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산규제 불발에 안도하는 KT…미래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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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희 장관, KT 독점 불가 野 의원들에 “자유 시장경제” 강조

국회의 유료방송 합산규제 법안 연내처리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방송계 안팎에선 시간을 번 KT가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확산으로 합산규제 논의 자체를 무력화하기 위한 총공세에 나섰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합산규제 논의의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 이하 미래부)의 의지를 의문스럽게 만드는 발언이 장관으로부터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3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홍문종, 이하 미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최양희 장관은 유료방송 합산규제와 관련해 “과도한 규제는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저해한다”는 발언으로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최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유료방송 합산규제와 관련해 정부 측이 제시한 3년 일몰제가 KT에 유리할 수 있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 3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여야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뉴스1
미래부 장관, 합산규제 일몰제 제안 이유 묻자 “불필요한 규제, 자유로운 시장경제 저해”

이날 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먼저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어제(2일) 유료방송 합산규제 법안이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동일서비스-동일규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합산규제란 특정사업자가 유료방송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점유할 수 없도록 하는 것으로, IPTV 사업자인 KT의 경우 3분의 1 규제를 받고 있다. 그러나 위성방송은 이 제한에 포함되지 않아 KT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 점유율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문제는 KT의 주력상품이 IPTV와 위성방송을 결합한 OTS(올레TV스카이라이프)라는 점으로, KT는 이를 통해 점유율 규제를 피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국회에서 논의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반발하는 입장이다.

최민희 의원은 “KT 측은 신규 가입자의 시청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합산규제를 반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유료방송 가구는 2700만명 수준으로 (합산규제 도입 시) 850만명 정도로 규제하게 되는데, KT와 스카이라이프 합산 가입가구는 730만명 정도로 아직 100만명 정도 여유가 있는 만큼 시청권 제한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최양희 장관은 “동일서비스-동일규제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시장 변화에 맞춰 규제를 합리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언뜻 원칙적인 것으로 들린다. 하지만 최근 KT가 합산규제 논의에 앞서 방송 상품을 덤핑 판매하고 있다는 증거가 포착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 장관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KT가 유료방송 합산규제 관련 법안 처리 이전 3분의 1 점유율을 넘겨 논의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날 최민희 의원은 “KT가 특정 지역에서 디지털케이블로 치면 187개 채널에 해당하는 방송을 가구당 6600~7000원으로 제공하겠다고 하면서 가입자를 유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유료방송 가입자의 평균 부담 비용이 8000원 수준이라는 걸 감안할 때 이는 매우 싼 가격으로, 결국 KT가 (합산규제 기준이 되는) 33%를 넘겨 강력한 반대 논리를 만들기 위한 반칙을 하려는 게 아닌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회의에선 정부가 통합방송법 논의 과정에서 제시한 합산규제 3년 일몰제 방안이 KT에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정부는 통합방송법 공청회에서 합산규제 방안으로 시장점유율 제한 비율을 33%로 제한하고 3년 뒤 일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즉, 3년 뒤 합산규제에 대해 재검토를 하겠다는 것이다.

최양희 장관은 최민희 의원으로부터 3년 일몰제 방안 제시 배경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정부는 과도한 규제, 혹은 필요 없는 규제가 있을 경우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증명되지 않은 규제는 일몰제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에서 합산규제를 불필요한 규제로 판단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합산규제 논의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의 의지에 의문을 낳는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 측 미방위 간사인 우상호 의원은 “대기업에 방송 독점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건 수십년 된 합의”라며 “독점을 막기 위한 합산규제에 대해 말하면서 불필요한 규제라고 하다니, 규제 기관이 업체의 논리에 휘둘려 원칙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최원식 의원도 “(일몰제는) 거대 기업만 키우는 꼴”이라며 “자유로운 경쟁도 좋지만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규제 기관의 철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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