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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단기 수익 쫓다가 플랫폼 위기 자초

[기획] 방송학회장-PD연합회장 대담, 지상파 위기 해법은 박수선 기자l승인2014.12.08 14: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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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이용 행태의 변화와 유료방송의 추격으로 지상파 방송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스마트 미디어를 통해 방송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지상파 이탈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또 올 한 해 동안 CJ E&M과 JTBC 등이 <미생>, <비정상회담> 등의 화제작을 배출하면서 두각을 드러냈다.

주파수 700㎒ 대역 분배를 둘러싼 통신 편향 논란과 방송통신위원회가 머뭇거리고 있는 지상파 광고 규제 완화 등도 지상파 홀대론을 부추겼다. 지상파의 위기의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답을 찾아보기 위해 최근 27대 한국방송학회장으로 취임한 윤석년 광주대 교수와 박건식 한국PD연합회장이 대담을 나눴다. 대담은 지난달 28일 PD연합회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편집자>

  ▲ 박건식 한국PD연합회장(횐쪽)과 윤석년 방송학회장 ⓒPD저널  
▲ 박건식 한국PD연합회장(횐쪽)과 윤석년 방송학회장 ⓒPD저널
박건식(이하 박):
요즘 지상파 방송사들의 고민이 깊다. 재원 문제부터 콘텐츠 경쟁력, 미래 방송에 대한 대비 등 모든 면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반면 스마트 미디어의 이용은 크게 늘었고 케이블방송과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에서 화제작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플랫폼과 콘텐츠, 공공성 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방송이 처한 현실을 어떻게 진단하나.

윤석년(이하 윤) : 쓰나미에 가깝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때에는 일시적인 문제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2002년 위성방송, 2008년 IPTV가 등장하고,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과 tvN 같은 성격의 프로그램 사업자들이 나왔다. 이런 유료방송을 시청자들이 습관적으로 시청하는 단계까지 왔다. 미국처럼 유료방송의 시장점유율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지상파 방송사에선 새로운 플랫폼에 진출하거나 새로운 콘텐츠 생산하려는 시도가 보이지 않는다.

박: 미디어 환경과 이용자들의 패턴도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다.

윤: 미국에서도 이번 가을부터 방송 프로그램을 VOD 서비스나 인터넷 스트리밍을 통해 이용하는 비율이 본방송을 시청하는 비율을 처음으로 앞섰다. 쉽게 말하면 SBS <별에서 온 그대>를 본 사람들 중에서 이른바 ‘닥본사’(닥치고 본방을 사수한 시청자)가 절반이 안 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도 2~3년내로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상황이 이런대도 정작 방송사 경영진이나 종사자들은 머리로는 미디어의 이용행태가 급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 같다.

: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런 추세를 따라가지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플랫폼에 대한 대처와 인식이 안일했던 부분이 크다.

윤: 지상파 3사 모두 스카이라이프가 처음 개국했을 때 지분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후 지분을 매각하고 재투자를 하지 않았다. 새로운 플랫폼을 헌신짝처럼 버린 것이다. 지상파 DMB도 계륵 취급을 하고 있다. 기회비용을 하나도 지불하려고 하지 않았다. MMS(지상파 다채널서비스)는 진작 했어야 했다. 동영상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가 <하우스 오브 카드>를 만든 이유는 콘텐츠제작사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목적이 크다. 이제는 주파수를 이용한 배타적 플랫폼 서비스가 의미가 없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위성방송이나 DMB 등을 잘 활용했더라면 지금처럼 유료방송에 휘둘렸겠나.

“지상파 콘텐츠 헐값 판매 위기 자초”

  ▲ 윤석년 한국방송학회장과 박건식 한국PD연합회장이 지난달 28일 PD연합회 회의실에서 '위기의 지상파, 해법은'을 주제로 대담을 나누고 있다.  
▲ 윤석년 한국방송학회장과 박건식 한국PD연합회장이 지난달 28일 PD연합회 회의실에서 '위기의 지상파, 해법은'을 주제로 대담을 나누고 있다.
박:
지상파 방송사들이 전송망을 넓힌다는 이유로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의 프로그램 재송신을 방치한 것도 위기를 키운 한 요인이다. 우리 콘텐츠를 널리 알리는 게 좋다는 식으로 유튜브나 포털사이트에도 콘텐츠를 헐값에 넘겨줬다. 이런 것들이 광고주들에게 ‘지상파에 굳이 광고를 해야 하나’는 의구심을 키우도록 한게 아닌가 싶다. 미국과 일본의 지상파 방송사들이 본방송 시청을 높이기 위해 다시보기 서비스를 철저하게 통제하는 건 광고주와의 약속을 지키고 지상파 콘텐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다.

