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송신 갈등, 방송법 개정이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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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송신 갈등, 방송법 개정이 최선?
방통위, 직권조정 등 방송법 개정 추진…“자율성·성실성 담보한 협상이 우선” 지적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4.11.1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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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가 △직권조정 △재정제도 △방송프로그램 공급·송출 유지·재개 명령권 등의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연말까지 마련할 예정인 가운데 지상파와 유료방송 사이 논란이 다시금 격화하고 있다.

직권조정제도는 재송신 협상 과정에서 사업자들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할 경우 방통위가 직권으로 ‘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제시된 안을 어느 한쪽이라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현실에 반영되지 못한다. 재정제도는 방통위가 직접 재송신료 협상을 조정하는 것으로, 사실상 준사법적인 재판절차와 마찬가지다. 방송프로그램 공급·송출 유지·재개 명령권은 재송신 협상 불발에 따라 방송 송출이 중단될 경우(블랙아웃) 일정 기간 동안 방통위가 방송의 재개를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이다.

반발하고 있는 쪽은 지상파 방송들이다. 수년 동안의 갈등과 논의 끝에 방송사업자 간 형성해 온 방송 산업 질서를 무시하고 규제기관이 개입하려는 행태라는 문제제기다.

지상파와 유료방송들은 지난 2007년부터 재송신 문제와 관련한 논의와 갈등을 반복해왔는데 2012년 법원이 지상파 방송의 저작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현재 유료방송들은 지상파 방송에 가입자당 280원의 재송신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법원 판결에 따라 지상파와 유료방송 측의 당사자 계약이 마무리되긴 했지만 이에 이르기까지 수차례의 ‘블랙아웃’ 사태가 있었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노컷뉴스
MBC와 SBS가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의 HD(고화질)방송 재송신을 잇달아 중단하고(2011년 4월) 케이블 방송사들이 KBS 2TV와 MBC, SBS 채널에 대한 HD방송 송출을 중단했으며(2011년 11월) KBS 2TV에 대해 HD방송뿐 아니라 SD(표준화질)방송 송출까지 중단하는(2012년 1월) 등의 사태가 반복됐던 것이다. 지상파 방송들이 “어렵게 형성된 시장 질서를 무시하고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려 한다”고 반발하는 배경이다.

지상파 방송들은 방송법 개정으로 정부가 재송신 협상에 개입하고 재송신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할 경우 유료방송 측의 협상력을 강화시켜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유료방송들은 지상파 방송의 저작권을 인정한 법원 판결 이후 재송신 대가를 지불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지상파 유료화” 등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모임인 한국방송협회가 지난 5일 성명에서 “정부가 재송신을 강제하면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등 유료플랫폼사업자에게 협상지연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직권조정, 재정제도, 방송프로그램 공급·송출 유지·재개 명령권 도입은 (지상파 측의) 사업권과 영업권을 침해하고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할 뿐”이라고 비판한 이유다.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일련의 반발을 두고 유료방송 측은 “정부 압박이 도를 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와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는 지난 6일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막강한 언론기관인 지상파 3사와의 계약이나 협상에서 힘의 균형에 바탕을 둔 정상적인 시장의 조정능력을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방송법 개정안을 긍정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들은 “현재 한국은 90% 이상의 (TV시청) 가구가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를 시청하고 있는, 전적으로 유료방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럼에도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상호수익 기여분에 대한 합리적 재송신 대가 산출 없이 지상파 3사가 재송신료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이들은 “KBS 등 공적재원이 투입되는 공영방송사가 운영하는 채널을 의무재송신 대상에 포함하고, 대가 산정을 위한 협의기구 운영에 대한 내용도 법안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일련의 주장은 지상파의 저작권을 인정한 법원 판결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남긴다. 앞서 법원은 SO 사업자들을 상대로 지상파 3사가 제기한 소송에서 지상파의 저작권을 인정하는 동시에 “SO들이 방송 채널 사이에 홈쇼핑 채널을 배치해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지상파 난시청에 대한) 수신 보조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또한 국정감사를 앞두고 지난 7월 발표한 정책 자료집에서 “의무 지상파 재송신 범위를 확대하자는 의견이 있지만, 한국 공영방송의 상업적 특성을 고려할 때 의무재송신 범위 확대는 신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입법조사처는 해당 자료집에서 재송신 분쟁에 따른 시청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합리적 재송신료 기준 산정을 위한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 제시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정부 개입은 시장가격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재송신료 협상은 사업자 간 자율협정에 맡겨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상파 방송의 한 관계자는 “정부 개입에 앞서 재송신료 기준 산정을 위한 논의에는 자율성과 함께 재송신료 협상에 나서는 양측 모두의 성실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유시장 경제에서 협상은 당사자 간에 이뤄지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하며 “방통위가 재송신과 관련한 법과 제도를 변칙적으로 고치려 하는 시도를 계속하기에 앞서, 시청권의 보장을 위해 난시청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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