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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장악’에 면죄부 주고 공정방송 투쟁에 ‘사형선고’

[대법원 YTN 판결의 파장] 경영진 보복성 징계 남발·언론자유 위축 우려 박수선 기자l승인2014.12.02 17: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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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27일 대법원이 2008년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인 YTN 기자 6명 중 3명의 해고는 정당하다는 판결을 확정한 뒤에 노종면 기자(맨 왼쪽) 등이 법정을 빠져나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언론노조  
▲ 지난달 27일 대법원이 2008년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인 YTN 기자 6명 중 3명의 해고는 정당하다는 판결을 확정한 뒤에 노종면 기자(맨 왼쪽) 등이 법정을 빠져나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언론노조
YTN 기자의 해직이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보다 경영권을 우위에 둔 판결이다.
이번 판결을 적용하면 앞으로 언론사에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훼손할 우려가 큰 ‘낙하산 사장’이 오더라도 언론인들은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정도로밖에 항의할 수 없다. 사장의 출근을 막거나 명령에 불복해 해고를 당하더라도 구제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YTN 기자들이 2008년 ‘낙하산 사장’에 반대해 벌인 출근 저지 등의 행위를 “YTN의 정치적 중립이나 방송의 공정성을 위한 행위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경영진의 구성권과 경영주의 대표권을 직접 침해한 것”으로 봤다.

당시 YTN기자들이 사장 선임을 막기 위해 이사회 개최를 방해하고 출근을 저지한 일련의 행동에 대해 경영권을 직접 침해한 행위로 규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사장의 출근을 방해하는 행위를 주도하고 인사 명령을 거부한 행위 등은 사용자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권리인 경영진 구성권과 경영주의 대표권을 직접 침해한 것으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해고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경영진의 징계재량권은 넓게, 언론의 자유 범위는 좁게 해석한 판결이다. 대법원도 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이라는 공적 이익을 위해 벌인 ‘낙하산 반대 투쟁’의 동기와 목적을 해고처분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을 필요성이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YTN이 징계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했다고 볼수 없다”는 2심의 판단을 존중해 상고를 기각했다.

“공정보도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언론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이 필요불가결한 것”이라며 해고를 징계권 남용으로 본 1심과 정반대의 결과였다. 특히 노 전 지부장 등 3명에 대해선 해고 이후에도 출근 저지 등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이유를 들어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이 ‘공정방송 투쟁’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결과를 내놓으면서 언론 자유의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언론장악에 면죄부를 준 판결”,“언론자유에 대한 사형선고”라는 날선 비판이 대법원에 쏟아졌다.

사건 변호를 맡은 강문대 변호사는 “기자들이 공정 보도와 중립성을 위해 한 노력에 대해 동기와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결을 내려야 했는데 대법원은 아주 형식적인 측면만 고려해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며 “언론 자유의 가치와 근로기준법 정신에 비춰 봐도 해고를 정당하다고 본 판결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사장 선임을 두고 타협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선 노조 집행부는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단은 방송 공정성에 아예 문제를 제기하지 말라는 ‘입막음’과 같다”며 “가담 정도에 따라 3대 3으로 나눈 것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면 회사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구성원을 나약하게 만드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대법원 판결이 2012년 MBC와 KBS 구성원들이 벌인 파업의 적법성을 다투는 소송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YTN 해직사태에 이어 당시 MBC와 KBS 소속 언론인들은 불공정 보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낙하산 퇴진’ 투쟁을 벌였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MB 정부’의 언론장악이 YTN에서 시작해 MBC와 KBS 순으로 진척됐다는 분석이 많다.

YTN에선 사장 선임을 저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고 KBS와 MBC의 경우 사장 선임 이후 불공정 방송 행태를 근거로 파업을 벌였다는 점에서 양상과 쟁점은 다르지만 언론인들이 행동에 나선 배경이 공정방송 회복이었다는 점에선 같다.  최근 대법원의 보수화 경향까지 맞물려 KBS와 MBC 파업 소송을 다루는 재판부가 이번 대법원 판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광고홍보학과)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통상 법원은 언론의 자유와 다른 법익이 충돌할 때 언론 자유에 비중을 두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판결에선 이런 관례를 뒤엎고 언론인들의 공정방송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MBC 해직기자들의 해고의 정당성을 다투는 소송에서 1심 재판부가 기자들의 손을 들어 준 것은 공정방송을 위한 정당성을 인정했던 것이었는데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사건이 계류되어 있는 2심 재판부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수선 기자  susun@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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