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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보편적 시청권’ 핑계로 유료방송 편들기?

정부 발의 방송법 개정안 재추진 … 지상파 "스포츠 경기 재송신료 협상에 영향 우려" 박수선 기자l승인2014.12.16 10: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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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보편적 시청권을 규정한 방송법의 개정을 다시 추진하면서 유료방송 편들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스포츠 경기를 국민 누구나 시청할 수 있도록 한 보편적 시청권 조항을 개정하면서 스포츠 중계를 근거로 한 유료방송사업자의 요금 인상과 지상파 방송사들의 추가 재송신료 요구를 한꺼번에 억제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사업자 간의 계약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조항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현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인 방송법 개정안은 정부가 2012년에 발의한 법안이다.  개정안은  보편적 시청권의 정의를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경기대회 등에 관한 방송을 일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에서 ‘국민이 추가 비용 부담 없이 시청할 수 없는 권리’로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SBS가 독점으로 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한 뒤에 2007년 방송법에 신설된 보편적 시청권은 국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로 명시되어 있다. 이번 개정안의 취지는 스포츠 경기를 빌미로 한 유료방송사업자의 요금 인상 가능성을 차단해 시청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법안을 제출할 당시에도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사업자간의 재송신 계약에 개입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 정부가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한 방송법 개정을 다시 추진하면서 유료방송 편들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사진은 2014 브라질월드컵 준결승 경기 장면. ⓒ뉴스1  
▲ 정부가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한 방송법 개정을 다시 추진하면서 유료방송 편들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사진은 2014 브라질월드컵 준결승 경기 장면. ⓒ뉴스1
최근 방통위가 방송법 개정안 통과를 염두에 두고 방송법 시행령과 고시 마련에 속도를 내면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다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방송사들은 국회 미방위원을 상대로 여론전에 나선 모습이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이 보편적 시청권 조항을 근거로 스포츠 경기의 추가 재송신료를 지급하라는 지상파의 요구를 회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지상파 방송사들의 주장이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들은 유료방송사업자들과 브라질 월드컵 등의 재송신료 대가 협상을 포함한 재송신 협상을 벌이고 있어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시청자의 권한을 지키려는 취지는 좋지만 이 조항이 공급자간의 콘텐츠 재판매 계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미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스포츠 경기에 대해서는 추가로 협상한다고 계약을 했는데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지상파에 스포츠 경기 콘텐츠를 무료로 요구할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편적 시청권의 조항 개정이 무료 서비스를 전제로 한 시청권의 개념에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지상파 관계자는 “‘추가비용 부담 없이’라는 문구를 추가하면서 보편적 시청권의 대상에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은 시청자를 제외하는 꼴이 됐다”며 “보편적 시청권에는 모든 국민이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보편적 복지 개념이 들어가 있는데, 여기에 상충되는 조항”이라고 말했다.

방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가시청 가구 90%를 확보한 유료방송사업자들이 대형 스포츠 중계권을 얻을 경우 지상파 직접수신 가구는 경기를 못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법 개정안과 관련한 방통위 정책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주정민 전남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KBS도  커버리지가 98.8% 정도”라며 “방송법령에 가시청 가구 90%라고 규정한 건 국민 10명 중 9명이 볼 수 있으면 보편적 시청권을 확보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대통령령을 통해 방송사의 중계 편성 비율을 제한 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방송법 개정안에는 지금까지 대통령령으로 정했던 보편적 시청권과 관련된 중계방송사업자 등의 금지행위 유형을 방송법에 직접 규정하고, 방송사업자가 정당한자 사유 없이 국민관심행사와 관련된 방송프로그램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 편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방통위 연구과제 ‘스마트 미디어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 확대 방안’을 수행 중인 숙명여대 연구팀은 지난 달 말 열린 비공개 세미나에서 브라질 월드컵을 중계한 방송사의 중복 편성비율이 94.6%로 나타났다며 이는 베이징 올림픽, 런던 올림픽에 비하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관심 행사의 중복편성을 금지행위에 포함하는 게 필요하고 시청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국민관심행사의 편성비율도 5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들은 편성의 자유를 침해하고 광고 영업까지 개입하는 방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편성 비율 제한은 아직 연구팀에서 검토 중인 사항으로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보편적 시청권에 ‘추가 비용 부담없이’라는 문구를 넣은 이유는 케이블방송사업자들이 국가적 이벤트를 이유로 이용자들에게 프리미엄 요금 가입을 강요하는 문제 때문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박수선 기자  susun@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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