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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비평] 신은미씨 등 토크콘서트 폭발물 투척 사건…‘튀는’ 보도, 배경은?

지난 10일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의 토크콘서트 현장에서 한 고교생이 폭발물을 터트렸다. 자신과 정치적 신조가 다르다는 이유로 행한 행위로, 그간 일부 누리꾼들이 온라인상에서 정치 성향이 다른 이들에 대해 쏟아내던 증오 표현이 현실의 ‘폭력’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번 사건이 또 다른 사건으로 이어질지 여부를 예단하긴 어렵다. 하지만 단순한 하나의 사건으로만 넘길 수도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형적인 증오범죄인 만큼 일종의 신호탄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제기다.

‘종북 논란 콘서트 경찰수사→문제 콘서트에서 폭발물 투척’ 순서의 리포트 배치

그런 면에서 지난 10일 이 사건과 관련한 MBC <뉴스데스크>의 태도는 흥미롭다. 이날 <뉴스데스크>는 4번째 리포트 <‘종북 논란’ 신은미 토크쇼서 고등학생이 인화물질 투척>에서 이 소식을 전했다. 그런데 이에 앞서 배치한 리포트가 있다. 경찰이 신은미씨와 황 전 부대변인의 토크콘서트를 주관한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사무실과 홍 전 부대변인의 자택 등 세 곳을 압수수색하고, 신씨가 이날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에 응하지 않자 열흘 간의 출국 정지 조치를 내렸다는 소식이었다.

신씨와 황 전 부대변인은 지난달 19일부터 서울·대구 등지에서 토크콘서트를 열었는데 보수성향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등에선 이를 ‘종북 콘서트’라며 문제 삼았다. 이날 경찰 수사는 활빈단과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등 보수단체가 이들을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 찬양·고무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 12월 11일 MBC <뉴스데스크> ⓒMBC
<뉴스데스크>는 경찰의 압수수색 소식을 전하며 보수단체 관계자와 경찰의 “(황선 씨 등이) 북한을 찬양하고 그런 내용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찬양·고무죄하고…”, “북한체제를 가지고 토크쇼하고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을 가다’ 책자 내용 자체가 이 계통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등의 발언을 각각 이어 전했다.

반면 이런 주장에 대한 신씨와 황 전 부대변인의 입장은 보도 안에 없었다.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은 신씨를 대신해 황 전 부대변인이 “경찰의 소환통보를 받은 바 없어 응하지 않은 것이 아니고 응할래야 응할 수 없었다”고 해명한 부분만이 뉴스에서 전해졌을 뿐이다.

그리고 <뉴스데스크>는 이 소식 바로 다음에 폭발물 투척 소식을 배치했다. <‘종북 논란’ 신은미 토크쇼서 고교생이 인화물질 투척>이란 제목의 리포트였다. 이런 순서의 배치는 흥미롭다. 일단 ‘다르기’ 때문이다.

<뉴스데스크>뿐 아니라 이날 다른 지상파 방송들도 메인뉴스에서 신은미씨 등의 토크콘서트에서 고교생이 폭발물을 터트린 사건과 경찰의 황 전 부대변인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 소식을 모두 전했다. 하지만 순서는 달랐다. 먼저 KBS <뉴스9>는 이날 14번째 리포트에서 신은미씨 등의 토크콘서트에서 고교생이 폭발물을 터트린 사건을 먼저 전하고 이어 15번째 리포트로 경찰의 압수수색 소식을 배치했다.

SBS <8뉴스>는 7번째에 배치한 <‘종북 논란’ 토크 콘서트에 사제 폭발물…아수라장>이란 제목의 리포트 안에서 두 소식을 모두 소화했는데, 우선 고교생의 폭발물 투척 사건 소식을 전하고 이어 경찰의 압수수색 내용을 보도했다. JTBC <뉴스룸>도 2부 5번째에 배치한 <‘일베 고3’ 위험한 인화물 투척…신은미 출국정지 조치> 리포트에서 두 소식을 연이어 전했는데, 역시 폭발물 투척, 경찰 압수수색 순서였다.

