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탓한 사장들, 한 마디 반성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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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탓한 사장들, 한 마디 반성도 없다
신년사 통해 “재정 위기· 위상 하락” 우려 … 콘텐츠 경쟁력 등 수익 확대만 관심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5.01.0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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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탓은 없고 남 탓만 있다. 방송사 사장들이 신년을 맞아 일제히 위기를 입에 올렸다. 하지만 신년사 어디에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현실 진단과 반성은 없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지만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지에 대한 고민도 담기지 않았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평가라는 비판과 함께 이런 현실 인식으로는 위기 극복도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방송사 경영진들은 대체적으로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치열해진 경쟁 상황이 지금의 위기를 불렀다고 보고 있다. 안광한 MBC 사장은 지난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현재의 지상파 위기가 유료방송 중심의 매체와 플랫폼 확장을 추진해온 정부 정책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며 “매체균형 발전 정책으로 지상파 콘텐츠 제작 기반마저 위협하는 ‘불균형 발전’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사들은 유료방송사들과 달리 지상파에만 중간광고를 금지하고 있는 광고 규제 등이 차별적이라는 문제제기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안 사장의 말마따나 지상파 광고 규모가 지난해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1조 9000억원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상파 광고독과점이 이전보다 약해졌다는 점에서 지상파의 입장도 일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 조대현 KBS 사장, 안광한 MBC 사장 ⓒKBS, MBC
그렇지만 외부 환경 변화와 정부 정책만으로 지상파의 위기를 논하기에는 방송에 대한 신뢰도는 급격하게 곤두박질하고 있다. 특히 MBC는 지난해 <시사IN>, <시사저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이 실시한 신뢰도 조사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배석규 YTN 사장은 종합편성채널의 등장을 위기의 요인으로 꼽았다. 배석규 사장은 “새로 출범한 종편과 뉴스전문채널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우리의 최대 무기인 뉴스가 여러 가지 위협을 받고 있다”며 “종편과 뉴스Y의 공세에 대응해 뉴스 시청률과 뉴스 콘텐츠의 우위를 지켜나가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과 고민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고민과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조대현 KBS 사장도 지난 3일 시무식 자리에서 “회사에 대한 자부심, 내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며 “KBS가 국민이 원하는 방송을 하기 위해 사원들과 소통을 많이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사장은 프로그램 개편을 앞두고 내부에서 공영성 강화를 위해 요구한 시사 프로그램 신설과 단막극 편성 유지에 대해선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지상파의 위기는 재정 압박과 방송 환경의 변화에서 오는 것도 있지만 대중이 느끼기에는 불신이 깊어지면서 존립의 정당성을 잃어버린 측면도 크다”며 “방송에 많은 시청자들이 냉소와 조소를 보내고 있는 지금 방송사들의 신년사는 설득력이 없는 자기 독백과 푸념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방송사들이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앞다퉈 내세운 것에 대해서도 우려 섞인 시선이 있다. SBS의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의 윤석민 부회장은 새로운 수익 발굴을 새해 과제로 제시하면서 “프로그램 기획단계에서부터 수익망을 넓혀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광한 MBC 사장도 “지상파 광고 의존도 축소와 추가 제작 재원 발굴, 수익 확대는 생존의 문제”라며 “콘텐츠 기획 단계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광고 매출 감소분을 채우기 위해 콘텐츠 판매 수익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방송사들이 수익성만 앞세울 경우 방송의 공공성 공영성을 뒷받침하는 교양과 시사 영역의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규찬 대표는 “콘텐츠 경쟁력 강화는 결국 오락 프로그램 위주로 시청률 경쟁을 하겠다는 뜻”이라며 “상업화의 경향이 뚜렷해질수록 저널리즘의 자리는 좁아질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채수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언론사의 본질은 공정하고 올바른 보도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인데 방송사의 신년사의 내용을 보면 프로그램을 찍어 내는 공장으로만 취급하고 있다”며 “지상파 방송사들이 지금과 같은 위기를 맞은 이유도 언론의 본령을 중시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여전히 이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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