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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위주 연수, 선후배 교류 필요

일시 : 2003년 5월 13일 오전 11시 30분사회 : PD연합회 사무처장 전배균 (MBC 편성국 차장)참석 : KBS 강윤기 PD (교양국. 개편 신설 프로 준비 중) MBC 오윤환 PD (MBC ‘책 책 책을 읽읍시다’) SBS 이양화 PD (SBS <뷰티플 선데이>)작년 말 KBS는 18명, MBC는 10명, SBS는 5명의 신입 PD를 뽑았다. 방송사에 입사한지 아직 채 몇 달도 안된 신입 PD들에게 우리 방송 환경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갈까. 그들이 꿈꾸는 PD의 모습과, 그들이 느낀 제작현실에 대해서 신입PD들이 모여 자유롭게 얘기를 나눴다. <편집자>사회자 : PD로써 일을 한지 몇 달이 흘렀는데, 그 동안 느낀 점들을 자유롭게 얘기했으면 좋겠다. 먼저 각자 PD를 지망한 이유부터 들어보자. 오윤환 : 학창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했던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예전에는 CD에 적혀있는 ‘프로젝트’가 PD라고 생각할 정도로 PD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다. 계속 음악을 하면서 PD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쇼나 음악프로를 꼭 하고 싶다. 강윤기 : 어렸을 때부터 TV를 막연히 좋아했다. 그래서 자연스레 PD가 되고 싶었다. PD라는 직업은 전문성도 있으면서 사회에 뭔가 주고받을 수 있는 것 같다. 사회자 : 그 동안 PD로서의 생활에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전원 : 너무 많은데 (웃음)오 : 웃음 더빙을 한 적이 있었는데 정확한 시간에 큐사인을 주지 못해 3∼4번 NG가 난 적이 있었다. 그때가 기억에 남는다. 강 : 힘들었던 것보다는 내가 만든 예고를 방송에서 봤을 때가 너무 신기했다. 친구들에게 보라고 연락했었다. 편집기를 다룬 적이 없어서 거의 밤을 샜었는데 1분도 안되는 데도 이렇게 힘든데 한 시간짜리는 어떻게 만들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OJT끝나고 선배들과 뒷풀이를 했었는데 선배들이 너무 좋아했고 아직까지 그 때 얘기를 많이 한다. 사회자 : 나는 87년에 입사했는데, 사람관계가 젤 힘들었던 것 같다. 조연출을 만 7년 정도 했는데 카메라, 조명 등 스태프들과 관계를 맞추는 것이 어려웠다. 옴부즈만 프로나 시민단체에서는 프로그램을 비판적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어떤가. 강 : OJT를 돌면서 느낀 것은 밖에서 보는 것과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밖에서는 “KBS는 좀 보수적이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들어와서 보니까 오히려 요즘 대학생들보다 더 열려있는 선배들이 많다. 오 : 한번은 녹화를 끝내고 점심을 먹다가 <느낌표>를 비판하는 프로를 본적이 있었다. 책책책 코너가 애초에는 책 소개프로에서 지금은 도서관을 세우는 등 너무 거대해진 것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비판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제작현실을 바탕에 두고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사회자 : 실무교육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매년 제기되고 있는데 각 사별 연수는 어떤가. 강 : 한달 동안 수원연수원에서 합숙연수를 하는데 이 때 기술적인 면도 배우고 회사 각 부서에 대한 내용도 알게 된다. 이후 본사 배치를 받고 7주 동안 각 국별로 OJT를 가 프로그램을 익힌다. 오 : 3달 동안 연수를 받는다. 2주 동안 합숙하는데 공연도 관람하고 등반도 하고, MBC아카데미에서 파일럿 프로도 제작하는 등 다양한 내용을 경험한다. 이후 한 프로에 하루 이틀정도 OJT를 돌고 3월에 부서 배치를 받았다. 이양화 : SBS는 합격하고 한달 동안 과제를 주고 한달 후에 연수원에 들어가서 그 과제를 발표한다. 본사에 배치 받고 난 후에는 PD, 기자의 업무를 교체해 경험해보는 과정도 있어 PD들이 경찰청 등을 돌기도 했었다. 사회자 : 연수받으면서 부족하다고 느낀 점은 없었나이 : 부서 배치 받은 뒤에는 본격적인 실무에 들어가는데 연수 때와 지금은 별개라는 생각마저 든다. 연수 때 뭘 배웠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돌이켜보면 회사 부서 소개식으로 진행됐던 것 같다. 연수프로그램이 실무적인 내용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강 : 이 지적에 동감한다. 합숙하면서 한가지 느낀 것은 기자, PD의 문화가 다르다는 것이다. 기자는 집단적인 것 같다. 예를 들어 기자는 한데 모여 술을 먹고 같이 토론하고 의견을 모으지만 PD는 술을 먹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룹으로 나뉘어진다. 이런 것이 PD와 기자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사회자 : 그러면 실질적으로 제작환경은 어떤가강 : 선배들은 지금은 편해진 거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저번 주 에 보도된 편집실 부족은 정말 이해가 안된다. 편집하기 위해 기다리고, ‘메뚜기’처럼 이리 저리 옮겨 다니며 편집하고 있는데 다른 건 몰라도 이런 기본적인 것은 갖춰져야 하지 않을까. 이 : 실무능력을 평가받아 입사한 게 아니니까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 편집기 사용법이나, 기계 사용법 등에 관해 매뉴얼을 축적해서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체계화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사회자 : 예전에는 선후배간의 술자리가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자리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또한 선배와의 관계는 어떤가. 