윤: 아침에 강의실에 들어가면 학생들이 전날 못 본 드라마를 중국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보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도 방송 한 시간 뒤에 중국 사이트에 올라왔다고 하는데 (지상파 방송사들이) 왜 방치하는지 모르겠다.

박: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돈을 번 건 배우들이었지 SBS는 큰 수익을 거두지 못했다고 한다. 콘텐츠 위기의 단면이 드러나는 유통 조다. 요즘 20~30세대는 지상파를 본다고 하면 고루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tvN, JTBC를 봐야 새로운 프로그램을 본다고 인식할만큼 지상파 콘텐츠는 상당히 위축된 분위기다.

윤: 젊은 시청자 일수록 지상파 방송을 습관적으로 시청하기보다는 tvN이나 일부 종편 프로그램에 많은 흥미를 느끼고 있다. 지상파가 참신하고 실험적인 콘텐츠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할 여력이 없어서 생긴 문제라고 본다. 재정적인 압박이 심해지다 보니까 새로운 콘텐츠를 내놓을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경제적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야 콘텐츠 질도 높아질 수 있다.

박: 지상파에서 방송되는 드라마는 많은데 볼 만한 게 없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예전과 비교하면 지상파 드라마가 획일화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다양성을 잃은 건 외주제작 의무편성 제도의 영향도 있다. 현재 MBC와 SBS의 외주 편성 비율은 35%인데 실제 드라마의 경우 외주 비율이 70%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윤: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하는 외주제작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 외주제작 의무편성 제도가 도입된 1991년부터 지금까지 타당한 이유없이 외주 편성 비율이 매년 올라갔다. 정부가 독립제작사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였다. 이 때문에 지상파는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인력을 훈련할 기회가 사라졌다. 능력있는 인력들도 지상파 밖으로 나갔다. 내부적으로 제작 노하우나 경륜을 물려줄 시스템이 무너진 게 콘텐츠 위기의 한 요인이다. 또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방송사가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은 여기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그 괴리를 간접광고와 협찬으로 채우다 보니 값싼 막장 드라마가 나오는 것이다. 간접광고 협찬 때문에 명품이 깔려 있는 화려한 스튜디오와 유명한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재벌이 나오는 드라마를 만들 수밖에 없다.

박: 뉴스와 시사 영역에서는 공영성과 공정성 후퇴가 두드러졌다.

: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뉴스의 공정성이나 보도를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뉴스 정보를 얻는 경로가 많아지면서 뉴스 시청률이 10%를 넘기 점점 힘들어 질 것이다. 대통령 동정뉴스, 대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보도를 보고 시청자들이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 또 정치권력도 KBS와 MBC의 발전을 생각한다면 전리품으로 보고 말 잘듣는 사람을 사장으로 앉히는 걸 반복해선 안 된다. 방송의 경영진이 편성에 개입하는 순간 끝난다. 방송 공정성이 별게 아니라 경영진이 편성에 개입을 안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매체균형 발전 논리 고집한 정부 책임도”

  ▲ 윤석년 한국방송학회장.  
▲ 윤석년 한국방송학회장.
박:
이렇게 지상파 방송이 막다른 골목으로 쫓기는 입장인 된 건 매체균형 발전을 내세운 정부의 정책 탓도 크다. 외주제작 의무편성제도나 MMS가 무산된 것도 정부의 지상파 죽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 매체균형 발전 논리가 너무 오랫동안 유지됐다. IPTV는 도입 5년이 넘도록 방송발전기금을 한 푼도 안내고 있다.  

박: 종편도 지상파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윤: 종편 4개사가 짧은 시간 내에 정치적 영향력과 고정 시청층을 확보했지만 설립 취지에 맞는 곳은 한 군데 정도다. 종편이 지상파 방송사를 견제하고 자극해서 방송산업의 발전에 보탬이 되길 기대했는데 생각하지 못했던 영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뉴스 시사프로그램이 재미 있을지 모르지만 유익하진 않다.

종편이 시장에 안착한 만큼 이제 지상파와 비슷한 수준으로 규제를 해야 한다. 전에는 지상파 방송사와 종편의 시청점유율 차이가 많이 났다. 이제는 종편이 지상파의 50%까지 쫓아왔다. 종편에 중간광고와 광고 총량제를 허용한다면 지상파에도 그에 준하는 정도로 규제를 풀어야 한다.

박: 중간광고 허용뿐만 아니라 황금 번호대 편성, 발전기금 부과 유예, 의무재송신 대상 유지 등 종편 특혜는 여전하다. 이런 특혜가 지상파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윤: 정확하게 말하면 지역중소방송과 중소신문이 타격을 입었다. 종편 출범으로 입은 지상파 3사의 타격은 전체 광고 매출이 5% 정도가 줄어든 정도니까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본다. 지역방송, 라디오 등은 종편이 등장한 이후 광고 수입이 20~30%정도 빠졌다. 종편으로 매체균형 발전이 더욱 악화된 셈이다.

