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지상파 MMS, 시청자 요구 ‘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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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EBS 시범 서비스 검토… 수용자 조사에선 영화, 드라마 선호 높아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가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Multi Mode Service, MMS)를 우선 EBS만 시범 도입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시청자들은 MMS 도입으로 추가되는 채널에서 영화, 드라마 등 오락 프로그램을 원하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가 시청자들의 기대와 달리 공익성에만 초점을 둔 MMS 서비스를 추진할 경우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의 반발로 결국 이도저도 아닌 결론을 내놓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지상파 MMS는 디지털 압축 기술을 활용해 동일한 방송 주파수 대역에서 여러개의 채널을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다. MMS를 도입하면 현재 KBS 1TV·2TV,EBS, MBC, SBS 등 HD급 채널 5개를 제공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에서 HD급 10개 채널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 예컨대 KBS 1TV가 9번 채널에서 방송된다면 9-1채널이 추가로 생기는 것이다.

정부는 시청자 복지 증진 차원에서 여러차례 지상파 MMS 도입을 추진했지만, 그 때마다 도입 범위와 대상, 규제 완화 정도 등을 둘러싸고 ‘지상파 특혜’라는 논란에 휘말렸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이번에 MMS 채널에 광고를 허용하지 않고 EBS 등으로만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근거로 사교육비 절감과 높은 교육 수요 등을 들었다.

▲ MMS 도입시 제공 희망 프로그램.ⓒ(<기술 규제 완화에 따른 방송시장 파급효과>.정두남, 2014)
하지만 지상파 MMS에 대한 시청자 수요를 파악한 조사에선 공익적인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를 원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이하 코바코) 광고산업연구소가 지난 7월 24일 31일까지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MMS 이용 의사 등을 조사한 결과다. 설문 결과는 이하 코바코가 최근 발간한 내부연구 보고서 ‘기술규제 완화에 따른 방송시장 파급 효과에 관한 연구’에도 실렸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MMS를 이용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31.8%가 그렇다고 답했고, 23.6%는 이용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특히 IPTV 가입가구의 MMS 이용 의사가 37.8%로 가장 높게 나왔고, 지상파 TV수신 가구(34.9%)가 그 다음으로 높았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93.7%가 ‘유료방송에 가압하지 않고도 다채널 서비스를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고 답했다. 소수 의견으로는 ‘유료방송에 비해 건전한 내용’(5.7%) ‘유료방송료 요금 인하에 대한 기대’(0.6%) 등이 있었다.

유료방송에 가입한 응답자 중에 MMS가 도입되면 유료방송 서비스를 해지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0.9%였다.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가구(26.5%)보다 디지털케이블TV 가입가구(35.5%)의 해지 의향이 더 높게 나왔다.  17.6%는 유료방송을 해지할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MMS 도입 시 주요 고려 사항으로는 ‘매력 있는 콘텐츠 확보가 중요하다’는 응답이 44.2%로 가장 높게 나왔다. ‘화질보다 무료 서비스와 채널 수가 늘어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응답은 29.8%, ‘채널수를 더 늘리는 것보다는 고화질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 문항을 택한 응답자는 26%였다.

MMS 도입시 희망하는 추가 채널 형태는 ‘전문편성채널’이 55.8%, ‘종합편성채널’이 44.2%로 집계됐다.
채널에서 제공했으면 하는 프로그램은 오락 장르의 비율이 높았다. 영화가 20.6%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드라마(13.4%), 버라이어티(10.8%), 다큐멘터리(11.2%), 스포츠(9%), 생활정보(6.2%), 뉴스(5.6%), 교육, 문화예술(5.4%) 순으로 나왔다. 1,2,3 순위까지 더한 중복 답변의 경우 영화(50%), 다큐멘터리(35%), 드라마(34.2%) 순이었다.

MMS 채널에서 인기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것에 대해서도 42.%는 긍정적으로 봤고, 12.2%만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긍정적인 답변은 재방송에 익숙한 아날로그 케이블TV 이용자(44%)가 가장 높게 나왔다.

추가 채널의 광고 허용에 대해선 31%는 긍정적으로 봤고, 18%는 부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특히 IPTV 가입가구의 39.6%는 긍정적으로 봤다.

MMS 도입으로 인해 추가적으로 TV 수신료를 지불할 의사는 없다는 의견(68.4%)이 다수였다. 추가하더라도 ‘500원 추가 지불’(10.4%),‘1000원 추가 지불(12.4%) 등 지불하겠다는 금액도 크지 않았다.

책임연구원을 맡았던 정두남 코바코 연구위원은 “지상파 방송을 보는 시간이 가장 긴 계층은 독거노인, 노년층이라는 점을 감안해 공익적 요소와 오락적 요소를 혼합한 편성이 타당하다”며 “MMS는 국민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데도 기여하지만 디지털 전환의 완료와 IP기반의 양방향 서비스로 가기 위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고도화 전략으로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오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2015년 EBS 먼저 MMS 시범 서비스를 실시하는 안을 포함해 지상파 MMS 도입 방안을 확정짓겠다는 계획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상파 입장에서는 신규 콘텐츠 제작에 들어가는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광고)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를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제로섬 경쟁에서 다른 사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수용자들의 요구가 얼마나 높은지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SO, PP의 거센 반발을 안고 (지상파 MMS를 )시작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시범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본 뒤 재원 확충 방안과 광고 허용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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