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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EBS, 의결되지 않은 규칙 내밀며 방청 불허…KBS ‘속기록 비공개’

공영방송 이사회의 문턱이 높아도 너무 높다. 방송법 개정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회는 회의를 공개해야 하지만 여전히 방청 신청이나 회의록 공개 등에 대해 껄끄러운 모양새다.

지난 20일 EBS이사회(이사장 이춘호) 정기이사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EBS 이사회 사무국에 회의 하루 전 회의 방청을 신청하고 이날 EBS로 갔다. 그런데 회의 직전 EBS 이사회 사무국으로부터 불허 통보를 받았다. 24시간 전에 방청을 신청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이사회 홈페이지에는 회의 1일 전 방청 신청을 하면 누구나 방청을 할 수 있다고 공지되어 있다.

그러나 이사회 측은 ‘행정상의 실수’라며 “방청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루 전에 회의 방청 신청을 받았던 이사회 사무국 아니었던가? 그럼에도 갑작스럽게, 그것도 아직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은 ‘이사회 회의 공개에 따른 세부 운영 사항을 정한 규칙(안)’을 적용하며 회의 방청을 불허한 것이다. 방청 신청을 버젓이 받아놓고 갑작스럽게 내쫓는 것처럼 된 상황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항의를 하자 어렵게 이날 회의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애초 공개하기로 했던 ‘2014년도 제1회 추가경정 예산(안)’에 대한 의결은 ‘경영상의 비밀’이라는 이유로 갑자기 비공개로 전환돼 결과적으로 기자 입장에서 허탕을 치고 만 하루였다. EBS 이사회는 공영방송 중에 제일 먼저 이사회 방청을 허용했지만 여전히 회의 공개를 불편해하는 속내도 읽혔다.

▲ KBS 이사회 속기록 공개 관련 국회 입법조사처 법률 검토 회답서.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입법조사처가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해서도 동일한 답변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제공=최민희 의원실>
공영방송 이사회 회의 공개와 관련한 마찰은 EBS이사회뿐만이 아니다. KBS이사회는 지난 10월 29일 열린 정기이사회의 안건지와 속기록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정보공개를 청구했는데 KBS 이사회는 요약된 내용만 담긴 ‘의사록’을 참조하라고 통보했다.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인호 KBS 이사장이 “속기록까지도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일이다.

당시 이인호 KBS이사장은 지난 10월 22일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KBS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으로부터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전에) 신청만 하면 누구에게나 회의 방청을 허용하고 속기록도 공개하는데 그렇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지금부터 공개해야 한다”고 약속한 바 있다. 회의 방청은 허용하나 회의의 간략한 내용만을 담은 의사록만 공개할 뿐 속기록은 공시하지 않겠다는 애초의 소극적인 입장에서 벗어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이다.

이 같은 공영방송 이사회의 ‘꼼수’는 개정 방송법의 취지와도 어긋난다. 지난달 21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사회 공개의 의미는 회의 자체 공개는 물론 다양한 방법으로 회의 내용을 공개하라는 것”이라고 유권해석을 한 바 있다. 즉, “이사회 회의 공개” 조항이 뜻하는 바가 단순히 ‘회의 방청’만이 아닌 회의록과 속기록까지 공개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개정된 방송법 제46조 제9항 “이사회의 회의는 공개한다”는 조항의 원래 취지는 일반 대중에게 모두 공개한다는 의미지 이사회의 허락을 받은 일부에게 선택적으로 공개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럼에도 공영방송 이사회는 의결되지도 않은 규칙‘안’을 내세우며 회의 공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공영방송 이사장은 국회에서 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속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여전한 ‘그들만의 밀실’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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