박: 지역 지상파는 구조조정과 생존 위기에 허덕이고 있는데도 방송발전기금을 계속 내고 있다. 지역 지상파 방송사에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래서 지역 지상파에 중간광고를 먼저 허용하는 방안이나 제작비 지원을 늘리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윤: 문제는 지역 지상파 프로그램에 중간광고를 허용한다는 게 광고주 입장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광고주들은 서울에서 인기있는 버라이어티에 광고를 하고 싶어한다. 중간광고 허용이 되려면 지상파에서 (시청자를) 잘 설득해야 한다. 케이블방송처럼 지상파 모든 프로그램에 중간광고를 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중간광고 허용은 무상급식이나 공공요금 인상처럼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중간광고 규제를 풀지 않고서는 방송 서비스의 질도 올라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박: 지상파 위기의 원인과 극복 방안을 모색할 때도 재원 문제가 첫 번째로 꼽힌다. 지상파의 재원 확보를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윤: 재원문제 해결하지 않고서는 지상파는 죽을 수밖에 없다. 가장 시급한 게 수신료 인상이다. 수신료를 인상하려면 KBS가 양보해야 한다. 현재의 방식을 고집하면 아무도 KBS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수신료 산정위원회를 만들어서 구체적인 인상 금액 등을 정해야 한다. 그 다음이 광고 규제완화, 콘텐츠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플랫폼 유통 전략, 네 번째가 M&A 순이 아니겠나.

“무한도전의 MBC, 채널 보다 프로그램 브랜드 중요성 커져”

  ▲ 박건식 한국PD연합회장.  
▲ 박건식 한국PD연합회장.
박:
그렇다면 지상파의 앞으로 대응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윤: 채널 브랜드가 아니라 프로그램 브랜드가 중요한 시대다. MBC의 <무한도전>이 아니라 거꾸로 <무한도전>의 MBC가 됐다. 요즘 장안의 화제인 <미생>이 tvN에서 하는 드라마인지, JTBC에서 하는지 헷갈리는 시청자도 적지 않다. 물건을 백화점에서 산 것인지, 마트에서 산 것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물건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원리다.

박: 플랫폼 전략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윤: 다중 플랫폼 전략으로 가야 한다. 자사 플랫폼 안에서 인기 콘텐츠가 유통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돈을 번다. 지금처럼 유료방송사업자나 포털사이트에 콘텐츠를 헐값에 넘겨선 안 된다는 말이다. 다중 플랫폼 전략이라는 게 별 게 아니다. 지상파가 비지상파 DMB를 인수해 DMB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박: 지상파 방송사들도 다중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수익이 크지 않다는 고민이 있는 것 같다.

윤: 방송사들이 전략을 잘못 세워서 그런 것이다. VOD 시장이 굉장히 커졌다. 지상파 입장에선 프로그램 공급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네이버에 프로그램 클립 영상을 그냥 주면 안 된다. 유료방송사업자들과 재송신 대가 협상을 하면서 280원 받던 것을 400원으로 올리면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단기 수익을 얻기 위해 취하는 가장 낮은 단계의 경영전략이다.

박: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이 온라인 광고대행사 스마트미디어렙을 차리고, 네이버와 PIP(플랫폼 인 플랫폼)방식의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었다.

윤: 방송사들이 연합해 협상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다. 당장은 큰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콘텐츠 제값받기 차원에서 잘한 선택이다. 신문협회와 기사 제공 문제로 콘텐츠 수급에 어려움을 겪다가 영상 콘텐츠 쪽으로 방향을 튼 네이버도 영리한 선택을 한 것이다.

“젊은층 신문 안 보는 것처럼 TV와도 작별”

박: 기존의 TV에 기반한 지상파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 세익스피어의 <리어 왕>이 떠오르기도 한다.

윤: 독거노인 신세가 되는 것이다. 낡아빠진 올드미디어가 된다는 의미다.

박: 지상파 주시청층이 노령화하고 있는 불가피한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윤: 어릴 때부터 TV를 보던 40~50대가 지금 지상파의 주시청층이다. 그런데 지금 젊은 세대는 스마트폰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접한다. 젊은층이 성장한 10년 뒤에는 어떻게 되겠나. 지금 신문은 안 보는 것처럼 TV와도 작별하는 거다.

박: 마지막으로 활로를 찾고 있는 방송사 경영진과 종사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윤: 정부 당국이 방송산업에 관심을 갖는 게 먼저다. 방송정책은 없고 ICT와 방통융합정책만 있다. 방송 서비스가 얼마나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지 중요성과 역할을 환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방송사들은 위기의식을 더 느껴야 한다. 암 환자가 3기 진단을 받으면 어떻게든지 자기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에서 건강을 되찾으려고 하지 않나.


박수선 기자  susun@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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