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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원칙부터 재정립하자
  • 승인 1998.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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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찬바람이 더욱 매서워지고 있다. 생존을 위해, 거듭남을 위해 방송계 전반의 혁명적인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제대로된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고 있다는 징후도, 그럴 가능성도 지극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 기준도, 원칙도, 청사진도 없이 모든 것이 뒤섞인 채 혼란만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마저도 ‘천민적’(賤民的)으로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contsmark1|첫째 주체의 문제다.현재의 ‘구조조정’은 주로 기존 경영진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고비용, 저효율, 저신뢰’ 구조를 이끌어온, 따라서 구조조정의 일차적 대상이어야 할 바로 그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그 결과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자신들과 그 추종세력들의 생존을 모색할 시간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용 또한 빈약할 수밖에 없다. 자기들이 저지른 실책과 과오를 은폐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결국 차기정권의 눈치나 살피며, 졸속적인 생색내기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혁’이라는 시대정신에 걸맞는 주체가 바로 서지 않는한, ‘구조조정’의 민주성, 현실적합성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불과하다.
|contsmark2|둘째 그 방향성과 청사진의 문제다.현재까지 방송계내 어디에서도 본격적인 다운사이징(downsizing)은 착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기존의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조직을 그대로 두고서 오직 일괄적인 제작비 삭감, 외부제작인력 감축, 임금 및 복지예산축소만이 실행되고 있다.이는 명백히 어불성설이다. 어느 방송사라고 할 것도 없이 우리 방송계 전반의 주된 거품은 이상비대화된 관료·행정조직과 그것이 만들어낸 각종 부산물들이 누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본보 1면 참조)제작현업 본위가 아닌 통제위주의 운영이 관료·행정조직의 팽창을 낳고, 더 나아가 방송제작의 기본 메커니즘조차 모르는 그들의 손에 의해 무분별한 확대경영이 조장되어온 악순환의 결과인 것이다.따라서 감량경영의 시작은 실질적으로는 전혀 불필요한, 관료들과 그들의 통제조직을 과감하게 철폐하고, 퇴출구조를 만드는 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편성위원회의 설치 등 과감한 내부개혁을 통해 통제 위주의 관행을 혁신하고 진정으로 제작본위의 조직을 구축하는 것으로 귀결돼야만 한다. 이러한 방향성과 원칙, 청사진이 없이 그리고 즉각적인 다운사이징의 착수 없이는 어떠한 감량조치가 진행된다 해도 대내외적으로 아무런 설득력도, 실질적인 효과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contsmark3|셋째 방식의 문제다.극히 일부의 예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모든 위기대응조치들이 방송사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개정, 시행되고 있다. 현업자들과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기는커녕, 공포심을 주입하고 위협해서 제작비 절반 삭감 등의 무식한(!) 처사들이 자행되고 있다. 심지어 일껏 공론의 장을 만들어 놓고서도 정보를 숨기는가 하면 그 합의 사항이 일방적으로 헌신짝처럼 파기되기도 한다.이는 실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행태다. 경영실태 전반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성실한 합의이행 없이 그 누가 고통분담을 받아들일 것인가? 불신과 불복만이 커갈 뿐이다. 이처럼 분쟁의 불씨가 커져간다면 그 끝이 어디인가는 너무도 자명하지 않은가? 결국 방송계의 ‘구조조정’ 논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돼야 한다. 제로베이스에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과 방향부터 모든 것이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지금 이대로라면 대부분의 방송사에서 자율적인 개혁은 ‘구조조정’은 또다시 자조적인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지지부진한 채로 외부의 칼날을 맞거나 자멸과 파국을 앞당길 뿐이다. 몇몇의 경우 운 좋게, 일시적으로 그것을 피할 수 있게된다 해도 기계적 평균주의가 야기할 정체와 후퇴, 무의미한 생존만이 가능할 뿐이다.지금부터의 몇 달이 앞으로 우리 일터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 과연 그 때 우리의 일터는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곳으로 바꿔질 수 있을 것인가? 방송현업 중심의 조직으로, 현업의 마인드가 생동하는 조직으로 새로 태어날 수 있을 것인가? 그러기 위해선 오늘의 ‘구조조정’논의 그 자체부터 혁신! 구조조정해야만 할 것이다.|contsmark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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