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반응이 있는 반면, ‘저런 일은 현실에선 벌어지지 않아’라고 고개를 가로젓는 반응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율배반적인 구조는 바로 <미생>이 던지고 있는 질문에서 비롯되는 것이면서, 이 드라마가 조금씩 신드롬의 양상으로까지 번져나가고 있는 동인이기도 하다.

<미생>이 현실적이라고 여겨지는 건 이 드라마가 그려내고 있는 원 인터내셔널이라는 종합상사가 마치 실제 현실을 사진으로 찍어낸 것처럼 디테일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의 드라마들이라면 그저 서류철로 덮어 그 안의 내용이 뭔지도 모른 채 상사가 사인을 하는 기안서들이 이 드라마에서는 중요한 이야기의 모티브가 될 정도로 디테일하게 보여진다. 2회에서 나온 ‘딱풀 에피소드(딱풀을 빌려줬다 인턴 장그래(임시완)가 누명을 쓰게 되는 이야기)’는 대표적인 사례다.

  ▲ tvN 드라마 <미생> 홍보 포스터 ⓒtvN  
▲ tvN 드라마 <미생> 홍보 포스터 ⓒtvN
또 오징어 젓갈에 섞인 꼴뚜기 젓갈을 찾기 위해 공장으로 간 장그래가 양복차림으로 그 젓갈들을 하나하나 뒤집는 장면 같은 것은 그림으로 치면 정밀묘사에 해당한다. 인턴들이 정식 채용을 두고 벌이는 PT 장면에 드라마 한 회를 통째로 할애하는 것도 <미생>의 리얼리티를 드러내는 장면이다. 즉 <미생>의 현실성은 바로 이런 원 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를 자세히 그려내는 데서 나온다.

하지만 원 인터내셔널에 한 부분으로 소속된 장그래와 오과장(이성민) 그리고 김대리(김대명)가 있는 영업 3팀은 과연 현실적일까. 이들은 겉으로 보기엔 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이런 팀이 세상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강력한 판타지를 준다. 늘 툴툴대고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지만 그래도 부하직원들을 마음 속으로는 살뜰히 챙기고 자기 팀을 공격하는 이들은 설혹 상사라고 해도 물러서지 않는 오과장 같은 팀장은 현실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이것은 tk고졸인 장그래가 그나마 이런 기회를 얻어 성장해갈 수 있는 공간인 영업 3팀이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즉 <미생>은 원 인터내셔널이라는 혹독한 외부환경은 마치 실사를 찍어 그림으로 옮겨놓는 웹툰의 배경그림처럼 현실적이지만, 그 안에서 주목되는 영업3팀은 그 배경그림 위에 작가의 의지가 섞여 창조된 캐릭터처럼 판타지적이다. 그리고 바로 이 구조는 <미생>에 대한 대중들의 열광이 탄생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즉 혹독한 현실이 더욱 생생하게 그려질수록 대중들이 바라는 건 거기에 대한 어떤 대안으로서의 판타지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업3팀은 도대체 어떤 대안을 주고 있을까. 그것은 어차피 밥벌이와 돈을 벌기 위해 모이는 것이 존재근거일 수밖에 없는 회사라는 조직 속에서 꿈꾸는 공동체다. 성장과 성공을 꿈꾸기는커녕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미생의 삶을 긍정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 작은 공동체가 주는 위안은 결코 작지 않다.

과연 <미생>의 질문처럼 부조리한 현실에 공동체는 가능할까. 바둑판을 내려다보면 판세가 읽히듯이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현실 바깥에서 현실의 시스템을 읽어내는 것이 가능하다면 공동체의 판타지는 그저 불가능한 얘기만도 아닐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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