KBS와 SBS, JTBC의 리포트 순서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신은미씨와 황선 전 부대변인과 관련해 이날 전한 두 개의 소식 중 폭발물 투척 사건이 보다 ‘우선’ 전달해야 할 가치가 있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SBS 드라마 <피노키오> 속 MSC뉴스의 송차옥 앵커의 표현을 약간 빌린다면 두 개의 팩트로 이뤄진 뉴스에서 보다 임팩트 있는, 즉 이날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사건들 가운데 더 우선해서 의미를 살피며 봐야 할 사건은 종북 논란을 빚은 토크콘서트에서 한 고교생이 자신의 다른 입장을 앞세우면서 폭발물을 투척한 내용이라고 대부분 판단한 것이다.

반면 <뉴스데스크>는 종북 논란을 빚고 있는 신은미씨 등의 토크콘서트와 관련해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섰고, 문제의 콘서트장에 폭발물이 터지는 사고도 있었다는 순서로 보도를 배치했다. 시청자들이 우선 인식해야 할 내용은 바로 종북 논란의 토크콘서트를 주최한 이들에 대한 경찰의 수사라는 점이라고, 이것이 더 임팩트를 줘야 하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는, 나아가 ‘인과’로 이 사건이 읽힐 여지를 남겨뒀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 12월 11일 JTBC <뉴스룸> ⓒJTBC
폭발물 투척 학생 ‘일베’ 활동 이력, 거론도 하지 않은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엔 흥미로운 대목이 또 하나 있다. 이날 <뉴스데스크>는 다른 지상파 방송의 메인뉴스와 JTBC <뉴스룸>이 고교생 폭발물 투척 사건을 전하면서 이 학생이 최근까지 ‘일베’에서 활동했다는 사실을 밝힌 것과 달리 이 내용을 생략했다.

실제로 KBS <뉴스9>는 “(이 학생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범행 예고 글까지 올렸다”, “경찰은 1년 이상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의 준회원인 오군이 종북 논란이 있는 콘서트 개최에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고, SBS <8뉴스> 또한 “극우 성향의 사이트 일베에서 활동하기도 했던 오군은 토크콘서트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폭발물을 미리 준비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JTBC <뉴스룸>은 리포트 제목에서부터 “일베 고3”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뉴스데스크>를 제외한 다른 방송뉴스에서 이 학생이 ‘일베’에서 활동했던 사실을 주목하거나, 최소한 전해야할 사실이라고 판단한 배경은 무엇일까. 그동안 ‘일베’는 특정한 성향에 따른 증오표현으로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이들의 증오표현까지도 표현의 자유로 용인할 수 있는 것인가를 두고 학계와 시민사회 뿐 아니라 국회에서까지 격론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온라인상에서의 증오표현으로 끝나지 않았고, 더욱이 이는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찾기 어려운 사례다. 때문에 폭발물을 던진 학생의 ‘일베’ 활동 이력을 두고 이것이 어떤 현상의 시작이 될 지 여부를 미리부터 단정할 필요는 없지만, 사실 전달 자체를 차단할 경우 해당 소식을 접하는 이들에게 있어 이번 사건을 해석하는 데 있어 한계를 미리부터 설정하는 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당장 <경향신문>은 12일자 신문 12면 <누가 이 고교생을 ‘테러범’으로 만들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청소년이 자신과 정치적 신조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증오테러’에 나선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온라인에서 정치적 증오표현이 횡행하는가 하면 우익 테러단체 서북청년단이 재건을 선언한 최근의 현실이 ‘고교생 테러’를 초래한 것”이라며 적극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한편 이날 지상파 방송 3사의 메인뉴스 어느 곳에서도 ‘종북’ 논란을 이유로 고교생이 폭발물을 투척하고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신은미씨 등의 토크콘서트가 대체 어떤 내용인지 여부를 주목하지 않았다. 원인을 제외한 채 논란과 사건만 바라보며 전하는 소식, 과연 온전한 것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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