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 싶다’ PD 수사 ‘언론탄압’ 논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작진, 제보자 노출 ‘사실무근’ 언론보도에 대응 …PD연합회, 수사 중단 촉구

‘여간첩’ 사건 수사 조작 가능성을 제기한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담당 PD와 ‘여간첩’ 사건의 변호인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탄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SBS 측은 이번 수사와 관련해 사실 무근의 언론 보도에 대해 공식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와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지난 13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PD A씨와 여간첩 이모(39)씨 변호를 맡았던 장경욱 변호사와 박준영 변호사 등에 대해 형사소송법 위반 형사소송법 위반 혐의 및 명예훼손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사 대상이 된 지난 7월 26일자 <그것이 알고 싶다> ‘아가와 꼽새, 그리고 거짓말-여간첩 미스터리’ 편은 간첩 혐의로 기소된 이씨의 수사·재판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 도중 이씨는 자신의 자백이 전부 국정원 조사관의 회유에 의한 거짓진술이며, 자신은 간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국정원 수사기록, 이씨가 제작진에 보낸 편지, 변호사 증언 등을 토대로 이씨가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 독방에서 5개월간 집중심문을 받은 끝에 “간첩이 맞다”며 거짓 자백했을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검찰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이씨 사건의 제보자가 탈북자 출신 최모씨라는 내용의 국가정보원 수사보고서가 모자이크 처리 없이 노출된 부분을 문제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은 법정에 증거로 제출된 수사보고서 사본이 변호인을 통하지 않고는 방송사 측에 넘어갈 수 없는 자료로 보고, 관련자 이메일 내역과 통화기록 분석 등을 통해 유출 경위를 추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검사가 증거로 제출할 서류 등을 사건 또는 소송 준비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타인에게 교부·제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266조 16항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최근 최씨를 불러 기초 조사를 했으며, 조만간 담당 PD와 변호인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 지난 7월 26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아가와 꼽새, 그리고 거짓말-여간첩 미스터리’ 편. 화면 속 국가정보원 수사기록에는 조사 대상 등의 이름이 지워져있으며, 또 다른 자료에는 A씨로 표기돼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보자 최모씨 신상 노출한 적 없어

이번 검찰 조사 소식에 대해 정철원 <그것이 알고 싶다> 팀장은 해당 방송은 시사·탐사프로그램이라면 충분히 방송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강조했다.

정 팀장은 “방송이 원래 취지와 다르게 논란이 되고 있는데, 재판을 받던 피의자가 억울함을 호소했고 거기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통해 검증해 본 인권적 차원의 프로그램”이라며 “통상적인 제작 과정을 거쳐서 방송했는데 사실 관계와 다르게 언론 보도가 나온 것에 대해서 유감이다. 검찰 조사와 관련해서는 검찰 측에서 공식적인 이야기가 없었으므로 수사에 응할지에 대한 가정에 대해서는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검찰에서는 ‘아가와 꼽새’ 편이 국정원 수사기록 속 간첩제보자 최모씨의 실명을 공개해 이를 수사하겠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실제 방송 내용과 다르다.

다수 언론 보도에서도 <그것이 알고 싶다>가 최모씨의 실명을 공개한 것으로 나오고, 당사자인 최모씨도 “이름이 공개돼 명예가 훼손되고 신변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담당 PD와 장경욱·박준영 변호사를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해당 방송에서 수사 기록은 물론 제작진이 요청한 인터뷰에 응한 최모씨가 모자이크 처리됐을 뿐 아니라 ‘강민수’라는 가명으로 처리됐다. 또한 문제가 된 해당 수사기록에는 최모씨의 실명이 언급되지 않았고, 사람들의 이름은 지워진 채로 방송에 나왔다.

SBS측은 이처럼 사실과 다른 언론 보도에 대해 대응할 계획이다. 정철원 팀장은 “몇 몇 언론을 통해 우리가 국정원 수사자료를 통해서 신고자 최모씨의 실명을 공개했다고 나왔는데 여러 차례 확인 작업 결과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며 “실명이 공개되는 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보도자료 등을 통해 대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사실과 다른 혐의로 SBS와 이모씨의 변호인 두 명이 수사선상에 오른 것에 대해 사실상 간첩사건과 관련한 피의자 변호를 맡고 있는 변호사들을 타깃으로 한 표적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북한 보위부 직파 간첩 사건’ 등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과 민변이 대립각을 세워왔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지난 3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민변 회원 7명에 대한 징계 개시 신청하기도 했다.

▲ 지난 7월 26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아가와 꼽새, 그리고 거짓말-여간첩 미스터리’ 편. PD와 이모씨의 변호인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최모씨의 인터뷰는 최모씨의 주장과는 달리 모자이크 및 가명처리가 된 채 방송됐다. ⓒSBS
“검찰 수사, 언론의 당연한 역할에 대한 탄압”

이처럼 검찰이 민변을 압박하는 속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 PD에게 취재물의 출처를 조사하고 나서면서 언론의 ‘취재원 보호’와 수사에 따른 언론탄압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채수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정보관리를 하지 못한 국정원에 책임을 물을 문제”라며 “언론사는 제보자에 대한 신분 보호 의무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PD를 참고인 조사하려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3년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 대한 몰래 카메라 사건을 수사 중이던 청주지검 특별 전담팀은 당시 몰래카메라를 방영한 SBS에 테이프 원본 제출을 요청했다. SBS는 ‘제보자 신원보호’와 ‘언론기관의 신뢰성’을 문제로 이를 거부했고, 결국 검찰은 SBS에대한 영장을 발부받았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당시 ‘언론탄압’ 등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다.

지상파의 한 PD는 “이번 사건은 민변이 타깃인 거 같아서 PD는 크게 문제가 없을 거 같지만 문제는 방송에 나간 자료를 어디서 받았는지에 대한 검찰 조사”라며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라도 이야기하지 않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 PD와 함께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여간첩 이모씨의 변호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17일 <PD저널>과의 통화에서 이번 수사 논란이 “방송에 대한 탄압이자 간첩사건 변호인에 대한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공권력의 남용과 잘못에 대해 비판을 하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고, 이번 이모씨 사건의 이면에는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탈북자’라는 사회적 약자의 사건으로 억울한 사람의 목소리를 방송이 대변해 준 것”이라며 “언론의 당연한 역할을 했음에도 수사를 하겠다는 것은 앞으로 이런 방송을 할 수 없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국정원이 피의자에게 유리한 자료를 감췄고 이 같은 부당한 내용을 알리기 위해 내가 공익적인 차원에서 SBS에 제보했다”며 “<그것이 알고 싶다> 외에는 MBC나 KBS에서는 물론 신문사에서도 아무도 내게 연락을 해오지 않았다. 용기 있게 연락을 해 온 언론에 대해 이 같은 수단으로 문제제기를 한다면 공권력에 대한 감시는 누가 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한국PD연합회(회장 박건식)는 18일 성명을 내고 이번 검찰 수사가 언론 위축을 노린 “명백한 언론 탄압”이라고 지적하며 즉각 수사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PD연합회는 “공안당국은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 등 연이은 간첩 조작 사건으로 국민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자 적반하장격으로 변호인들과 언론을 공격함으로써 궁지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며 “SBS PD에 대한 수사 방침은 박근혜 정부 하에서 벌어진 언론탄압과 공안몰이의 연장선상”이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