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진상규명 아닌 진상규명 방해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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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추천 세월호조사위원 5인 모두 ‘부적격’ 논란…野·시민단체 “추천철회” 요구

새누리당에서 추천한 5인의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위원들에 대한 부적격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의 “학생 전원구조” 오보를 두둔하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유가족들을 비난한 이들과 여권과 정치적으로 밀착해 있는 이들이 조사위원에 추천된 까닭으로,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여당에 추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11일 조사위원으로 조대환 법무법인 하우림 대표변호사(상임)와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감사, 석동현 법무법인 대호 고문변호사, 차기환 행복한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표(방문진 이사), 황전원 기장군 노사민정협 위원장(이상 비상임) 등 5인을 선정했다.

그러나 5인 위원 중 3인은 현 정부 탄생에 기여했거나 여당에 공천을 신청한 전력이 있는 이들로, 조사 활동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나오고 있다.

먼저 상임위원으로 추천된 조대환 변호사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법질서사회안전분과 전문위원을 지낸 사실상의 정부 측 인사로, 세월호 조사위원을 맡을 경우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을 맡아 위원회의 사무를 총괄해야 한다. 하지만 조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한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박 대통령의 정치 행보를 함께 했던 인물이 과연 독립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고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조 변호사는 또한 2008년에는 삼성비자금 의혹 특별검사보를 지냈는데, 당시 조 변호사가 대표로 있던 로펌이 삼성그룹의 사건을 수임한 로펌과 합병해 특검보 사퇴를 요구받은 일도 있다.

▲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회원들이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 역행 새누리당의 부적격 의원 추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7·30 재·보궐선거 당시 새누리당에 부산 해운대·기장갑 공천 신청을 했으며, 황전원 위원장도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경남 김해을에 공천을 신청한 바 있다. 세월호특별법은 위원의 결격사유로 정당의 당원을 규정하고 있다. 독립적인 조사활동을 위한 장치다. 현재 이들이 당원이 아니라 하더라도 공천을 신청한 전력이 있다면 사실상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와 감사를 각각 맡고 있는 차기환, 고영주 변호사의 경우 언론계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객관적으로 감시하고 국민에게 전달해야 할 언론, 즉 MBC 보도에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들의 인식과 활동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런 우려의 배경엔 그간 이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쏟아낸 발언이 있는데, 우선 고영주 변호사의 경우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 지난 6월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서 “해경이 79명이나 구조했는데 (MBC 보도에선) 왜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다는 식으로 보도하느냐”, “선박 회사에 비판을 집중하는 게 아니라 (보도에서) 정부를 왜 끌고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등의 발언을 했다.

차기환 변호사는 수사·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요구를 반대했던 인물로, 그는 지난 8월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 ‘세월호에 갇힌 대한민국, 출구는 있는가’ 토론회에서 “(유족 뜻에 따른) 세월호 특별법대로 하면 의회가 사실상 임명한 특별 검사가 수사-기소까지 장악하게 돼 삼권분립의 입헌주의 원리를 위배하는 것”이라며 “이는 의회 독재를 의미하는 것으로, 인민민주주의식 재판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언론노조(위원장 강성남)는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제 기능을 못하는 특별위원회, 제대로 감시하지 않는 언론보도가 손을 맞추면 세월호 특별위원회에 기대할 것은 없다”며 “진정 이런 결과를 새누리당이 원하지 않는다면 당장 고영주, 차기환 변호사의 추천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도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이 대통령과 특정 정파에 충성을 다했던 인물들과 극우 성향의 인사들을 조사위원에 추천하는 것은 정부의 구조실패와 부실 대응, 청와대와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조사를 방해하겠다는 작심을 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5인 위원 전원에 대한 추천 철회를 요구했다.

야당들의 반대 또한 이어지고 있다.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16일 여당 추천 세월호 조사위원들의 부적격 논란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왜 이런 분들을 추천했는지 그 이유를 밝혀야 하며 정치적 중립성이 담보되지 않는 위원에 대한 추천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대변인은 또한 “세월호 진상조사 의지가 약하다는 점이 밝혀진 만큼 추천위원 스스로 거취를 고민해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대변인도 “유족들과 합의를 거쳐야 하는 위원 임명 과정을 감안할 때, 동의할 리 없는 인물들을 새누리당에서 추천한 것은 유가족들에 대한 도발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종민 정의당 대변인 또한 “새누리당은 결국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조사하겠다는 게 아니라 방해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과 자신들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아무리 진상규명의 의지가 없어도 이런 인사들을 세월호 조사위원이라고 내밀 수 있는지,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는 여야 추천 각각 5인, 대법원장 및 대한변호사협회 지명 각 2인, 희생자가족대표회의에서 선출한 3인 등 모두 17인으로 구성되며 최장 18개월 동안 활동 가능하다. 야당(5인)은 현재까지 위원을 확정하지 않았고, 세월호 유가족 측은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이었던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이석태, 장완익 변호사를 조사 위원으로 추천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박종운·신현호 변호사를 특별조사위원으로 확정했으며, 대법원(2인)은 비공개 상태로 청와대에 임명 제청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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