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신문, 공공 플랫폼 지상파 무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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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헛한 미디어]700㎒ 대역 주파수·재송신 보도, 지상파 ‘갑질’론

지상파 방송이 700㎒ 대역 주파수 할당과 재송신료 협상 문제를 놓고 각각 통신업체와 유료방송을 상대로 갈등하는 사이 ‘공공 플랫폼’으로서 지상파 방송의 가치는 땅에 떨어진 모양새다. 고작 “전국 6.8%의 직접수신 비율”(<매일경제> 11월 17일 C5면)로 UHD(초고화질) 방송을 주장하며 이용자가 많은 통신을 제치고 700㎒ 대역 주파수를 달라고 “억지요구”(<조선일보> 11월 14일 6면)를 하고, “6204억 원에 이르는 주파수를 공짜로 쓰면서 재송신료 인상을 요구하는 갑(甲)질”(<조선일보> 11월 14일 6면)이나 하는 진상의 모습으로 언론, 특히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대주주인 신문들의 보도에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공공 플랫폼 지상파는 필요없다?= 700㎒ 대역 주파수 할당 문제에 있어서 지상파 방송은 거의 모든 일간신문과 IT전문지 등의 보도에 있어 여야 정치권을 등에 업고 과도한 욕심을 부리는 천덕꾸러기에 다름 아니다. 문제는 이들 보도가 사실 관계를 호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공공플랫폼으로서의 지상파 방송의 역할과 가치마저 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의 700㎒ 대역 주파수 할당 관련 공청회 다음날이었던 지난 12일 <동아일보>는 1면과 5면에 관련 기사를 배치했다. 1면 기사의 제목은 ‘700㎒ 주파수 할당 지상파 편들려 뒤집어’로, 정부가 2012년 ‘광개토플랜 2.0’을 의결하면서 700㎒ 대역 40㎒ 폭을 통신용에 할당하기로 했음에도 지상파 방송사들이 UHD 방송용 주파수 54㎒ 폭을 요구함에 따라 논의가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5면 ‘지상파-정치권 압박에 뒤엉킨 주파수’ 기사에서도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가 공청회에서 700㎒ 주파수 대역 할당계획 전면 재검토를 언급하면서 정책의 일관성이 무너졌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 <매일경제> 11월 12일 6면
그러나 지난 11일 공청회 당시 미래부에서 수차례 확인했던 입장은 바로 700㎒ 대역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할당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700㎒ 대역 주파수를 재난안전망(20㎒ 폭)에 우선 배정하되, 지상파 UHD 전국방송을 가능케 하기 위한 주파수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지만, 조규조 미래부 전파정책국장은 “전국방송엔 두 가지 형태가 있다”며 키사(중앙사)를 통한 UHD 전국방송을 앞세웠다.

이는 방송법에 따른 지역별 방송권역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이 경우 지역 지상파 방송은 자체적인 UHD 방송 제작·편성이 불가하다. 지역 뉴스도, 지역의 정보를 담은 교양 프로그램을 방송할 수도 없게 되는 것으로, 지역성 구현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지역방송이 UHD 방송에선 존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지상파 방송은 물론 여야 의원들이 요구한 내용과도 다른 것으로, 미래부의 입장이 뒤집혔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심지어 조 국장은 주파수 할당에 있어 공공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 “공공성을 최우선 가치로 해야 한다는 국가적 컨센서스(합의)가 모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하며 “통신 3사의 (트래픽) 수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조차 주파수의 공공적 가치는 물론 공공 플랫폼으로서의 지상파 방송의 가치와 역할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 가능한 발언이다.

이런 가운데 <매일경제> 또한 지난 12일자 신문 5면 ‘방송도 스마트폰으로 보는데…황금주파수 모바일 외면하나’ 기사에서 “통신과 미디어 전문가들은 방송조차도 모바일 기기로 보는 흐름에 맞춰 주파수를 통신 쪽에 우선 할당하는 게 소비자 이익에 부합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또한 지난 14일 신문 6면 ‘활용도 낮은 지상파 우선인가…이용자 많은 통신기업 우선인가’에서 “정치권까지 지상파 편들지만, 직접 수신가구는 6.8%에 불과”하다며 지상파 방송들이 공익을 앞세워 UHD 전국방송을 주장하는 건 근거가 약하다고 비판했다.

■지상파가 갑질? 특권 누리는 종편= 공공플랫폼으로서의 지상파 방송의 역할은 누구든 월 2500원의 수신료만 내면 보도와 시사·교양, 드라마, 연예·오락 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차별 받지 않고 지상파 방송 신호를 수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모든 사회계층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방송을 제공하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상파 방송의 직접수신 비율이 낮다는 문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때문에 공공 플랫폼으로서의 지상파 방송의 역할이 필요 없다고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 <조선일보> 11월 14일 6면
즉, 직접수신 비율이 10%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여, 그 10% 미만에 해당하는 지상파 방송을 직접수신 하는 시청자들에게 좋은 화질로 방송을 보고 싶다면 더 많은 돈을 들여 유료방송을 시청하라고, 그럴 돈이 없으면 남들보다 낮은 화질에 만족하라고 요구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상운 남서울대 교수(멀티미디어학과)가 지난 8월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열린 주파수 관련 세미나에서 “방송서비스는 모든 국민이 기본으로 누려야 할 권리”라며 “만일 UHD 방송을 지상파 방송을 제외한 유료채널에서만 볼 수 있다면 경제적 약자인 저소득층은 더욱 정보문화에서 소외될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런 가운데 지상파 방송은 유료방송과 재송신 갈등도 겪고 있다. 재송신 논란이 있을 때마다 유료방송들이 들고 나오는 논리는 “지상파 유료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닌 게, TV조선의 대주주인 <조선일보>는 지난 14일자 신문에 게재한 ‘정부 지원받는 연합뉴스·지상파, 미디어 생태계 뒤흔든다’ 기사에서 케이블TV협회 측의 입장을 인용, “지상파는 국민의 자산인 주파수를 무료로 이용하고 공영방송(KBS·EBS)은 수신료까지 받으면서 유료방송 시장에선 극도의 상업주의를 추구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재송신료 인상을 요구하는 지상파 방송에 대해 “갑질”이란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말이다.

일련의 문제제기 속에 무료 보편 서비스로서 기능하는 지상파 방송의 역할에 대한 이해와 고민은 물론, 가입비에 더해 VOD 이용료까지 챙기면서도 프로그램 전후뿐 아니라 중간광고까지 내보내면서 광고수익을 챙기는 대신 시청자의 피로를 강요하는 유료방송의 현실에 대한 언급은 없다. 공익적 역할을 담당하지 않으면서도 KBS 1TV와 EBS 등 극히 일부에만 허용됐던 의무재송신 채널에 포함되고 더 어려운 여건의 민간방송들마저 부담하고 있는 방송발전기금 납부 의무까지 면제받고 있는 종편의 특권적 현실에 대한 언급 또한 없기는 마찬가지다. 대체 ‘갑질’은 누가 하고 있는 것인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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