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 결정에 “민주주의 리턴” 비판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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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위축·‘검열’ 우려 커져…새누리 “종북 논란의 끝”

통합진보당이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중 8명의 찬성으로 창당 1103일, 법무부에 의해 정당해산심판이 청구된 지 410일 만에 해산된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이 오히려 민주주의의 이념을 훼손시키고 과거로 역행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19일 오전 10시에 열린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해산심판청구 선고에서 헌법재판관 9명 중 8명의 찬성 의견으로 통진당의 해산을 결정했다. 또한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막론하고 소속 의원 5명 전원(지역구 3명·비례대표 2명)은 의원직을 상실한다고 결정했다.

헌재의 결정이 나오자마자 국회사무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서가 국회에 송달되는 대로 통진당에 제공된 사무실 2곳과 각종 예산상의 지원을 즉시 중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통진당은 국회청사관련 규정에 따라 7일 이내에 사무실을 비워야 한다.

또한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이 결정됨에 따라 국회의장은 궐원통지서를 대통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통지할 예정이다.

▲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을 결정한 19일 오전 선고공판을 마친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을 나서고 있다. ⓒ노컷뉴스
새누리당 “자유민주주의의 승리”·“종북 논란의 끝이 되어야” 적극 환영

이번 통진당 해산 결정에 대해 새누리당은 적극 환영하고 있다. 헌법과 민주적 기본질서가 승리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윤영석 원내대변인은 19일 원내 현안관련 서면 브리핑에서 “정당의 설립과 활동의 자유는 대한민국의 헌법가치를 존중하는 것을 전제로 보장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새누리당은 헌법이념과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를 파괴하려는 어떠한 정당이나 정치세력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 역시 브리핑을 통해 “대한민국 부정세력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다. 이는 헌법의 승리이자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라며 “정의의 승리를 안겨다준 헌재의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변인은 “민주주의란 보호벽 뒤에 숨어서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고 이적행위를 하는 세력은 이 땅에서 영원히 추방되어야 한다”며 “헌재 결정은 종북 논란의 끝이어야 한다. 해묵은 이념적 갈등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헌재의 결정에 불복해서 거리로 뛰쳐나가 혼란을 야기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당 자유 훼손된 정치심판” 비판

그러나 이번 해산 결정이야말로 민주주의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사실상 “정치심판”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또한 정당해산은 정당정치의 기본과 정당을 선택할 권리를 가진 국민의 기본권마저 침해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대변인은 해산 결정에 대해서 “헌법재판소의 오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나 민주주의의 기초인 정당의 자유가 훼손된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새정치민주연합은 통합진보당에 결코 찬동하지 않지만 통합진보당의 해산에 대한 판단은 국민의 선택에 맡겼어야 했다고 믿는다”며 “정당의 존립기반은 주권자인 국민이고, 따라서 정당의 운명은 국민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 국민주권주의의 이념에 합당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 헌정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사태에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사진은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을 결정한 뒤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심경을 밝히고 있는 모습. ⓒ노컷뉴스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역사리턴’” 등 민주주의 역행 지적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도 헌재의 결정을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램프리턴’(탑승게이트로 항공기를 되돌리는 일) 사태에 빗대어 이번 통진당 해산을 비판하는 글들도 볼 수 있다.

정청래 새정치연합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진보당의 정치노선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여 정부가 강제로 정당해산 심판청구를 하고 헌재가 해산결정을 한 것에는 반대한다”며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정당정치,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역사리턴’”이라고 비판했다.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도 트위터에 이번 결정을 ‘헌법재판’이 아닌 “정치재판”으로 규정했다. 노 전 의원은 “통합진보당에게 ‘너 내려’ 명령하니 각하 시원하십니까”라며 “법치의 자리를 정치보복이 대신한 날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2년 만에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회항’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민주주의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일부 주도세력의 행위를 문제 삼자면 헌정질서를 파괴해온 새누리당이야 말로 해산되어야 할 것”이라며 “정당자체가 민주질서에 명백한 위협이 되지 않는 한 강제해산은 그 당에 대한 찬반을 떠나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 표현의 자유 위축시키는 또 다른 신호” 우려 제기

이번 통진당의 해산 과정에서 통진당의 강령인 ‘진보적 민주주의’ 부분에 대한 해석을 두고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 판결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내란 관련 사건에서 피청구인 구성원들(이석기 의원 등 관련자)이 북한에 동조해 대한민국의 존립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은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구체적 위험성을 배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논란을 일으킨 지난 2013년 5월 12일 회합 내용을 바탕으로 통진당의 강령인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매우 유사하다면서 RO의 활동을 통진당의 활동으로 귀결시킨 것이다. 앞서 정부는 통진당이 북한을 지지하고 있는 정당으로서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며 헌재에 해산을 청구한 바 있다.

변상욱 CBS 대기자는 “헌재 결정대로라면 이제 국민은 사회현실과 변혁을 향해 고민하고 논의하고 행동하는 과정에서 희생을 각오하든지 자기검열을 강화하든지 해야 할 판”이라며 “자유민주주의의 큰 기둥이 세워졌다고 헌재창설 기사를 썼던 기자로서 황망하다”고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도 보도자료를 내고 해산 결정에 대해 “정당해산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또 다른 신호”라고 꼬집었다.

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이번 판결이 최근 몇 년간 국가보안법 및 기타 형법을 적용해 정부에 반대하거나 북한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들을 억누르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음을 우려했다.

로젠 라이프 앰네스티 동아시아사무소 조사국장은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을 보면서 당국이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존중하고 지킬 의지가 있는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 한국정부가 국가 안보를 가장하여 야당 정치인들을 탄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결코 안보에 대한 우려를 이용해 다른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고 있는 사람들의 권리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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