이 : 처음에 입사하기 전에는 PD들은 술을 많이 먹는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막상 들어와서 보니까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오, 강 : 우리 또한 그렇다. (웃음)강 : KBS의 경우 IMF이후부터 작년까지는 선후배 만남의 장이 많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분위기가 많이 살아났다는 얘기를 한다. 오 : 예능국의 경우 너무 일이 많아 하루 2∼3시간만 자고 일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 모습을 뻔히 잘 알면서 술을 사달라고 말하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다. 사회자 : 그래도 선배들은 후배들이 먼저 다가서는걸 바란다. 일할 때 배우는 것 보다 술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이 더 많다. 강 : KBS의 경우 PD협회 차원에서 인라인 스케이트 등 소모임이 몇 개 구성돼있다. 이런 모임을 통해서 선후배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게 행운인 것 같다. 오 : 모 선배가 이렇게 말했다. “입사하기 전에 가졌던 모든 생각은 틀렸다”라고.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인 것을 전제로 두고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인상적이었다. 이 : 직업 자체에 회의를 느끼고,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는 선배들을 볼 때 솔직히 싫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는 선배를 보면 아름다워 보인다. 그런 선배들은 후배들이 생각을 얘기하면 귀기울여주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뭘 아냐는 식으로 화부터 내는 경우도 있다. 강 : 동의한다. 편집할 때도 경험부족으로 잘 모르는 부분이 있는데 이럴 때 “네 생각은 뭐냐”라고 물어보는 선배도 있는가 하면 “이게 아니다”라고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후배도 나름대로 생각을 가지고 일을 했는데 말이다. (웃음)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고 함께 얘기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 사회자 : 선배들 입장에서는 후배들에게 많이 알려주고 싶지만 교육을 한다는 게 자칫 무시하거나, 강압적이라는 인상을 준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선후배 교류가 중요한 것 같다. 강 :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영상세대’이기 때문에 뭔가 다를거라고 얘기하는 데 가끔씩은 이 말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뭔가 창의적이고 새로운 것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다. 이 : 또 반면 회의에서 아이디어를 낼 때도 혹시 무시당하지 않을까라고 쉽게 꺼내지 못하고 위축될 때도 있다. 그러면서도 감성세대이기 때문에 기대도 많이 한다. 강 : 술을 마실 때 개성이 강한 선배 PD가 있었다. 그런데 그 선배가 만든 프로그램을 보니 너무 잘 만들어 자기세계를 가지고 있고, 저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존경심이 들었다. 그러면서 프로그램에 대해 선배와 얘기도 하게 되고 그런 것들이 좋은 것 같다. 오 : 들어온 지 며칠 밖에 안돼서 당연히 모르지 않냐고 말했더니 한 선배가 이렇게 말했다. “넌 잘 모를 수 있겠지만 밖에서 보기에는 똑같은 PD로 보지 않냐”는. 책임감도 느끼고 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가끔씩은 밤새고 편집할 때는 좀 서글프기도 하다. 사회자 : 혹시 독립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나. 내가 하고 싶은 프로를 밖에서는 보장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지 않나. 강 : 외주제작 프로를 자세히 보니 상당히 열악한 환경으로 제작되고 있었다. 한가지 납득이 안되는 건 외주제작이면 완제품을 가지고 와야 하는데 자체 스튜디오 등을 사용하는 등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무리한 외주 비율 때문일 것이다. 오 : 경력이 쌓이면 언젠가는 외주로 갈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아직은 그런 생각 안 해봤다.사회자 : 각자가 하고 싶은 프로는 뭔가오 : 공중파만이 할 수 있는 음악프로를 하고 싶다. 케이블에서 음악프로를 많이 하는데 대부분 뮤직 비디오를 보여주는 정도다. 공중파는 더 차별화하고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여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면접볼 때 음악프로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음악프로가 시청률이 안나오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는 ‘떨어졌겠구나’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면접에 통과됐으니 음악프로를 하게 해 줄거라 기대한다. (웃음)강 : 나는 시사프로, 그 중에서도 <추적60분>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선배들로부터 다른 동기들보다 질문을 두 배나 더 받았던 기억이 있다. 시사프로도 너무 딱딱하게 만들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교양에도 버라이어티가 있듯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 시청률 좋은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 시청률이 안나오면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악순환이다. 일등이 있으면 꼴지가 있는 것이 당연한데도 말이다. 그래도 내가 노력하면 언젠가는 때가 온다고 생각한다. <정리=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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