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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대한 글쓰기, 나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

[인터뷰] 책 ‘클래식, 마음을 어루만지다’ 출간한 이채훈 전 MBC PD 최영주 기자l승인2015.01.07 1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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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 기회를 준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내 삶을 만들어 준 사람들이다. 굉장히 고맙다.”

지난 2일 서울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채훈 전 MBC PD는 ‘감사의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지난 2012년 MBC에서 해직된 이후 이 PD에게는 ‘글쓰기’가 또 다른 삶이 됐고, 이를 도와준 이들 덕분에 자신이 살고 있다고 했다. 해직 만 2년이 된 시점인 지난해 12월 17일 출간된 신간 「클래식, 마음을 어루만지다」를 통해 이 PD는 “나를 살게 해준 고마운 친구들에게 보답하고 지금 잘 지낸다고 말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음악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나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30년 가까이 MBC에서 PD로 일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제주4·3 사건’, ‘보도연맹 사건’ 등을 연출했으며 2001년 한국방송대상 작품상, 2003년 제9회 통일언론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 이채훈 전 MBC PD. ⓒPD저널  
▲ 이채훈 전 MBC PD. ⓒPD저널
지난 2006년 모차르트에 대한 책 <내가 사랑하는 모차르트>를 쓴 바 있는 이 PD가 보다 폭 넓게 클래식에 대한 글을 쓰게 된 건 <미디어오늘>에서 클래식 칼럼을 쓰라는 제안을 받고 고민하던 중에 찾아온 최승호 전 MBC PD(현 <뉴스타파> PD)의 부탁 때문이다.

지난 2010년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계속된 아이템 누락, 징계 등은 PD들에게는 고통이었다. 이때 2010년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 불방 논란 등으로 마음고생을 한 최승호 PD는 이 PD에게 음악으로 위로 받고 싶다며 클래식 책 소개를 부탁했고, 한때 음악가의 길을 꿈꿀 정도로 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이 PD는 직접 위안이 될 수 있는 음악을 추천하게 됐다. 그게 지난 2011년 11월 25일 <미디어오늘>에 연재를 시작한 ‘이채훈의 음악편지’다.

이후 170일 파업이 시작되자 이 PD의 글은 선·후배들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담거나 MBC의 문제를 오케스트라가 없는 지휘자의 상황에 빗대는 등 음악을 통해 풍자하는 내용이 많아졌다.

그러다 지난 170일 파업이 끝난 후인 2012년 12월 7일, 이 PD는 해고 통지서를 받았다. 회사는 2010년 이 PD가 휘말린 폭행 사건을 이유로 들었지만, 내부에서는 이 PD가 파업에 참가하고 김재철 당시 사장과 경영진의 양심을 촉구하는 글을 수차례 올렸기 때문에 내려진 ‘보복성 징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해고 이후 ‘MBC PD’라는 보호막을 벗어난 바깥세상은 험난했다. 눈앞이 캄캄했다. 이 PD는 글쓰기를 그만둘 것인가도 고민했다. 그러나 주변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고, 다시금 힘을 얻게 된 이 PD는 자신이 받은 위로와 위안을 자신처럼 힘든 이들을 위해 돌려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 책 「클래식, 마음을 어루만지다」(이채훈 지음, 사우).  
▲ 책 「클래식, 마음을 어루만지다」(이채훈 지음, 사우).
그 중 하나가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가 대표로 있는 심리치유전문기업 마인드프리즘에서 운영 중인 ‘힐링톡’이다. 카카오톡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는 ‘힐링톡’은 정혜신 박사, 방송인 김제동, 심리기획자 이명수, 이채훈 PD가 마음이 지친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힐링 메시지’로, 이 PD는 사람들의 사연을 받고 각자에게 맞는 치유 음악을 선곡해준다.

해고 이후 망연자실해 있던 이채훈 PD. 그는 사람들 가장 가까이에서 자신보다 훨씬 더 힘겹게,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됐고, 또 스스로 어려움을 겪은 만큼 공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음악 한 곡과 글 한 편에 온기를 담아 전달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이 PD 자신에게도 ‘힐링’이 됐다.

올해 클래식에 대한 책 두 권, <PD저널>에 연재 중인 ‘인문학 생중계’를 엮은 책을 준비 중인 이 PD는 “조금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해직 이후 세상 사람들의 고통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세상은 모든 사람들이 서로 아끼고 도우면서 사는 거였더라구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그렇게 제 삶도 의미를 갖는 거죠.”

마지막으로 인터뷰 내내 비제작부서로의 발령, 징계가 반복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MBC에 남아있는 후배들을 걱정한 이 PD는 ‘모차르트 교향곡 17번 K.129 중 2악장 안단테’를 추천했다. “‘우리 손잡고 걸어가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속삭여주는 것 같은 아주 포근한 행진곡이죠.”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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