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문’ 희망이 되지 못한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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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 호연에도 개연성 부족한 이야기에 공감 못 얻어

SBS 하반기 최대 기대작이었던 <비밀의 문>이 지난 9일 아쉬운 성적으로 종영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비밀의 문> 마지막회 시청률은 5.2%로 동시간대 방송된 MBC <오만과 편견> 10.6%, KBS 2TV <힐러> 7.9%에 밀려 3위로 퇴장을 했다. <비밀의 문>은 지난 9월 첫회 시청률 8.8%로 시작했지만 10%의 벽을 넘지 못하고 하향세를 거듭했다.

부진의 원인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주연 배우를 탓하는 목소리는 크진 않다. 오히려 영조를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모습으로 새롭게 그려낸 한석규와 아버지와 대립하면서 내적갈등을 겪는 이선을 섬세하게 묘사한 이제훈의 연기는 줄곧 호평을 받았다.

시청자들은 설득력을 얻지 못한 극본에 흥행 실패의 책임을 돌리는 분위기다. <비밀의 문>은 초반 궁중 미스터리를 표방하면서 ‘맹의’에 얽힌 신흥복(서준영 분)의 죽음을 긴장감 있게 그려냈다. 노론과 소론이 암투를 벌이는 와중에 민의를 대변하는 사도세자의 모습은 현실정치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시사점을 던지기도 했다.

▲ SBS <비밀의 문> ⓒSBS
하지만 미스터리는 갈수록 힘을 잃고 이상만 앞세우는 사도세자의 모습은 미화 논란까지 겹쳐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다.

윤선주 작가는 희망과 위로를 이야기하기 위해 사도세자를 불러낸 듯하다.

윤 작가는 지난 10월 <비밀의 문> 홈페이지 올린 기획의 변에서 “풍진 세상에서 희망을 묻기란 쉽지 않다”며 “그(사도세자)는 우리가 일찌감치 폐기한 희망을 단 한 차례도 폐기한 바 없다”고 사도세자를 평가했다.

윤 작가는 “힘있는 신하와 부왕이 그의 앞에 죽음의 뒤주를 놓고 희망의 헛됨을 고백하라 강변했을 때 승자기 되기 위해 싸우지 않고 사람이기 위한 길을 건너왔노라며 마지막까지 담담했다”며 “드라마가 모두 접히고 사도세자가 시간의 무덤으로 사라질 무렵 당신의 가슴 깊이 묻어둔 희망 한 자락을 꺼내들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비밀의 문> 마지막회에서 이제훈이 이선의 아들 정조로 분해 이선의 이루지 못한 개혁 군주의 꿈을 이어간다는 설정에서도 이런 의도는 엿보인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 발을 딛지 않은 이선의 이상은 희망이 되지 못했다. 이선의 꿈처럼 <비밀의 문>가 처음에 품었던 희망가도 미완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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