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목사·기독교가 무언지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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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독립다큐 ‘쿼바디스’ 김재환 감독

10일 개봉하는 영화 <쿼바디스>의 김재환 감독은 얼마 전 당황스러운 우편물을 받았다. 사랑의 교회(담임 오정현 목사)가 “사랑의 교회를 왜곡·매도했다”며 <쿼바디스>에 담긴 사랑의 교회 관련 장면들을 삭제해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다. 사랑의 교회는 <쿼바디스>가 “한국 교회와 목회자들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며 “해당 자료를 삭제하지 않고 개봉을 강행할 경우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김 감독은 <쿼바디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지에 “이런 위협으로 상영을 방해한다면 대응할 수밖에 없음을 알린다”며 “천억 원을 쏟아 부어 한국 교회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건물을 지어놓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분들을 향해, 예수라면 뭐라고 말씀하시겠느냐”고 반문했다. 대체 무슨 영화이기에 개봉 전부터 이토록 시끄러울까. 김 감독을 지난 5일 인사동의 한 찻집에서 만났다.

<쿼바디스>는 한국 개신교의 비리와 탐욕을 고발한 영화다. <트루맛쇼>, <MB의 추억> 등 권력의 비리를 폭로, 고발했던 김 감독의 전작만큼 민감한 주제다. ‘쿼바디스’는 라틴어로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의미로, 성경에서 베드로가 예수에게 던진 물음이기도 하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한국 교회에 ‘어디로 가고 있는가’ 라고 질문을 던진다. 목사들의 탈세, 배임, 횡령과 성 추문, 교회의 기업화 등 한국 교회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꼬집으며 거침없이 돌직구를 날린다.

▲ 김재환 감독 ⓒ싱글즈
김 감독의 작품들은 상영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민감한 주제를 건드리다 보니 영화관에서도 난색을 보인다. 미디어의 권력문제를 다룬 <트루맛쇼>는 MBC로부터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받기도 했다. 이번 영화의 상황도 순탄치 않다. 일부 대형교회 신도들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쿼바디스를 상영하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며 압력을 넣었다. 벌써부터 힘든 여정이 예고된다.

MBC PD 출신인 김 감독이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대답은 간단하다. “아무도 하지 않는 이야기라서”다. ‘돈 되는 이야기’는 따로 있지만 그는 당연하다는 듯 이 길을 선택했다. 상업적 보상을 받기 힘들지라도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내 작품을 보고 문제작이라고들 하지만 사실 당연히 해야 할 이야기를 아무도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한다.

“미디어권력, 정치권력, 종교권력…. 힘든 주제들을 다뤄왔는데 무거운 주제를 무겁지 않게 전달하기 위한 고민을 해요. 딱딱하고 어려운 주제일수록 쉽고 재밌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을 하죠.”

영화에는 가상의 인물 ‘마이클 모어’와 ‘예수’가 나온다. 미국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인 마이클 무어는 비리를 저지른 인물들이 인터뷰에 응해주지 않는 모습, 촬영을 회피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명성을 얻었다. 두 인물은 한국 개신교의 ‘부끄러운 현장’ 곳곳을 누빈다. 조용기 목사 기자회견장에 마이클 모어가 앉아있는가 하면 개신교 지도자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위한 기도회를 여는 자리에 예수가 참담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두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습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김 감독은 “마이클 모어라는 캐릭터는 목사들이 아무도 만나주질 않고 인터뷰에 응해주지 않아서 탄생했다”며 “목사들을 쫓아다니는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나온 풍자적인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마이클 모어의 카메라는 한 발 떨어져서 바라보는 교회의 모습이 “얼마나 바보 같은지”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반면 예수 캐릭터는 교회의 모습에서 참담함을 느끼게 한다. 텅 빈 객석 앞 강단에서 설교를 하는 예수의 모습에 대해 김 감독은 “한국교회가 정말 새겨들어야 할 말 앞에선 귀 기울이지 않고 침묵하기만 하는 현실을 풍자했다”고 말했다. 감독은 두 개의 시선을 통해 관객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가상과 현실이 혼재된 묘한 연출을 통해 특유의 색깔을 냈다.

재밌는 건 이렇게 통렬하게 개신교를 비판하는 김 감독이 모태신앙이라는 점이다. ‘내부고발 전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일부 목사들은 그에게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준다”며 비난을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그 죄를 <쿼바디스>에 뒤집어씌우는 건 선후 관계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개독’, ‘먹사’ 등 교회를 비하하는 표현에는 진짜 기독교는 이런 게 아니라는 항변이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 영화 <쿼바디스>
진짜 목사라면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는 생각, 교회는 이런 게 아니라는 상식이 반영된 표현이라는 것이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비난에 분개할 것이 아니라 자기의 모순을 끄집어내 고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화해와 변화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오히려 <쿼바디스>야말로 다른 어떤 개신교 영화보다도 가장 선교적인 영화일 수 있다”고 말한다. 사회에 팽배해 있는 개신교에 대한 반감은 한국 교회가 왜곡시켜놓은 예수의 이미지 때문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개신교에 반감을 보이던 사람이 <쿼바디스>를 보고 난 후 "교회 내부에도 개혁에 대한 요구가 있고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변화를 위해 몸부림을 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생각이 바뀌었다”고 고백한 일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개신교 신도들에게 불편함을 선사하고 싶다고 했다. 김 감독은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모순을 외면한 채 침묵하는, 순종적인 것이 곧 믿음이고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에게 다른 방식을 제안하고 싶다”며 농담처럼 “바람직한 교회 오빠의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 동안의 ‘교회 오빠’ 이미지가 ‘목사님에게 무조건 순종적이었다’면 이제는 옳지 않은 것에 대해 강력하게 분노를 표현할 줄 아는 모습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영화에도 출연한 <뉴스타파> 최승호 PD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교회 오빠의 예”라며 웃었다.

“예수는 사실 그렇게 살았거든요. 시선은 낮은 곳에 두고, 약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의 편이 되어 그 처지를 대변해주려고 노력했죠. 그러면서도 권력의 잘못을 지적하고 저항하는 데는 거리낌이 없었어요. 그 모습을 닮아가야죠.”

하나님도 못 한다는 교회 개혁. <쿼바디스>가 변화의 시작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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